자살 없는 사회를 이룩할 때까지…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자살 없는 사회를 이룩할 때까지…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 유수정 기자
  • 입력 2012-05-14 15:48
  • 승인 2012.05.14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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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죽여주는이야기 <사진출처 = 극단 틈>

[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웃다 죽어도 책임지지 못한다’는 타이틀 아래 대학로 최고의 코미디 연극임을 강조한다. 출연배우 3명의 화려한 입담에 100여 분간 실컷 웃다 못해 눈물까지 쏙 빼고 나면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소극장을 나서는 순간 관객 모두가 이내 쓸쓸하고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기분을 느끼는 이유는 이번 공연이 단순한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네 삶의 한 면을 꼬집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공연은 삶과 죽음에 관한 무거운 이야기로 꾸며졌다. 사회에서 지탄받고 있는 ‘자살’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음은 물론, ‘자살 도우미’라는 웃지 못 할 직업까지 등장시켰다. 무거운 주제를 다룬 탓일까. 무대조명과 배우들의 의상, 화장까지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나도 어두침침하다. 자살사이트 운영자 ‘안락사’와 정체불명의 여성 ‘마돈나’, 의문의 친구 ‘바보 레옹’이 이끄는 이번 공연은 본인이 개발한 수많은 자살상품으로 자살을 유도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안락사’와 실제 자살을 하려는 마음이 있는 것일지 의문인 ‘마돈나’의 특출 난 입담이 특히 빛나는 작품이다. 무거운 주제로 어두컴컴한 극중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배우들은 정신없이 극을 진행한다. 배꼽 잡고 큰 소리로 웃으며 공연을 관람하다보면 ‘자살이 이토록 무거운 주제였던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미 자살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미안한 말 일지도 모르지만 어찌 보면 ‘자살’은 고민할 가치도 없는 단순한 주제일 지도 모른다.

 

▲ 연극 죽여주는이야기 <사진출처 = 극단 틈>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소극장의 특성 상 많은 배우들이 화려하게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1인 다역으로 극을 진행하는 것도 아니다. 3명의 등장인물과 공연장을 찾은 수많은 관객들이 함께 극을 진행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이는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가 바로 ‘관객 참여 형’ 공연이기 때문이다. 소극장을 빼곡히 채운 관객들은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더 이상 단순한 ‘관객’이 아니다. 그들은 하나의 공연 소품이자 등장인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한다. 관객들은 자살 사이트 운영자 ‘안락사’의 수많은 자살 상품이 되어야하고, 그의 여자친구가 되어 무대 위에서 연기를 펼쳐야 하기도 한다. 이는 배우와 관객의 경계를 없애고 무대 가까이에서 그들의 숨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소극장 공연의 특성을 그 이상으로 넘어 섰다고 평가할 수 있다. 뜨거운 조명 아래서 배우들과 함께 극을 이끌어나가다 보면 관객들은 어느 샌가 단순한 관람의 의미를 벗어나 공연의 참 맛을 느끼게 된다. 

공연 내내 ‘목숨의 끝은 자신이 내려야 하는 것’이라며 자살을 아름다운 것이라 숭배하고 찬양하기까지 하지만, 극이 끝난 뒤 자살을 생각하는 관객은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번 공연이 소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에게 씁쓸한 웃음을 선사하는 까닭은 아마도 감추고 싶어도 결코 감출 수 없는 삶의 한 면을 다루고 있는 블랙 코미디이기 때문이 아닐 까 싶다.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이 시점에서 ‘자살’이라는 주제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작품 ‘죽여주는 이야기’는 지난 2008년부터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며 대학로 삼형제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crystal07@ilyoseoul.co.kr

유수정 기자 crystal0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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