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 몸짓과 소리로만 구성된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는 대사가 없는 특성상 언어 장벽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이에 90년대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공연 장르 중 하나다. 탭댄스의 진수를 선보인 “탭덕스(Tap Dogs)”와 다양한 소도구를 이용해 완벽한 하모니를 연출한 “스텀프(STOMP)” 등 뉴욕 브로드웨이 넌버벌 퍼포먼스가 국내 관객들을 찾아온 이후, 한국에서도 다양한 넌버벌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 최초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를 시작으로 세계 1위 실력을 자랑하는 ‘비보잉(b-boying)’ 등이 합쳐져 연출된 다양한 넌버벌 작품들은 이미 한국의 대표 공연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 980만 명 가운데 12%인 116만 명이 넌버벌 퍼포먼스를 관람했다고 조사됐다. 또 2012년에는 150만 관객과 3000억 원 이상의 경제 파급효과를 예상하고 있는 등 관광시장의 질적 성장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의 대표 음식인 비빔밥을 전 세계인에게 소개하기위해 제작된 ‘비밥’은 비트박스와 비보잉을 활용하여 비빔밥의 이미지를 젊고 역동적으로 전달하기위해 수많은 노력을 거쳤다. 제작진은 2009년 푸드 엑스포, 푸드 비엔날레 등 각종 음식행사에서 호평을 받았던 30분짜리 공연 ‘비밥코리아’에 다양한 퍼포먼스와 리듬을 추가해 업그레이드 된 공연 ‘비밥’을 탄생시켰다. 비트박스와 아카펠라를 활용해 비빔밥의 식재료를 씻고 썰고 볶는 것은 물론 먹는 소리까지 실감나게 재현해냈고, 비보잉·아크로바틱·마샬·아츠 등 역동적인 몸동작을 통해 비빔밥을 만드는 과정을 표현해냈다. 한국의 테마가 한복이나 고궁과 같은 전통 이미지에만 머물러 있던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음식과 공연의 만남인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의 장르를 창출해 낸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넌버벌 퍼포먼스로 자리잡을 ‘비밥’은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세계로 그 무대를 넓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비밥’ 팀은 지난해 5월 국내에서 초연한지 약 10개월 만에 싱가포르 최고의 랜드마크 에스플러네이드 무대에 초대받아 전 세계에 뜨거운 열기를 전달하고 왔다. 이에 최철기 대표는 “‘비밥’이 해외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본격적인 성장은 지금부터”라며 “이번 싱가포르 공연을 시작으로 태국·베트남·홍콩·일본·마카오 등 본격적인 아시아 투어가 예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한국적 소재 ‘비빔밥’과 세계적 소통 ‘넌버벌’을 결합시킨 비트박스로 맛보는 비빔밥 퍼포먼스 ‘비밥’은 씨네코아 비밥전용관에서 한국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유수정 기자 crystal0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