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랄한 10대 문제아들...그들 부모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2006년 이지메를 당한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자살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가해학생들이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는 언론보도였다. 어떤 가해 학생은 ”아, 뒈져버렸군, 주물럭거릴 녀석이 없어져서 심심하네” 라고 말했다고 하며, 어떤 가해 학생은 조문을 가서 관 속을 들여다보며 웃었다고 한다. -작가 하타사와 세이고-
지난해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학원폭력 문제가 공론화 된 이후 대한민국은 학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매일 보도되는 학원폭력의 끔찍한 실상은 대중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일본에서 2008년 초연되었고, 한국에서는 지난 1월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으로 명동예술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후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화제작으로 주목 받은 연극이다.
학교 회의실로 한 명씩 모습을 드러내는 가해학생의 부모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회의실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극도로 냉정한 시선으로 차분하게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죽은 여학생의 편지를 은폐하려는 학부모, 유령처럼 계속 나타나는 또 다른 편지. 고립된 공간에 압박해 들어오는 저항할 수 없는 힘의 대결이 이 작품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에는 학생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고 가해와 피해학생으로 지목된 학생의 부모들과 학교 선생들만 출연한다. 이 작품은 가해학생의 부모들이 사건을 회피, 은폐 하는 모습을 통해 진짜 어른의 부재라는 현대사회의 병폐와 현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부모들의 행동 속에 아이들의 모습이 투영되면서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아이들의 캐릭터도 무대 위 부모들의 모습과 비견할만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암전도, 무대전환도 없는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무대는 손숙, 김재건, 박용수, 박지일, 이대연, 길해연, 서이숙, 손종학 등 대한민국 대표 연극 배우들의 긴장감 넘치는 연기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방식은 낭독공연이었다. 13명의 배우들은 의자에 앉아 최소한의 움직임과 대사만으로 공연을 선보였고,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은 1시간 30분 공연시간 동안 숨소리를 죽여가며 배우들과 함께 호흡했다. 대본의 리딩에 지나지 않는 건조한 공연에서도 관객들은 가해 학생 부모들의 행동에 분노하며 참담해했고, 때로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450여명의 관객은 공연이 끝난 후 박수 갈채로 그들이 받은 묵직한 감정을 무대로 전달했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무거운 문제를 다룸에 있어 희화화 된 설정을 적절히 가미하여 작품의 재미와 묵직한 주제의식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다. 물고 물리는 가해자와 보이지 않는 피해자의 싸움, 그리고 마지막, 회의실을 떠나는 가해학생들의 부모 모습은 그 어떤 반전보다 더 강한 페이소스를 관객들에게 남긴다. 이 작품의 강렬함은 손숙, 김재건, 박용수, 길해연, 서이숙, 박지일, 이대연 등 대한민국의 대표 연극 배우들의 화려한 앙상블로 완성된다.

줄거리:
카톨릭계 명문 여자중학교 회의실. 이지메를 견디다 못한 여학생이 아침에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학생들의 부모들이 한두 명씩 회의실에 소집된다. 자살한 여학생이 자살 직전 담임과 다른 반 친구 등 4명에게 가해학생들의 이름이 적힌 편지(유서)를 보낸 것이 유일한 증거. 부모들은 “설마 우리 아이만은…”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잇달아 밝혀지는 진실들을 외면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단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모들. 그리고 끝내 아이들과 학교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편지를 빼앗아 불태우는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데...
기 간: 6월24일(일) ~ 7월29일(일)
시 간: 평일 8시 / 토 3시 6시30분 / 일 2시 5시30분
장 소: 세종M씨어터
주 최: SBS, 신시컴퍼니
티켓가격: R 60,000원 / S 50,000원 / A 40,000원
문 의: 1544-1555 (인터파크)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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