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들, 아리엘 도르프만 '윤리적 충격'
과부들, 아리엘 도르프만 '윤리적 충격'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2-05-14 11:04
  • 승인 2012.05.14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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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시와 소설, 희곡으로 다양하게 변주해 온 세계적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과부들’이 한국 무대에 첫 선을 보인다. <죽음과 소녀>, <경계선 너머>와 함께 저항 3부작으로 불리우기도 하는 이 이야기는 칠레 등 남미의 군부독재 치하에서 일어난 실종과 의문사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정치적이거나 선전적이지 않게 현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신화적 상상력을 더해 보편적 가치와 진실의 힘을 보여준다.

 
‘과부들’은 70년대 칠레의 피노체트 군사정권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리스 희랍극을 연상시킨다. 이 독특한 작품은 특정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사실주의 극이면서도 또한 모든 시대 모든 국가의 문제적 사건들을 환기시키게 하는 보편적 진실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섬세하고 깊은 내면연기의 소유자 예수정이 극단백수광부의 <그린벤치> 이후 8년 만에 극단 백수광부와 만나 강건하고 숭고한 희생과 저항을 표현하는 여인 쏘피아로,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이룬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 한명구가 현실적이며 실용적인 면이 강한 대위로 분하여 극도의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극의 흐름과 조화롭게 호흡하는 배우 전국향, 뛰어난 감성 연기의 소유자 이지하, <안티고네>에서 강렬한 연기력을 선보였던 박완규, 박윤정 등 배우 27여명이 함께 이 거대한 서사극을 채워간다.
또한 무대 위의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극의 깊이감을 더해주는 배우 오현경, 이호성, 이영숙의 특별출연은 극의 진정성을 더해줄 것이다.
 
잿빛 강가에 떠내려 온 시체의 소유권을 마을의 여인들 모두가 주장하며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어찌보면 단지 죽은 자들에 대한 예우 문제를 다룰 뿐이다. '과부들'은 수많은 실종자와 그들을 기다리며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 그들의 삶을 강렬하면서도 담담하게 보여 준다.  
 
줄거리:
 
계곡을 둘러싼 어느 작은 시골 마을. 지배층이 승리하고 군대가 강력하게 통제하는 가운데 이 마을의 남자들은 모두 실종되고 마을에는 여자들만이 남아있다. 여자들은 군대에 의해 끌려가 생사를 알 수 없는 남자들의 소식을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강을 따라 시체 한 구가 떠내려 온다. 군대에 의해 아버지, 남편 그리고 아들을 잃은 쏘피아는 고문에 의해서 부패해서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시체가 자신의 아버지라며 시체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그 지역에서 마을의 평화유지를 책임지던 군인 중위는 그녀가 그 시체에 대한 소유권을 허가 받으면 그 남자의 죽음에 대한 불편한 질문들이 제기될 것으로 우려해 비밀리에 그 시체를 불태운다. 그 사건 이후 강을 따라 두 번째 시체가 떠내려 온다.
쏘피아는 또 다시 남편의 시체가 확실하다며 장례를 치르기 위해 시체를 양도할 것을 주장하지만 마을의 화합과 새로운 시대로의 건설을 위해 새로 부임된 대위는 쏘피아의 주장과 상관없이 다른 과부에게 시체를 양도하고 장례식을 치르게 한다. 그러자 동네 여인 서른여섯 명 모두가 시체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모두 자신의 남편,아들,조카,형제,손자,삼촌이라고 주장하나 누구도 확실한 증거가 없다.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여자들은 강가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대위에게 통보하며 시위를 시작한다.
 

hojj@ilyoseoul.co.kr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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