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정부가 미국에 파견한 광우병 조사단이 귀국함에 따라 미국 광우병 사태에 대한 최종 공식입장을 11일 발표했다. 정부는 “미국산 수입쇠고기는 안전하지만 당분간 강화된 검사는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단 활동이 미국 측 입장 확인에 그치면서 신뢰성 논란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주이석 광우병 합동조사단장은 이날 오후 경기 과천 정부과천종합청사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난달 30일부터 12일 간의 현지조사 결과, 미국의 동물질병 관리시스템은 국제 기준에 맞게 잘 시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주 단장은 “미 농무부, 국립수의연구소, 렌더링시설(사체 처리장) 등을 방문해 미 당국이 광우병 젖소를 어떻게 발견해 처리하고 검사했는지 등에 관련해 자료 확인과 설명을 들었다”면서 “한국으로 수출되는 쇠고기의 도축가공 공장과 사료공장에도 들러 위생관리 실태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혀 검역중단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다만 국민의 우려만 불안을 감안해 현행 검역 강화 조치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하고, 매년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미국 현지 수출작업장에 대한 정기 점검도 이른 시일 내에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조사단은 현지조사 결과 미 농무부에서 보유하고 있던 ‘광우병 젖소’의 공식 귀표와 발생농장의 전자기록을 비교했을 때 광우병 발생 젖소의 나이가 10년 7개월령인 것을 확인했다.
또 광우병 발생 젖소에 대한 역학 조사를 통해 이 소가 낳은 송아지 2마리 중 1마리는 사산됐고 나머지 한 마리는 텍사스 주로 판매됐지만 광우병 정밀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조사단은 해당 젖소에 대한 광우병을 진단한 미 국립수의연구소도 방문, 광우병의 타입이 비정형으로 확인한 검사 결과 테이터도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사단의 현지 활동은 광우병 발생농장도 방문하지 못했고 농장주 역시 미 농무부 건물에서 서면 문답 하는 것으로 조사가 마무리 돼 사건 발생 현장은 가보지도 못한 채 결론을 내린 꼴이 돼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시민단체, “광우병 현지조사단 짜맞추기식 조사” 반발
광우병조사단 활동을 놓고 시민단체들은 짜 맞추기식 조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우병감시국민연석회의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수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지 조사단은 광우병 발생농장도 방문하지 못한 조사 권한이 없는 견학단에 불과하다”며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논리를 만들기 위한 짜 맞추기였다”고 규탄했다.
연석회의는 “광우병 발생농가를 방문해 광우병 발생 젖소의 사육일지, 이력관리기록, 사료일지 등 방역 체계 전반을 검토하는 것이 조사 핵심 사항이었다”면서 “조사단은 농장 방문도 못했고 농장주 면담도 서면면담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또 “불안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만큼 즉각 검역중단 조치를 단행하고 보다 실질적이고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일본은 연력을 알 수 없는 대장 부위가 수입되자 미국에서 받은 자료를 공개했다”며 “정부는 무엇을 조사했는지 조사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기호 민변 변호사는 “2008년 광우병 문제가 불거진 후 미국 광우병 정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없었다는 것이 오늘 부실한 유람단에 지나지 않은 결과가 나온 이유”라면서 “우리 자료가 잘 축적되었다면 현지 조사가 제대로 진행됐을 것이나 현실을 반대였다. 자료가 잘 축적되지 않아 조사도 엉터리였다”고 비꼬았다.
그는 “현재 미국의 수입위생 조건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본문 5항을 삭제하고 오래된 젖소로 주로 만드는 분쇄육이 수입되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수입위생조건의 재협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운석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우리 요구대로 선 수입 중단 후 조사 확인했다면 실효성 있는 조사를 했을 것”이라며 “수입중단을 안했는데 미국 정부와 농장주가 농장방문을 허용하겠냐”라고 비난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즉각적인 수입중단을 요구하며 12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광장 외에도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돼 정부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연석회의는 이와 함께 오는 16일 국민 모금을 통해 광우병 위험을 알리는 신문광도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야권 “광우병조사단, 미국 쇠고기 수입유지 대책반” 비난
정부의 최종입장 발표에 야당 정치권도 일제히 한 목소리로 비난을 쏟아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조사단 발표 직후 브리핑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가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조사단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조사단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유지 명목을 위한 대책반”이 아니냐며 비꼬았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미국 측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해 부실한 조사내용으로 국민을 속이려 하지 말고 수입위생조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의원과 박원석 19대 당선자도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예상했던대로 조사단은 미국 정부가 내세웠던 입장을 반복한 것이 고작”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장 농장 방문은커녕, 농장주 면담조차 칸막이를 두고 미 농무부 직원을 통해 서면 문답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달 미국에서 광우병 걸린 젖소가 발견되자 판매를 중단했던 롯데마트가 오는 12일부터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한다고 11일 밝혔다.
롯데마트 측은 이날 “‘광우병 합동조사단’의 결과 발표를 수용한다”면서 “안전하다는 결과가 발표됐고 판매 중단 기간동안 대평마트에서 소비자들의 혼선과 불안이 고조되지 않아 판매 재개를 결정했다. 일부 소비자들이 판매를 요구한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마트는 정부 대응을 지켜보겠다면서도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해왔고 홈플러스는 지난달 25일 정부가 ‘검역 중단’이 아닌 강화로 결정하면서 반나절 만에 판매를 재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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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