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총리는 이날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51년 1·4 후퇴의 전선에서 박 전 대통령의 조카딸인 박영옥 여사와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김 전 총리는 "당시 박정희 소령이 국수를 좋아했다. 1950년 6·25 전쟁 직전의 어느날 박 소령의 관사에서 국수를 먹는 데 못 보던 여자가 왔다갔다했다"며 박 여사와의 첫 만남을 회고했다.
전쟁이 터진 후 말라리아로 앓던 박 여사에게 김 전 총리가 의사를 구해주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박 여사가 비스킷, 빵 등 미국 야전식을 대접하며 인연이 이어졌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데리고 갈 생각이 없나. 지내보긴 뭘 지내보나.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 않느냐"며 결혼을 부추겼다고 한다.
1·4 후퇴 직후 대구에 있어야 할 박 여사가 "연락이 끊겨 죽은 줄 알았다. 확인하려 왔다"며 서울 육군본부로 김 전 총리를 찾아오면서 김 전 총리는 결혼을 결심했다.
이 때 대구의 한 교회에서 맺은 가약이 60년동안 이어져온 것이다. 김 전 총리는 "부침이 심했던 내 인생 아닌가. 매일 소식을 줄 수 없으니 매일 내 연락만 기다리며 좌불안석하느라 허송세월한 여인이다. 참 고마운 여인"이라며 결혼생활의 공을 아내에게 돌렸다.
그는 "내가 여자 갖고는 다투지 않았다. 그거 하나는 큰 소리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 여사에게 "어이, 59년 한 여인과 잔 멍텅구리 놈이 여기 있어"라고 농담을 던졌다가 "당신만 한 여자랑 잤느냐"며 혼쭐이 났다고 한다.
김 전 총리는 "결혼은 고생길을 택하는 것"이라며 "다른 거 몰라도 60년 한 여인과 살아온 그 마음은 젊은이들이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날 김 전 총리 부부의 회혼식은 서울의 한 식당에서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조촐하게 치뤄질 예정이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newsis.com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