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A교수 성추행 의혹 ‘일파만파’
중앙대 A교수 성추행 의혹 ‘일파만파’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2-05-08 10:47
  • 승인 2012.05.08 10:47
  • 호수 940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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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교수 성추행’ 몸살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지식의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교가 잇단 성추문으로 얼룩지고 있다. 지난해 5월 고려대 의대생들의 성추행 사건, 지난 3월 고려대 교수의 성추행 의혹에 이어 중앙대에서도 모 교수가 수년 동안 여제자들을 성추행한 사실이 대학 측 조사 결과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교수의 성추행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학생들은 “교수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성추행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한편 또다시 불거진 캠퍼스 내 성추행 사건에 무거운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 해당 교수의 해임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교내 곳곳에 붙고, 해당 교수 해임 서명이 이뤄지는 등 반발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중앙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중앙대에 ‘중앙대학교 성추행 A교수, 교단에 설 자격 없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이 대자보에는 ‘A교수에 대한 해임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는 내용의 글이 담겼다. 여기에는 해당 교수가 수년간 다수의 학생들을 성추행해 정신적 피해와 신체적 불쾌함을 줬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또 ‘A교수로부터 추행을 당했지만 진술하지 않은 학생들이 있다’며 ‘피해학생들이 진술을 꺼리는 이유는 교수라는 상대적 지위 차이로 인한 수직적인 관계의 위험 때문도 있지만 진술 일부가 공개됐었을 때 피해학생이 누군지 찾으려는 여론의 호기심이 두려워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점도 있다’며 피해학생들의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표시했다.

수년 전부터 공공연한 소문

A교수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 2월 중순께. 중앙대인권센터에 A교수로부터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는 학생들의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학교 측은 신고를 접수받은 이후 성폭력대책위원회를 구성해 3차례에 걸쳐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성폭력대책위원회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한 사건 보고와 신고자 3명과 참고인 자필 진술서 확보 및 확인, 해당 사건의 사실 여부 확인 절차를 거쳤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재학생을 비롯해 졸업생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지난 2월 말부터 벌인 사건 조사로 피해자 3명과 참고인 10여 명의 진술을 확보해 사건의 진상을 확보해 A교수의 보직을 지난 3월 말 정지시켰다. 해당 교수는 현재 직위해제된 상태로 강의를 맡고 있지 않다.

중앙대 인권센터 측은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A교수가 200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피해학생들은 A교수가 교수 연구실, 술집, MT장소 등에서 강제 키스를 하거나 가슴을 만지고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대학교 한 관계자는 “피해학생들의 진술에 따르면 A교수는 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개인 작업실로 부르기도 했다”며 “또 MT 장소에서 머리를 감고 나온 여학생에게 ‘네가 섹시해보인다’라고 하는 등 성적인 발언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A교수는 술자리에서 여학생들의 허벅지를 만지고, 허리를 감싸며 가슴에 기대는 등 상습적 성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며 “피해학생들은 신원이 알려질까 두렵고, 교수와 학생이라는 수직적 권력관계 때문에 성추행 문제를 공론화시키지 못했다”고 전했다.

총여학생회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성희롱에 대한 소문이 교내에서 공공연하게 나돌았다”며 “소문은 있었으나 피해를 당했다고 밝히는 사람이 없어서 사건조사를 벌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A교수는 학생들을 성희롱·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A교수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고 전했다. 총여학생회 관계자는 “A교수는 ‘제자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다’, ‘제자가 그런 식으로 생각할 줄은 몰랐다’, ‘그런 적 없다’며 관련 의혹을 일절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립학교법 상 징계 어려워

A교수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친 중앙대는 인사위원회를 거쳐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중앙대학교 관계자는 “징계위원회를 열려고 했었으나 절차상 문제 때문에 지연됐다”며 “징계위원회에 파면이나 해임 등 최고 수위의 징계를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교수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행 사립학교법상 교원의 성범죄 징계시효는 2년으로 2년이 지난 성범죄 행위는 징계시효를 넘겨 징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국립대는 교원의 성범죄 징계시효가 2년이나 감사원 또는 교육부 감사를 통한 처벌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총여학생회 관계자는 “피해학생들은 성추행 상처를 평생 안고 가기 때문에 피해 학생과 해당 교수를 격리시켜야한다는 것이 맞다. 지금 뿌리 뽑지 않으면 이런 피해가 속출할 것”이라며 “학생대표자들은 해임을 요구하겠다는 의견을 냈고 성폭력대책위원회에서도 학교 측과 학생대표자 측 모두 이번 사건에 강력하게 대응해야한다는 것에 의견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성추행 등 성에 관련된 문제에서는 피해자가 더 약자가 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경우도 피해를 당하고도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을 수 있다”며 “현재 A교수의 해임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2000여 명에 달하는 서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앙대 A교수 성추행 의혹 사건에서 보듯 대학가 성추행은 주로 여학생에 국한돼 있다. 또 피해학생들이 신원이 알려질 것을 우려해 신고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어 사건 해결이 어려운 편이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의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111개 대학의 학내 성폭력 관련 상담소에 접수된 사건은 모두 189건이었다. 이 가운데 교수와 학생 간 성폭력은 28건으로 19.2%에 달했다. 학생과 학생 간 사건이 88건으로 44.4%로 가장 많았다. 성폭력 특성상 접수되지 않은 사건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발생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내 성추행 사건 예방과 대책을 위해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총여학생회, 성폭력 상담소, 양성평등센터, 인권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들 기구의 전문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상담소의 사업예산은 1000만 원 미만의 대학은 111개의 대학 중 73.9%인 82개 대학이며, 1000만 원 이상의 대학은 26.1%, 29개 대학으로 집계됐다. 대학재정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은 성폭력 상담소의 예산은 활동의 제약을 가져온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성문제 예방을 위해 대학들은 관련 기관을 통해 대학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연 1회 이상 성희롱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성희롱 예방 교육 실시’에 대한 의무조항만 있을 뿐 ‘참석’에 대한 의무조항이 없어 성희롱 예방교육을 강제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choies@ilyoseoul.co.kr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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