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CJ그룹(회장 이재현)의 식품사업 분야가 골목상권 침해로 비판받고 있는 가운데 그룹의 양대 축인 미디어사업 부문도 골목상권에 뛰어들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CJ그룹의 계열사인 CJ파워캐스트(대표이사 이호승)는 국내 시장 규모가 300억 원 수준인 영화 CG 분야에 진출했다. CJ파워캐스트는 이재현 회장 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소유한 곳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지목되는 곳이다. 이 회장이 재산 상속을 위해 중소업체의 밥그릇을 뺏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CG분야 사업 확대… 중소업체 “다윗과 골리앗 싸움” 반발
이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재벌 경영권 승계에 밥그릇 뺏겨
CJ파워캐스트는 2003년 CJ미디어와 파워콤의 합작회사로 설립됐다. 당시 양사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송출대행 및 분배망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해 자본금 50억 원의 CJ파워캐스틀 설립했으며, CJ미디어가 70.1%, 파워콤이 19.9%, CJ시스템즈가 10%의 지분을 투자했다.
방송송출대행 사업을 기반으로 출발한 CJ파워캐스트는 이후 방송·영화 콘텐츠 디지털화, 옥외 디지털광고, 영화관 광고, 포스터제작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혔다. 그리고 지난해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AZworks’를 인수하고, VFX/Animation R&D Center를 설립하면서 CG분야에도 뛰어들었다. VFX/Animation R&D Center는 30여명의 석·박사 급 전문연구원을 확보하고, 통합 FX 시뮬레이션 기술, 가상화 기술 등을 2016년까지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5년간 약 2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CJ파워캐스트 등장으로 동종업계는 속병을 앓고 있다. 국내 영화계의 큰손 CJ가 영화 CG 분야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CJ는 영화산업과 관련해 투자, 제작, 배급, 상영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며 영화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때문에 CJ가 참여하는 영화의 CG 작업을 CJ파워캐스트가 독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국내 CG 시장 규모가 300억 원 수준에 불과해 ‘원가 후려치기’ 등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과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우려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팽배해 있다. CJ가 영화산업의 골목상권으로 불리는 CG업계 뛰어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자금력으로 우수 인력 ‘싹쓸이’
뿐만 아니다. CJ파워캐스트가 자금력을 앞세워 우수한 인력을 싹쓸이 하고 있다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CJ파워캐스트가 채용공고를 내면 기존 중소업체의 인력들이 빠져나가고, 중소업체는 기존 인력이 빠져나간 자리를 쉽게 채우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CJ파워캐스트의 지분 대부분을 이재현 회장 일가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이 회장이 자녀들에게 부를 물려주기 위한 수단으로 CJ파워캐스트를 선택하고 중소업체의 밥그릇을 뺏고 있다는 것이다.
회장은 2009년 8월 CJ파워캐스트 지분 19.9%를 주당 1만8000원(총 35억8200만 원)에 인수했고, 같은 해 9월에는 20.1%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 회장은 2010년 12월 자신의 지분을 자녀에게 모두 넘겼다. 아들 선호씨에게 24%를, 딸 경후씨에게 12%를 주당 3만962원에 처분했다. 이 회장의 친동생인 이재환 CJ제일제당 상무의 딸 소혜씨에게도 4%의 지분이 돌아갔다. 나머지 60%의 지분은 CJ시스템즈가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장은 CJ시스템즈의 지분 31%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이 주당 1만8000원에 취득한 주식이 1년여 만에 70% 가까이 상승한 점은 CJ파워캐스트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CJ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평가받는 CJ파워캐스트는 2005년 매출 110억 원에서 지난해 700억 원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8100만 원에서 90억 원으로 100배가 넘게 칫솟았다. 이와 같은 성과의 바탕에는 모기업의 일감 몰아주기가 있어 가능했다. CJ파워캐스트의 전체 매출 가운데 50%가량이 계열사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 이 회장이 자녀들에게 서둘러 CJ파워캐스트의 지분을 매각한 것도 지분 평가 금액이 앞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곽승준 위원장과 나눈 영화 산업 활성화가 “CJ파워캐스트(?)”
결국 이 회장이 CJ파워캐스트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CG 분야를 선택하고, 중소업체와의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이면에는 오너가의 지분승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또한 이 회장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이 술자리에서 나눈 영화 산업 활성화에 대한 논의도 결국은 CJ파워캐스트와 관련된 부분이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CJ그룹은 완벽한 지주회사 체계이기 때문에 CJ파워캐스트처럼 규모가 작은 일부 계열사로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시나리오는 말이 안 된다”며 “또한 이재현 회장이 아직 젊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를 논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곽승준 위원장과 이재현 회장은 오랜 친구이기 때문에 술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얘기를 나눴을 수도 있다”며 “이를 정권 실세와 그룹 오너 간의 청탁으로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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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