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19人 당선자에게 묻다] ‘李-朴 연대’ 대체로 ‘부정적’
[호남 19人 당선자에게 묻다] ‘李-朴 연대’ 대체로 ‘부정적’
  • 정찬대 기자
  • 입력 2012-05-08 10:27
  • 승인 2012.05.08 10:27
  • 호수 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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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호남에서 ‘계륵(鷄肋)’ 되다

▲ 지난 3일 원내대표 경선을 하루 앞두고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합동토론회에서 박지원 후보가 눈물을 닦고 있다.<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통합당 이해찬 상임고문과 박지원 최고위원이 ‘원내대표-당대표’를 놓고 손을 맞잡았지만 연대의 한 축인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은 이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의원들은 ‘이해찬-박지원’ 연대를 ‘담합’이자 ‘기득권 나눠먹기’라는 냉소적인 평가도 내놓았다.

특히 호남 민주계의 좌장이라 불리는 박 최고위원에 대해 “호남의 대표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역 정치권이 분열위기에 처했다는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호남 물갈이’ ‘호남 용퇴론’ 등 4·11총선 공천 과정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이들이 총선 이후 지역을 중심으로 ‘호남 정치력 회복’을 꾀하고자 했지만 ‘李-朴 연대’가 오히려 지역의 불협화음을 초래하면서 지역정치의 분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호남의 유력 대권주자가 없다는 점에서 당권은 호남지역 인사가, 대권은 비호남 출신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요서울]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호남지역 19대 총선 당선자 24명(광주 6명, 박지원 최고위원을 제외한 전남 9명, 전북 9명)과 전화통화를 실시한 결과 연대에 반대하는 당선자는 모두 7명으로 집계됐으며, 연대는 가능하나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답변은 7명, 적극 찬성은 2명으로 나타났다. 노코멘트는 3명이었고, 5명은 통화가 되지 않았다.

호남지역 의원 “박지원, 대표성 잃었다” 지적

호남지역 다수의원들은 이해찬-박지원 연대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과 실제 대선에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면서도 경선과정에서 특정후보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 같은 입장은 반대의견을 가진 당선자들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이들은 ‘李-朴 연대’의 성공 가능성도 낮게 점쳤다.

특히 국민참여경선 등 공정한 경선률에 따라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만큼 당대표나 원내대표에 따라 후보자의 유·불리를 결정짓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의 경우 이번 연대가 담합으로 비취는 만큼 대선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그런 점에서 ‘李-朴 연대’의 설득력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李-朴 연대’가 호남의 분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수 의원들이 이에 동조했으며, 특히 호남민주계의 좌장격으로 불렸던 박지원 최고위원이 이번 연대로 대표성을 잃은 부분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호남의 유력 대권주자가 없고, 호남 정치의 부활을 꾀한다는 측면에서 당권은 호남에서 맡고 대권후보는 비호남에서 배출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대표가 어렵다면 호남 측 인사가 원내대표를 맡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광주, 반대2-중도2-찬성1-노코멘트1명

민주통합당 광주지역 6명의 당선자 가운데 현재 손학규계인 김동철 의원과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강기정 의원(통화는 되지 않았으나 언론을 통해 반대의견을 밝힘)이 ‘李-朴 연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앞서 이에 대한 비판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던 김동철 의원은 지난 2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정치 원칙상 정도를 벗어난 행위로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연대가 당대표 경선과 대권후보 경선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이해찬-박지원 투톱체제에 대한 당내 비판이 적지 않은 만큼 연대의 성공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친노계 이용섭 의원은 연대에 대한 긍·부정 답변에 앞서 “친노와 비노의 대결구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특히 “정권교체가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이해찬-박지원 연대가 갈등으로 번지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광주지역 또 다른 당선자는 “‘李-朴 연대’는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분명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선자는 “민주당은 호남의 이미지가 강한데, 당내에서 호남은 소외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호남주자가 당대표를 맡으면 좋겠지만 연대를 함으로써 원내대표라는 현실적인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남, ‘중도’ 강세… 박지원에 대한 평가는 ‘반반’

전남지역 당선자의 경우 상당수 의원들이 ‘李-朴 연대’를 인정했지만 절차상에 문제는 많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박 최고위원이 호남의원들과 상의하고 협의한 후에 이를 결정했었더라면 좀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박지원 최고위원의 지역구가 전남인 점을 감안할 때 그와 친분이 있는 의원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 같은 평가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낙연 의원 등이 연대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명이 중도적 입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코멘트를 하지 않은 당선자는 1명이었다. 3명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남지역 의원들의 경우 호남 중진인 이낙연 의원이 원내대표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상태에서 박 최고위원이 이해찬 상임고문과 연대한 후 이를 전격 선언한 것은 호남의 대표성과는 동떨어진 행동이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호남의원들의 추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원내대표 출마를 결정한 것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점에서 박 최고위원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낮게 조사됐다. 일부 당선자는 “박 최고위원이 호남의 대표성을 지녔다는 점에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 평가를 내릴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그러나 “어느 정도 대표성이 인정된다고 해도 이번 계기로 인해 박 최고위원이 호남 대표성을 잃은 부분이 분명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또 다른 당선자는 “비록 이번 연대를 통해 박 최고위원이 비판받고 있지만 그가 호남 민주계의 좌장임에는 틀림없다”면서 “문재인-이해찬-박지원의 라인업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절차상 문제가 있었지만 대선에 맞는 구도로 짜인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물음에 응답한 전남지역 6명의 당선자들은 ‘李-朴 연대’가 향후 치러질 당대표 경선이나 대선후보 경선 나아가 대통령 선거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이해찬 전 총리가 당대표로 정해진 것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의원 개인의 의견과 당내 절차에 따라 대표가 결정되고 대선 후보가 선출되는 만큼 당·대권 경선과 이번 연대는 별개”라고 입을 모았다.

전북, ‘비판’ 강세… “초선들 향배가 당심 결정”

전북지역 당선자들은 ‘李-朴 연대’와 관련 초선 의원들의 향배에 따라 향후 당심(黨心)이 결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6월 9일에 치러질 당대표 경선이나 이후 진행될 대선후보 당내경선에서 당내 계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초선의원들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李-朴 연대’에 대한 정치적 향배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3일 민주통합당 초선 당선자 21명은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대한 반대 성명을 채택했다. 명단에 포함된 이들 가운데 전북지역 초선의원은 3명이 포함돼 있다. 전북지역 9명의 당선자 가운데 6명이 초선이며, 현재 이들 대부분은 비판적 입장이거나 중도적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연대를 반대하는 인사는 2명으로 조사됐다.

전북지역 한 의원은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맞서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 우리당의 대선후보가 되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또 다른 의원은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이 말해주듯 정치권에서는 이상과 현실사이에 충분히 양측의 연대와 연합이 가능하다”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최고위원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전북지역은 광주·전남지역과 다소 차이를 보였으며, 이들은 박 최고위원이 호남의 대표성을 띤다는 부분에서 비교적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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