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민영화 착수작업 발목 잡힐까 ‘전전긍긍’
동일토건, 부실PF가 워크아웃 착수 발판 됐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산은금융지주(회장 강만수)와 동일토건(회장 고재일)의 검은 거래 논란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달 초 동일토건의 압수수색에 이어 산업은행 부동산 PF담당 부부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PF대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가성 돈을 받고 조사를 소홀히 해 동일토건을 도운 혐의다. 그 결과 동일토건은 막대한 자금 대출을 받아 아파트 건설을 완공했지만 미분양사태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맞이하게 됐다. 산은 역시 막대한 피해와 민영화작업 착수의 암초를 만나게 됐다. 또한 현 정권 실세들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 회장도 ‘MB맨’으로 분류돼 활동반경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칫 이번 악재가 핵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일로 산은의 기업공개(IPO)가 올해 안에 성사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PF대출 한 번에 수 십억 원 뇌물 보낸 이유는 무엇
건설경기 악화로 줄도산 건설사·금융사 늘어날 것
서울남부지검이 동일토건의 아파트 브랜드인 동일하이빌 본사를 압수수색한 것은 지난달 10일. 이 회사가 2002년 4월부터 2008년까지 전국 각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대규모 허위 분양을 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동일토건은 임직원들에게 허위 분양을 받게 한 뒤 이를 담보로 시중은행에서 900억 원을 대출받아 일부를 공사비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또한 이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대출이 진행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망을 좁혀가던 중 산업은행 간부가 연루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비정상적인 대출 뒤에 검은 거래가 있었던 것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산은 부동산 PF담당 A부부장은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동일토건 직원 B씨로부터 동일토건이 추진하는 대구 상동 소재 아파트 건설 PF에 대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탁을 받은 A부부장은 PF추진을 위한 사업타당성 평가를 고의적으로 소홀히 한 것으로 조사됐다.
A부부장은 이러한 청탁의 대가로 현지 아파트 3채에 대한 계약금 일부를 대납 받아 약 6억4000만 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사정당국은 현재 이 시세차익을 뇌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산은과의 거래가 동일토건 워크아웃 착수 '단초'
동일토건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대구 상동 ‘동일레이크시티’ 완공에는 성공했지만 미분양 사태로 인해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고,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단초가 됐다.
‘동일레이크시티'는 중대형 위주의 매물로 1411가구 규모였으나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준공을 마친 뒤에도 전체 가구 수의 40% 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았다.
그 결과 동일토건은 2010년 12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뇌물로 문제가 된 대구 상동 PF사업장을 비롯해 경기도 용인 PF사업장의 대출만기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만약 뇌물 등의 거래로 대구 상동 PF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동일토건이 워크아웃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동일토건 측은 “당시는 대다수 금융사가 PF추진을 요구한 시기였다”며 “부동산 시장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회사가 어렵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워크아웃의 배경이 뇌물로 인한 PF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회사가 어떠한 사업도 추진하지 말라는 이야기”라며 다소 억울함이 있음을 피력했다.
당시의 건설 시황을 살펴보면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전반이 어려웠던 시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불법을 저지른 것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기도 하다.
사정당국은 또 산업은행 A부부장에게 배임 혐의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 PF로 인해 산업은행이 막대한 손해를 입어서다.
검찰은 대구 상동 PF의 대규모 미분양으로 인해 산업은행이 약 3900억 원의 부실채권을 떠안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 같이 발생한 부실채권을 지난해 1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할인 매각해 넘겼다.
산업은행은 이번 검찰 조사와 관련해 “회사 내부적으로 확인한 것은 없다”며 “현재 해당 직원은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하지만 산은은 지난해 12월께에도 부행장 B씨가 SLS그룹 이국철 회장이 정치권에 로비를 벌일 당시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수사까지 받은 바 있다. 이후 채 1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사한 일로 또 다시 이름을 올린셈이 됐다. 때문에 산은 주변에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유사 사건들이 더 있을 것이란 풍문도 제기되고 있다.
중견건설사들이 건설 수주를 하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PF대출 자금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와 유사한 비리는 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타 금융권도 건설사 PF대출 과정에서 무리를 빗고 검찰의 수사를 받은 전례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제2저축은행의 부실사태도 중견건설사들의 파행에서 시작됐다는 언론보도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강만수 회장, 민영화 의지 높지만…
이 같은 논란으로 강 회장의 민영화 작업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산은금융지주는 현 정권하에서 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내부 직원이 뇌물 의혹을 받고 있는 터라 인수합병의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인 도덕점수의 깎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야당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IPO를 하기 위해서는 발행한 채권에 대한 정부의 보증을 받아야 하며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인데 6월과 9월 두 차례 열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올해 IPO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권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강만수 회장의 IPO에 대해 여권이 쉽게 도와줄 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 노조의 우려 표명도 걸림돌이다. 인수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노조의 한 관계자는 “늘 그랬듯이 금융권은 M&A가 성사되면 얼마 못가 인력감축이 뒤따른다. 산업은행 역시 민영화에 따른 구조조정의 폭이 얼마만큼 클지 벌써부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안에 우리금융 민영화와 산은금융 IPO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금융의 경우 인수자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며 산은금융은 정부 보증안 국회 통과라는 난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