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가도 안성맞춤 ‘체질’ 있다
대권가도 안성맞춤 ‘체질’ 있다
  • 이금미 
  • 입력 2005-10-24 09:00
  • 승인 2005.10.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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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대통령 선거는 아직 멀었어도 대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차기 주자들의 물밑 신경전은 치열하기만 하다. 비교적 행동반경이 자유로운 야권 주자들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이를 가꾸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으며, 현직 대통령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입각한 여권의 주자들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내년 1월, 당 복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권경쟁에 나설 태세다.

이에 지령 600호를 맞은 <일요서울>은 ‘사상의학’으로 차기를 노리는 대권 주자들의 기본적인 성향을 분석하고 이들의 장·단점 및 리더십 유형을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상의학전문의로 구성된 4인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고건 이명박 정동영 김근태 박근혜 손학규 등 6인의 대권 후보들에 대한 체질분석을 의뢰했다.‘사상의학’으로 대권주자들의 리더십을 진단한 결과를 공개하기 전에, 체질의 우월성을 따지려는 시도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태양인(인구 대비 0.01%) 태음인(50%) 소양인(30%) 소음인(20%) 등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점잖게 앉아 묘안 궁리

먼저 차기 대통령감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고건 전 국무총리. 겉으로 드러난 외형에서부터 ‘태음인’의 기질이 엿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목소리는 저음이며, 언론에 비친 모습은 굉장히 신중하고 서두르지 않는다는 게 주된 이유다. 고 전 총리가 걸어온 길을 더듬어 본다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는 분석이다. 표정에 변화가 없고,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관리하는 처세술에 능하다는 것. 신동준 대왕한의원 원장은 “고건 전 국무총리는 현재 정치와는 거리가 멀지만 오랜 행정가로서의 기질이 그대로 몸에 배어 있다. 섬세하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의 기질상 태음인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태음인의 기질은 원숙미와 신중함으로 압축된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 포커페이스에도 능하다. 점잖게 앉아 이해관계를 따진 후 반드시 묘안을 궁리해내는 기질은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성격이 우유부단하고 과단성이 부족한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해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고 한다.

관심분야, 벌이는 일 다양

이명박 서울시장의 경우 소양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렇다면 왜 소양인인가. 굴곡은 있었으나 시대에 맞게 변화해온 사람이라는 데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신동준 원장은 “넉넉지 못한 가정환경, 20대엔 민주화 운동, 30대에 들어서는 현대건설에서 최연소로 CEO의 자리에 올랐다. 이후엔 정치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데서도 소양인 기질이 드러난다”고 전했다. 김혁 동서한의원 원장은 “추진력이 있고 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고 평했다. 거창하게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모습에서도 소양인의 기질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

최근 사상의학으로 CEO 29명의 리더십을 분석, ‘활인의 리더십’을 펴낸 허훈 박사도 이 시장을 소양인으로 진단했다. 소양인은 혈기 넘치는 청소년에 비유되곤 한다. 굳센 기상, 민첩하며 일에 대한 야망도 크다. 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상사에게도 대드는 스타일이라는 것. 다분히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기감정을 억제하는 데도 서툴다는 지적이다. 관심 분야가 다양해 일을 벌여놓은 것도 많다. 용두사미격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도 소양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 장점이 잘 발휘된다면 급변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지나치게 자신을 과장하고, 정확한 판단 없이 행동으로 옮기게 돼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승부예측 후 행동 옮겨

다음은 내년 1월쯤 당에 복귀할 것으로 보이는 여권 주자들 중 정동영 통일부 장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그에 대한 분석이 가장 까다롭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 장관은 언론인 출신으로 극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연출에 잘 훈련돼 있다는 것. 때문에 본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대부분이 그에 대한 진단을 유보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우 드러나는 모습이 소음인 체질에 가깝다는 결론이다. 김혁 원장은 “소음인의 특징 중 하나는 대외적인 모임관계를 못하지만,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잘 챙기고 잘 모집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대인관계가 넓지 못하지만 자신의 사람들이라는 결론을 내리면 추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신동준 원장 역시 “외향보다 내실을 추구하는 김 장관의 정치 스타일로 미루어 보아 소음인 체질”이라고 진단했다. 소음인은 승부예측 후에 행동으로 옮기는 기질이 강하다고 한다. 오래 앉아 연구하고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면 정면승부도 불사한다는 지적이다. 논리가 확실하고 준비가 돼 있다면 추진력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치밀하고 섬세한 소음인은 이해력이나 판단력이 다른 체질보다 뛰어나고, 논리적인 능력과 객관화의 능력도 높다는 분석이다. 겉으로 유연해 보여도 속으로는 강한 것이 장점. 그러나 차가운 면이 많다는 것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소음인의 이러한 기질 때문에 앞서 언급한 정 장관을 소음인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신동준 원장은 “정치권에 편입한 이후 승산이 있는 게임에만 나선 정 장관의 행보는 소음인에 가깝다”고 전했다.

영웅심에 휩싸일 수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의견은 태음인과 태양인으로 양분된다. 우선 태음인이라는 시각. 기본적으로 속을 감추고 준비를 철저히 한다는 점에서 고 전 총리와 비슷한 면모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고 전 총리와 박 대표는 이들의 성장배경이 그렇듯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여성과 남성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혁 원장은 “여성은 대부분 자신의 것을 내보이지 않는 성격이고, 또한 퍼스트레이디로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언론에 비치고 있는 모습이 전부는 아닐 것”이라고 최종 판단을 유보했다.

그러나 박 대표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태양인으로 분석한 그는 “부친의 강렬한 눈빛이 박 대표의 것에도 묻어나고 있다. 때문에 박 대표에게도 태양인의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태양인은 기본적으로 전체의 흐름 속에서 사리분별에 능하다고 한다. 과단성, 진취성, 창의성 등은 태양인의 장점이며, 이러한 장점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공적인 일도 원활하게 처리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방법과 지략이 뛰어나고 결단력도 뛰어나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계획성이 부족하고, 남을 공격하기도 하며 웬만해선 물러섬이 없다는 것. 지나치게 슬퍼하고 화를 내는 성품도 태양인의 특징이라고 한다. 단점이 지나치면 영웅심과 자존심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고, 일을 그르치면 자신을 업신여기는 기질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만들어진 캐릭터 상당수

마지막으로 손학규 경기도지사. 정 장관에 이어 그의 체질에 대한 분석도 유보적이다. 남성이지만 여성적인 측면이 강하고 외향보다는 내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김근태 장관과 같은 소음인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때’를 기다려 내면에 감춰진 진짜의 것을 드러내는 정치인들의 특성상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김혁 원장은 “체질을 구분할 때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 즉 체형, 용모, 음성 등을 살펴본다. 또 성격 및 사고방식, 행동유형, 그리고 평상시의 마음 씀씀이도 관찰 대상이다. 그리고 질병에 따른 약 처방의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린다”고 전했다.

종합적으로 진단해야만 정확한 체질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격의 장·단점과 신체적 특징 등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와 성격만으로 체질을 분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의 내면세계는 밖으로 드러나는 것과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 특히 정치인의 경우 임의로 만들어진 캐릭터이이기 더욱 그러한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한의학과 교수는 “실제로 정치인을 대상으로 체질분석을 해본 결과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귀띔했다. 자신의 체질이 갖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거물 정치인일수록 전혀 다른 체질의 모습으로 대중앞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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