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초대석] 김희일 서울홍산문화중국도자박물관장
[인물초대석] 김희일 서울홍산문화중국도자박물관장
  • 고동석 기자
  • 입력 2012-05-07 10:31
  • 승인 2012.05.07 10:31
  • 호수 940
  • 22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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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잠자는 중국도자유물 먼지 털고 깨어나야”

▲ 김희일 서울홍산중국도자박물관장.<정대웅 기자>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고동석 기자] 최근 들어 중국 고미술품이 국내 소장가들 사이에서 신종 재테크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고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중국 진품 유물이 고가에 거래되는 것은 물론, 미래 투자 차원에서 소장가치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중국 고미술품 전문가들은 국내 들여왔던 수만 여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지금도 수입상을 통해 계속해서 들여오고 있다. 대다수가 송(((() 나라 시대 도자기들이다.

그러나 이들 유물은 국내 자산가들 사이에서 진품 연구와 안목이 부족해 감정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보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 잠자고 있는 중국 고미술품의 이해 부족을 돕기 위해 감정평가 세미나와 경매 행사들이 근래 들어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 

고미술품으로 분류되는 세계 도자기 경매시장에서 중국 송(((() 4대 왕조시대 도자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도자기는 종류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생산지와 연대, 형태와 색감, 문양, 유약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희귀 진품일 경우 경매 가()는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을 호가한다.

중국 감정전문가도 감탄한 국내 유일의 중국도자박물관

이런 중국 도자기 200여점을 전시하는 곳이 서울에 있다. 바로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위치한 홍산문화 중국도자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장본인은 뜻밖에도 독일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한 김희일 관장이다. 지난 20104월에 개관한 이 박물관에는 한 눈에 봐도 휘황찬란한 중국 도자기들이 귀한 자태를 뽐내듯 진열돼 있다.
 
김 관장은 “40여 년간 모은 중국 도자기들을 지난 몇 년간 중국의 고궁 박물관 전문 감정가들을 초청해 안목 감정을 했고, 수차례 걸쳐 가지고 있는 소장품들을 북경으로 가져가 과학검증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도자기를 감정하는 방법에 대해 전세품 혹은 출토품 유물들을 도자기의 표면과 유약, 굽의 모양, 도자기의 형태와 문양 등을 관찰하는 안목 감정과 도자기의 태도나 유약, 안료를 이화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해 그 특징을 통해 생산지와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 개관 당시 중국국가문화감정위원회 손학해 상임위원은 “70여년간 중국의 자기를 비롯해 옥기, 청동기 등 수많은 유물들을 연구하고 감정해왔다서울 홍산 문화중국도자박물관은 장소는 협소하지만 소장한 유물의 면면을 볼 때 질적으로는 어느 박물관에도 뒤지지 않는 진귀한 유물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손 상임위원은 ()대 청화백자도관, 매병, 유리홍, 편병, ()대의 삼족노를 비롯한 각종 도자, 선덕(宣德) 연간의 황지청화백자관, ()대의 법랑채 등은 특히 진귀한 자기들로 꼽을 수 있다이 박물관은 향후 해외 박물관 중에 중요한 중국 도자기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사료된다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유럽서 한국인 최초 갤러리 오픈

중국 도자기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국가 공식 감정위원의 입에서 극찬에 가까운 평가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이 모두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수준의 진품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는 중국 도자기를 개인적으로 연구하고 수집해온 김 관장의 전문적인 식견과 탁월한 안목을 엿볼 수 있다.

김 관장은 파독 광부 출신으로 독일 보쿰(대학에서 법학과 서양미술사를 전공한 남다른 인생역정을 걸어왔다. 그런 그가 40여년동안 유럽 전역을 돌며 중국 도자기를 수집하게 된 계기는 독일에서 여행 가이드 생활할 당시 16~17세기 유럽 황실과 귀족들의 고성(固城)차이나 살롱(China Salon)’이란 전시 공간에 중국 도자기이 진열돼 있는 것을 보고 그 예술성과 진가에 매료되면서부터였다.

그는 여행 가이드로 벌어들인 과분한 수입 때문에 독일에서 추방될 뻔했던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학업을 병행하고 있었기에 독일을 떠날 수 없었던 그는 1978년 한독 의원 연맹회장 슈바르쯔 씨의 도움을 받아 유럽에서 한국인 처음으로 갤러리를 열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고미술품 수집에 뛰어들어 우연한 기회에 한 소년의 초상화를 당시 한국 돈으로 6천만원에 구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갤러리에 전시해둔 이 그림을 감정가에게 보여줬는데 그림 구입 금액의 40배를 주고 사겠다고 제의한 것이다.

대금은 현금과 감정가가 소장했던 스페인 대표작가 벨라스케스 소년상을 받았다. 김 관장은 갤러리 사업이 고미술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식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기도 했지만 예술품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그의 안목도 타고난 측면이 있었다. 그렇게 유럽에서 지구 3바퀴를 돌면서 수집한 것이 지금 그가 소장한 수백여점의 중국도자기들이다.  

국내 중국도자유물 커뮤니티 공유 확대돼야

김 관장은 2002년 독일에서의 갤러리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해 아트뱅크 갤러리를 열었다. 그런 점에서 아트뱅크 갤러리는 그의 인생행로를 차곡차곡 모아놓은 곳이다.
 
1층과 2층 갤러리로, 3층은 서울홍산문화중국도자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중국 도자기 경매시장에도 눈을 돌려 지난해 서울아트뱅크경매를 설립했다가 트루이스트로 회사 명칭을 바꾸었다. 김 관장은 회사 이름을 트루이스트로 바꾼 이유에 대해 단순한 경매회사가 아닌 동방의 진실또는 진정한 동방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했다.

트루이스트는 국내 중국 도자기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고자 중국 송원명청조자포럼 조직위원회를 결성하고 지난해 7월초 3일간 포럼을 개최했다. 제주도에서 열린 포럼은 중국기업인, 세계화상투자유치행사 차원에서 중국도자학술세미나와 경매행사를 함께 진행됐다.

김 관장은 올해에도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중국 고미술품 감정 학술세미나를 열 계획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트루이스트와 중국수장가협회 민족예술품수장위원회가 주최하는 오는 9월 예정돼 있는 제주 중국고미술품 경매행사를 위한 사전행사의 일환으로 국내 소장가들의 중국도자기 사전 감정행사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달 9일부터 3일간 이뤄진다.

김 관장은 국내에서 중국도자기 경매시장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소장가들의 집안 깊숙이 보관돼 있는 중국 도자기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겠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예술품의 가치를 인정받고 진품과 가품을 제대로 감정 받아 제 가치를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번 경매행사와 관련해 그는 나는 국내 소장가들이 중국 도자기를 단순히 소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가치를 제대로 알고 스스로 식견과 안목을 넓혀 중국 도자유물에 대한 커뮤니티를 공유하길 바라는 뜻에서 매년 경매 행사를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kds@ilyoseoul.co.kr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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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다 2020-08-17 00:41:28 218.37.8.92
사기 치지마시요 전부 방품 이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