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 감히 밟다니… 치고 빠지기 용서못해
이명박이 감히 밟다니… 치고 빠지기 용서못해
  • 홍성철 
  • 입력 2005-10-24 09:00
  • 승인 2005.10.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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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한나라당 전총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칩거생활’을 해온 이 전총재는 최근 공개 대중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등 정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서울 남대문 사무실을 찾는 횟수도 부쩍 늘었고, 보수원로 1만여명이 발표한 ‘제2 시국선언’에도 이름을 올렸다. 정치권은 이 전총재가 정계복귀를 위한 정지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 전총재는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회동을 갖는 등 여야를 망라한 핵심 인사들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전총재가 정계복귀에 만족하지 않고 대권3수에 도전하기 위한 마스터 플랜도 이미 구상이 끝났을 것이란 섣부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회창 복귀론’이 ‘대권 재도전’으로 급변하고 있는 분위기다.정가 주변에서 ‘이회창 복귀설’이 나돌았던 것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눈에 띄게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 전총재의 행보에 비춰 볼 때 이번에는 단순히 ‘설’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란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정계복귀 수순밟기

실제로 이 전총재는 10월이후 외부행사에 자주 참석하면서 젊은층 및 지인들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8일 자신의 남대문 사무실에서 정치·외교학 등을 전공하는 대학생 20여명과 미팅을 가졌고, 14일에는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 참석했다. 또 18일에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영화배우 심은하씨 결혼식에 모습을 드러냈다.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보도 서슴지 않고 있다. 보수원로 1만여명이 18일 발표한 ‘제2 시국선언’에 서명했고, 23일에는 대구동을 재선거에 출마한 유승민 전의원을 지원사격하기 위해 대구를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이달 말쯤에는 지인들과 산행도 계획돼 있다.한동안 잠잠했던 ‘이회창 복귀론’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게 된 요인들이다.

이 전총재의 일련의 행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들은 “정계복귀 수순을 밟고 있다”는 시각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전총재가 정계복귀에 만족하지 않고 이미 대권3수 플랜을 가동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명분과 시기를 조율하고 있을뿐 이 전총재는 언젠가 정계에 복귀하고 이후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걷게 될 것이란 관측.이러한 관측에 비춰 볼 때 강정구 교수 파문으로 정국이 좌우 대결구도로 치닫고 있는 현상황은 이 전총재에게 복귀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이 전총재는 보수기득권층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인사.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등 한나라당내 차기주자들이 당내 지분 및 고정 지지세력을 분할하고 있지만 이 전총재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한나라당의 주요 지지층인 보수 기득권세력은 이들 잠룡들 보다 이 전총재에게 변함없는 지지와 애정을 보내고 있다.

정국이슈가 보-혁구도가 아닌 좌-우 대결로 비화될 경우 극우 세력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전총재의 역할론은 자연스럽게 부각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그가 정계에 복귀하는 명분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실제로 이 전총재의 지지모임인 ‘창사랑’은 지난 20일 강원도 강릉에서 ‘명예회복 및 정계복귀 촉구대회’를 열고 이 전총재의 정계복귀를 촉구했다. 대구(5월)와 대전(8월)에 이어 전국 투어 세 번째 행사였고, 광주와 부산(11월), 인천과 수원(12월)에서도 대회를 가질 예정이다.창사랑 대표인 백승홍 전 의원은 이날 대회사에서 “이회창님은 본인의 명예만을 위해 정계은퇴를 고집하는 소아병적인 사고를 청산하고, 조국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정치일선에 하루속히 복귀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며 이 전총재의 정계 복귀를 촉구했다.보수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는 뉴라이트 모임도 이 전총재에게 끊임없이 정계복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지않은 대망론

하지만 이 전총재는 그동안 이러한 구애의 손길을 애써 외면했다. 측근들도 “이 전총재가 정계에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복귀설을 일축해 왔다.이 전총재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아직 복귀 명분과 때가 아니라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부인’으로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 이 전총재가 ‘대망론’을 완전히 접지는 않았을 것이란 게 중론.정가 소식통들은 이 전총재는 이미 대권3수 도전과 관련한 마스터플랜을 짜 놓고 치밀한 계획하에 정치행보를 걷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전총재의 정치활동은 이미 시작됐고, 구체적인 플랜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란 게 이들 소식통들의 전언이다.이 전총재는 최근 자신을 폄하한 이명박 시장에 대해 대로하며 측근을 통해 강한 불쾌감을 표현한 바 있다.

감정 표현을 극도로 자제하는 이 전총재의 스타일에 비춰 볼 때 극히 이례적이다. 게다가 정계를 은퇴한 노정객이 혈액형이 같은 차기주자의 실언(?)을 문제삼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그렇다면 이 전총재는 왜 이 시장의 실언을 그냥 웃고 넘겨 버리지 않았을까. 이와관련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 전총재의 대권 복심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좌-우 대결구도 정국에서 ‘이회창 역할론’이 재부상, 복귀 명분을 잡은 이 전총재가 당내 유력한 차기주자인 이 시장의 실언을 빌미로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이 중진은 해석하고 있다.정치권 주변에서 나돌고 있는 이른바 ‘박근혜-이회창 대권밀약설’과도 연관되어 있을 것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박 대표와 이 전총재가 청계천 특수를 등에 업고 승천하고 있는 이 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대권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는 게 밀약설의 골자다.

이 전총재는 복귀하려면 당권을 쥐고 있는 박 대표의 도움이 절실할 것이고, 창심(昌心)을 빌려서라도 이 시장의 고속주행을 제어하고 싶은 박 대표의 계산이 맞아 떨어진게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실제로 두 사람은 최근 두어 차례 단독 회동을 갖고 현안문제 등을 조율한 바 있다. 이 전총재의 측근인 유승민 전의원을 대구동을 재보선에 공천한 것은 밀약설을 뒷받침하는 신호탄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또 이 전총재가 침묵을 깨고 이 시장을 강력 성토하고 나선 배경에도 두 사람의 밀약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란 의혹도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밀약설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 전총재의 정계 복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전총재는 내심 대망론에 강한 미련을 가지고 있는 만큼 어떤식으로든 대권3수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와관련 이 전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이 전총재가 아직은 ‘정계복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나라가 혼란스럽고 국민들이 그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느낄 경우 이를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며 대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놨다.정치권 관계자들도 이 전총재가 정계은퇴 이후 절제된 행보속에 남몰래 추진한 몇가지 사례를 들며 그의 대권3수 도전 가능성을 예단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다름아닌 선친의 묘 이장.

이 전총재는 지난해 4월 충남 예산에 위치한 선친 묘를 한때 ‘왕기 서린 명당’으로 화제가 됐던 신양면 하천리로 이장했다. 92년 대선 패배후 정계를 은퇴했다 95년 정계에 복귀한 DJ가 경기도 용인군으로 선친 묘를 이장한 후 97년 대선때 당선된 사례에 비춰 볼 때 이 전총재도 꺼지지 않은 ‘대망론’을 염두에 두고 선친 묘를 이장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정계복귀 및 대권3수 도전설이 끊이질 않고 있는 이 전총재. 대망론과 관련한 그의 복심은 무엇인지, 또 언제 어떤식으로 그 속내를 드러낼지 이래저래 정가의 이목이 이 전총재의 정치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anderi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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