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황제 리스트’에 이은 ‘사채왕 리스트’?
‘룸살롱 황제 리스트’에 이은 ‘사채왕 리스트’?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2-05-02 10:31
  • 승인 2012.05.02 10:31
  • 호수 939
  • 2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동 사채시장 1천억대 자금운용 큰 손 경찰 향응 금품 제공

▲ 경찰관 수십명이 사채업자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명동 사채 시장에서 1000억 원대의 자금을 운용해 이른바 ‘사채왕’으로 통하는 거물 사채업자로부터 경찰관 수십 명이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가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룸살롱 황제 리스트에 이어 사채왕 리스트까지 등장하면서 경찰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형사2부는 국내 최대 사채업자 최모(58·구속기소)씨와 함께 수차례에 걸쳐 경찰관 수십 명에게 수사청탁 및 사건무마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한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로 브로커 유모(64)를 구속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2009년 2~5월 거대 사채 시장의 큰 손인 최씨에게 접근해 “경찰관들에게 로비해 경쟁자를 수사받도록 해주겠다”며 청부수사 명목으로 4~10차례에 걸쳐 3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가 2007년 지인이 마약사건에 연루되자 사건 축소를 청탁하며 현금 5000만 원을 쇼핑백에 담아 경찰에게 건넨 적 있다는 진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09~2010년 유씨가 최씨에게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긴 뒤 최씨가 지목하는 사람들을 수사하도록 경찰에 로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밖에도 유씨는 2010년 1~2월 경기지방경찰청에서 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로부터 청탁비 명목으로 500만~1000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는 최씨의 경쟁자들을 경찰에 허위 고소하거나 최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직원들에게 경찰에 허위 진술하도록 강요한 사실도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검찰은 최씨와 유씨가 허위 고소를 일삼고 허위 진술을 강요한 배경에 경찰관들과의 친분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 최씨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사건을 축소하거나 청탁 수사를 해준 경찰관들의 신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확보한 경찰관들은 대부분 서울과 경기 수도권 일대에 근무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금품을 받아간 경찰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씨 등의 진술과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뇌물을 받은 경찰관들의 신원 파악에 나섬에 따라 경찰 수십 명이 검찰의 줄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를 두고 경찰에 대한 검찰의 표적 수사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에 수사축소 지시와 모욕·폭언이 있었다며 경찰에 고소당한 검사가 근무하고 있어서다.

한편 최씨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장사 3곳에 유사증자 대금을 가장납입할 수 있게 총 373억 원의 자금을 빌려준 뒤 ‘가장납입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해 9억3000만 원을 뜯어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지난 9일 구속 기소됐다.

choies@ilyoseoul.co.kr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