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 정치부장들이 전하는 ‘충청민심’
현지 언론 정치부장들이 전하는 ‘충청민심’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1-01-31 18:30
  • 승인 2011.01.31 18:30
  • 호수 875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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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충청서 이기면 대권 잡을 수 있나
지난해 6월 지방선거 투표가 마감된 후 대전 서구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장인 대전무역전시관에서 개표관련 직원들이 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충청 민심은 그동안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왔다. 그동안 영남과 호남이 제각각 일정한 지역색을 형성, 특정 정당과 긴밀한 연대를 갖고 있는 가운데 충청 지역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이후 뚜렷한 맹주의 부재로 부동층을 형성해 왔다. 이런 부동층은 대권을 꿈꾸는 잠룡들에겐 좋은 사냥터가 된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인가 충청권이 지지하는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곤 했다. 당별 지지층이 폭넓게 포진해 있어 충청 지역 선거가 대선 축소판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최근에도 2012년 대선을 노리는 ‘잠룡’들은 최근 충청권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일요서울]은 설을 맞아 충청지역 언론사 정치부장들이 말하는 충청 민심을 들어봤다. 인터뷰에는 송영순 대전일보 정치부장, 최재헌 중도일보 정치부장, 엄경철 충청투데이 충북본사 정치부장 등 3명이 참여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부동의 1위

충청지역 언론사 정치부장 3명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충청민심이 타 주자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시 원안 사수를 이끌어 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충청 민심을 사로잡는데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대체적이었다.

“대전일보와 한국지방신문협회가 최근 신년특집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표가 여야 타 주자들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였다. 여야 후보를 통합해 조사 했을 때는 30%대의 지지율을 보였고, 여권 유력주자군만 따로 뽑아 조사했을 때는 40%대 지지율이 나왔다. 과거 세종시 문제를 두고 여권이 모두 수정안을 밀어부칠 때 박 전 대표만 원안 플러스 알파를 고수한 것 때문에 대전·충남 지역에서는 친박에 대한 정서가 강하다.” (송영순)

“현재까지는 박 전 대표가 타 주자들보다 많이 앞서가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세종시 원안 사수에 성공한 것이 충청민심을 사로잡은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전통적으로 충청권은 보수적인 성향이 짙다. 지난 해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지지도가 상승했지만 박 전 대표의 보수적 성향이 세종시 같은 지역 현안과 맞물려 상대적으로 타 주자들에 비해 부각되고 있다.” (최재헌)

“박 전 대표에 대한 충북 지역 사람들의 민심이 원래 그리 나쁘지 않다. 충북 지역은 고 육영수 여사의 생가가 있어 친박 정서가 있다. 대전·충남만큼은 아니지만 지난 해 6월 지방선거 당시 세종시 영향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원래 지방선거에서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참패를 당한 것이다. 민주당에게 지사 자리까지 내주지 않았나.” (엄경철)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 충남과 충북 엇갈려

인터뷰에 참여한 정치부장 3명 가운데 2명은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을 야권의 유력한 대권 후보로 내다봤다. 유 원장의 개혁의지가 충청지역 젊은 층에게 어필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반면 충북지역에서는 유 원장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었다.

“신년 여론조사결과 유시민 원장이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등 야권주자들을 제치고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 지역정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추후 야권 단일후보로서 박 전 대표와 대결했을 때 유 원장이 좀 더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전·충남은 지지층이 황금비율로 나눠져 있다. 호남, 영남권에서 전입한 인구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지지층이 혼재돼 있다고도 말한다. 현재 야권 후보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대선구도는 거품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송영순)

“유 원장의 경우 생각했던 것 보다 지지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보통 10%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데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선진당에 비해 선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개혁에 대한 의지가 충청권에 어필이 됐다고 본다. 표심을 보수와 진보로 나눈다고 봤을 때 충청권 젊은 층은 유 원장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최재헌)

“유 원장에 대해서는 충북지역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참여정부 시절에 활동했던 친노세력들의 영향력이 거의 미미하다고 보면 된다. 유 원장이 만약 진보진영과 연대를 한다고 해도 충북에서는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 지역은 전통적으로 진보세력에 대한 기반이 약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엄경철)


손학규 민주당 대표 호남 보다 높은 지지율

충청권 정치부장들에 따르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권보다 오히려 대전·충남 지역에서 지지율이 더 높다고 한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선전이 손 대표의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충북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구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손 대표 같은 경우 호남·광주보다 대전·충남 지역에서 오히려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 특히 대전 쪽에서는 같은 당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보다 손 대표 지지율이 월등히 높다. 과거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정체성 문제 때문에 호남 입지가 약하게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손 대표가 최고위원 회의를 대전에서 개최하는 등 나름대로 관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송영순)

“손 대표는 민주당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다. 충청권에서는 민주당이 지난 선거에서 상당히 선전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충청권에서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 상승이 손 대표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손 대표가 앞으로 충청지역 현안에 대해 어떤 아젠다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변수가 될 것이다.” (최재헌)

“손 대표는 이시종 충북지사와 같은 계보이다 보니 손 대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입지가 결정될 수 있다. 현재 충북지역에는 이 지사 외에는 손 대표 쪽 라인이 거의 없는데 충북을 기반으로 하는 의원들이 어떻게 이합집산 하느냐에 따라서 구도가 달라질 것이다. 손 대표에 대해서는 민심이 유동적이라는 얘기다. 손 대표는 충북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 이 지역 구도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엄경철)


김문수 경기지사 세종시 문제로 반감

충청권에서 김문수 경기지사는 발을 들여놓을 곳이 없다. 수도권 규제 완화, 세종시 문제 등 충청지역 현안마다 제동을 걸고 나서 김 지사를 대하는 충청 민심은 냉랭하기만 했다.

“김문수 지사의 경우 이 지역에서 상당히 낮은 지지율을 보인다. 김 지사는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를 두고 이완구 전 충남지사와 대립각을 세웠고, 세종시 문제에서도 이 전 지사와 마찰이 있었다. 충청권 현안마다 김 지사가 한마디씩 거드는 것이 충청민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김 지사에 대한 충청민심은 호감보다는 비 호감으로 돌아선 상태다.” (송영순)

“김문수 지사는 수도권 규제 완화, 세종시 등 여러 가지 지역 현안으로 충청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래서 이쪽에서는 김 지사에 대한 평가가 냉랭하다. 일반 주민들 뿐만 아니라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떨어진다. 충청지역에서 여론조사 하면 김 지사에 대한 지지율이 낮은 것을 보면 이런 충청민심을 잘 반영하는 것 같다.” (최재헌)

“충북에서 김문수 지사는 색깔이 없다. 직접적인 연관성도 없고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로 이완구 전 지사와 대립했던 것이 충북지역 정서에도 반영이 됐다. 주변에서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는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김 지사를 대권주자로서의 경쟁력이 있다고 보지 않는 것 같다. 김 지사가 과거 운동권 경험이 있어 진보성향이 조금 있는데, 충북은 아직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엄경철)


오세훈 서울시장 관심은 있지만 덤덤

충청 민심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 지역 언론사 정치부장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오 시장을 잠재적인 대권주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데에는 공감했다.

“충청권에서는 오 시장에 대한 지지율이 그린 높지 않다. 대권 잠룡으로는 계속 생각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특별히 관심대상으로 분류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단지 잠재적인 대권주자라는 인식만 하고 있을 뿐이다.” (송영순)

“오 시장은 서울시장이라는 점 때문에 김문수 지사와 자주 비교된다. 이 때문에 오 시장도 김 지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둘 다 전국적인 인물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앙언론사에서는 여권의 대선후보로 분류하고 있는데 박 전 대표처럼 지난 대선경선에 나왔던 것도 아니고 후보군에만 올라와 있기 때문에 김 지사를 비롯해 오 시장 역시 충청지역에서 인지도가 떨어진다.” (최재헌)

“김문수 지사와 자주 비교되는데 상대적으로 오 시장을 더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한나라당 친이계 내의 대권주자 순위를 보면 김 지사와 오 시장이 1, 2위를 하고 있는데 2위 그룹에서는 그래도 오 시장에게 호의적인 것 같다. 김 지사가 과거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와 세종시 문제로 충청민심을 자극한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엄경철)


김두관 경남지사 차차기 인물로 간주

잠재적 대권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김두관 경남지사는 차기 보다는 차차기 후보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지역 정가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사람에게는 관심대상이지만 밑바닥 민심에서는 관심 밖이라고 한다.

“김두관 지사의 경우 어떻게 보면 정국적인 인물로 볼 수도 있지만 당장 차기 대선 후보보다는 차차기 후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충청권 사람들은 김 지사를 차기 대권주자로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를 대권 잠룡후보로 올려놓는 모습이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차차기라면 몰라도 차기 대선에서 후보로까지 되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송영순)

“야권에서는 이야기가 많이 되고 있는데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상당히 낮은 상태다. 4대강 사업 같은 현안 문제로 현 정부에 비판적 입장을 보인 모습이 여러 언론에 비춰지면서 부각된 것 같다. 김 지사의 경우 안희정 지사와 함께 비교되기도 하는데 둘 다 전국적인 지지도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충청권에서는 아무래도 김 지사보다는 안 지사의 인지도가 더 높다.” (최재헌)

“김두관 지사는 여기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인물이 아니다. 그렇다고 충북지역 사람들이 김두관 지사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 같은 정치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실제 민심에서는 거론이 안 된다는 것이다.” (엄경철)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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