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큰 바위 얼굴’은 누구인가

대권은 민심의 향방에 달려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권은 하늘이 점지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한때 대세를 주도하던 후보가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고 처음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때문에 천기를 이야기하고 천명을 운운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신묘년 설날을 맞아 과거 대선 때마다 당선자를 맞추어 화제가 됐던 차길진 법사가 기고한 ‘영기로 본 대권 대망론’과 부동의 지지도 1위 박근혜의 ‘대세론의 허실’을 전재한다. [편집자주]
정가는 일찌감치 내년의 제18대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여의도엔 잠룡을 추리느라 분주하다. 잠룡들 중엔 단연 박근혜가 독보적이다. 박근혜 대세론이 대세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회창의 대세론’을 떠올리며 불안해 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민심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회창 대세론이 한창인 밀레니엄 벽두, 필자는 “동해에 용오름 현상처럼 갑자기 떠오른 인물”과 “팔(八)금(金)산(山)과 관계 깊은 독재형 인물”을 대권의 주인공으로 암시했다. 팔금산은 다름 아닌 부산(釜山)이었다. 부산에 정치적 태반을 둔 노무현은 극적으로 16대 대권을 거머쥐었다. 역전 드라마에 ‘민심 회의론’이 고개를 쳐들었다.
천기를 알아야 대권이 보인다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여론조사에서 월등히 앞선 이명박 후보였지만, 변수가 많았다. 자고 나면 굵직한 폭로가 이어져 후보 사퇴론이 횡횡했다. 필자의 졸저 ‘효자동 1번지’(2006)에 언급된 게송(偈頌) 한자 16자가 뒤늦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파자, 해자하여 ‘이명박 필승’을 뽑은 해석가가 쾌재를 불렀다.
선거 후 사람들은 또다시 천우신조를 되새겼다. 대통령은 국민의 손으로 뽑지만, 천기(天氣)가 낙점하는 것이라고.
천기를 알아야 대권이 보인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잠룡들이 잘 안다. 그래서 대권을 꿈꾸는 잠룡들은 천기를 얻기 위해 초자연력에 구애한다. 묘자리 풍수학이 그것이다.
3번이나 낙선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5년 신안군 하의도의 선친 묘소를 경기도 용인의 명당자리에 이장한 후 청와대에 주인이 되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002년 대선 직전에 선친을 안장했다가, 2004년 왕기(王氣)가 서려있다는 신양면 녹문리로 다시 이장했다. 그곳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2001년 부모묘소를 옮긴 곳으로부터 겨우 3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명당이었다.
2000년 대선후보에서 고배를 마신 이인제 의원도 논산의 선영 내에서 군왕지혈(君王之穴)이라는 곳에 2004년 1월 극비리에 모친묘소를 이장했고, 2005년에는 조부모의 묘소도 이장했다.
‘조상의 명당발복=대권 쟁취’는 제왕학의 필수과목이 되었다. 왕기의 원천은 결국 수신제가라는 것이다.
본래 천기를 받은 지기(地氣)는 은밀하다. 좀체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천기가 드러난 지기가 있다. 바로 바위다.
바위는 천기가 응어리진 흔적
예로부터 마을의 큰 바위에는 큰 굿이 있었다. 흩어지는 흙과 달리 단단한 바위는 하늘과 소통하는 일종의 신령스런 에너지 덩어리다. 그래서 기감이 특출난 우리 조상들은 본능적으로 그 앞에서 길흉화복을 빌었다.
큰 인물에는 반드시 자연의 징표가 있다. 천기가 응어리진 흔적. 우리의 명산에는 숨겨진 큰 바위얼굴이 많다. 다만 때가 돼야 드러나는 법이다.
이미 천기가 드러난 곳이 있다. 계룡산과 하의도 큰 바위 얼굴.
계룡산의 정도령(鄭道令)바위는 결단력, 리더십, 독재자형의 큰 바위 얼굴이다. 그 얼굴의 주인공은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계룡산 신도안은 일찍이 천도지로 꼽혀온 천하명당으로 소문난 곳이다. 이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이 있었다. 조선 초 이성계는 신도안을 천도지로 정하고 10개월 동안 궁궐터를 닦았다. 이곳에서 태조 이성계의 스승으로 알려진 무학대사가 썼다는 ‘불종불박(佛宗佛朴)’ 네 글자가 새겨진 주춧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불교와 박(朴)씨 성에 대한 찬양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으니, 해석가마다 아전인수였다.
공교롭게도 박씨 성과 관련해 신도안을 처음 천도지로 택하고자했던 주역 중 한 사람이 무학대사였고 그의 속성이 박씨였다. 또 이곳에 종단건물을 지은 신흥종교의 교주도 박씨다.
하지만 주인은 따로 있었다. 최고 권력자였던 박정희 대통령 역시 같은 성씨였다. 1974년경부터 박정희 대통령은 제2국립묘지(대전 현충원) 건립지와 함께 은밀히 새로운 수도 이전지를 물색 했었다. 그는 조국 근대화의 큰 족적을 남기고 사라졌다.
바다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하의도 큰 바위 얼굴은 김대중 전 대통령 얼굴이다. 하의도는 그의 탄생지다. 모진 풍랑에도 꿋꿋이 견딘 하의도 큰 바위 얼굴은 모진 풍파를 겪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생역정과 일치한다.
월출산 바위는 통일대통령의 얼굴?
그런 가운데 최근 전남 영암 월출산 구정봉에 큰 바위 얼굴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의 큰 바위 얼굴을 능가하는 규모의 거대한 바위 얼굴이 드러난 것이다. 영험한 바위라는 뜻의 ‘영암(靈巖)’. 영암은 왕인박사, 백제 제 14대 근수구왕(375~384년)과 도선국사(827~898), 수미왕사(조선 세조, 1417~1468)의 탄생지다.
영암에서는 500년 주기로 큰 인물이 등장했다. 무슨 징조일까. 지역을 넘어서는 세계적인 지도자의 출현 예고가 아닐까. 정치 뿐 아니라 문화영토권시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인물.
동북아의 화약고가 된 한반도는 지구촌의 국가 권력 판도를 좌우하는 지구촌의 혈이 되었다. 천기는 한반도를 이끌 큰 인물을 암시하고 있다. 과연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영암땅에 나타난 거대한 큰 바위 얼굴. 혹자는 통일대통령의 얼굴이라고도 하고 세계적인 종교지도자의 얼굴이라고도 한다. 나 역시 영암 큰바위 얼굴을 닮은 분이 세계적인 지도자가 되리라 직감했다.
다음은 영암 큰 바위 얼굴의 게송이다.
‘ 年超脫南海波 諱名逍遙金剛月’(영년초탈남해파 휘명소요금강월: 젊은 나이에 초탈하여 남해파도를 받으며, 이름을 숨기고 유유히 거니니 금강의 달이 비춘다)
큰 바위 얼굴은 평범한 슈퍼마켓사장일수도 있고 환경미화원일수도 있다. 남자일수도 있고, 여자일수도 있다.
예상 밖으로 숨어서 평범하게 사는 사람일 수도 있다. 마치 미국 소설에서 어니스트가 큰 바위 얼굴이 되었듯.
#차길진
사단법인 후암미래연구소 차길진 대표(63)는 숱한 예언을 적중시킨 영능력자로 통한다. 박정희 서거, 노무현·이명박 당선을 미리 알렸고, 지난해 “두 개의 큰별이 떨어진다”며 노무현·김대중의 서거를 암시하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 4강, 서해교전, 2010년 천안함 사고와 연평도 사건을 정확하게 예언해 정치와 국제정세는 물론, 사회 문화 스포츠 등 사실상 세상만사를 내다봤고, 맞혀왔다. 최근 “더 이상 예언 안 한다”는 폭탄선언을 하면서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그의 예언을 구하려는 팬들에게 이번엔 예언 신 영기로 본 ‘대권 대망론’으로써 멀리 훈수를 두려한다.
## 대세론의 허실
박근혜 큰바위 얼굴 될 수 있나
17대 대선을 1년여 앞둔 2006년 9월. 박근혜는 한나라당내 경쟁자였던 이명박 후보와 지지율 20%대를 놓고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만약 3위인 손학규 후보와 손을 잡는다면 승부는 따 놓은 당상.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그해 10월 9일 북한은 1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메가톤급 변수였다. 이명박 후보와의 표차가 10%로 벌어졌다. 안보와 관련해 ‘여성’이 핸디캡으로 작용한 것.
북풍은 거셌다. 보수 진영은 개혁을 표방한 진보 성향의 손학규를 홀대했다. 손학규는 박근혜와의 연대 대신 ‘경선 들러리’로 서지 않겠다며 탈당을 선택했다. 결국 박근혜는 지역 경선에서 승리했으나 여론 조사에 뒤져 18대 대선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즈음 사람들은 갑자기 2006년 8월 출간된 필자의 저서 ‘효자동 1번지’에 관심을 집중했다. 이 책에 실린 게송 때문이었다.
“무궁화 피는 동산에 학이 나네/ 홀연히 사라지니 어디로 갔는가/ 적운이 떠난 자리, 오색무지개 찬연하네 / 홀연히 상서로운 빛이 무궁화 동산에 비추고(忽見祥暾暎槿域)/ 밝은 달에 학이 날아올라 부를 날을 맞이하네(明月鶴飛應召日)”
학(손학규)이 둥지를 옮겨 정동영과 자웅을 겨루지만 고배를 마시고 칩거하며 와신상담하게 되고, 무궁화동산(박근혜)이 각광을 받아 선전하지만, 결국 밝은 달(이명박)이 떠오른 시국이니, 사람들은 게송이 벌어진 형국과 너무나 일치한 예언이라며 술렁였다.
사실 게송은 한나라당 후보뿐 아니라 최종적인 대권 주인공을 겨냥하고 있었다. 선거 직전까지 이명박 후보는 연일 폭로되는 BBK사건으로 한치 앞도 모르는 상황. 정동영 후보의 역전 드라마인가, 이 후보의 굳히기인가.
각 후보 캠프 지지자들은 게송의 한자를 파자(破字)하며 아전인수 해석에 열을 올렸다. 문국현, 허경영까지 가세했다. 많은 파자 해설이 난무했다. 결국 파자 암호 木子 明 十十月 寸를 ‘이명박(李明博) 필승(必勝)’으로 조합한 자가 쾌재를 불렀다.
王二 雨心 : 왕에 두 번이나 쓴맛( :쓴 마늘)을 보고八目 日日: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린(雨心) 이회창(八目 日+日日=李會昌)이 口見 英示 勿王: 돼지해 갑자기 꽃처럼 화려하게 등장하여 채근하지만 열매 맺지 못하니 왕이 아니다(勿王). 鶴人飛 : 손학규(鶴人)가 날아가고(飛)口刀日 : 구설수(口刀=입속의 칼)를 넘기고十一月 槿人心口: 11월 박근혜의 마음을(槿人心) 부르니(口)木子 明 十十月 寸: (勝의 간체자=月生)이명박은 필승이로다.
꽃이 아무리 좋아도 때가 되어야 핀다. 17대 대권에서 박근혜는 때를 못 만난 것이다. 달처럼 빛나진 않았지만 든든한 동산처럼 한나라당을 묵묵히 지킨 박근혜. 그녀가 승천할 때는 언제일까.
박근혜는 침묵, 칩거,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판세를 움직였다. 정치인으로서 영양가 만점인 선거의 여왕으로 군림해왔다. 캐스팅보드를 쥔 것이다.
최근까지 박근혜의 지지율은 단연 군계일학이다. 다른 잠룡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철의 여인을 꿈꾸는 박근혜. 순풍에 돛단 격이다. 대처 영국총리, 메르켈 독일총리, 메이어 이스라엘 총리, 최근 브라질 호세프 여성 대통령도 호재다. 국내 드라마에서도 미실의 카리스마, 대물의 여자대통령이 인기가 심상치 않던 터.
그러나 순풍이 불면 역풍도 있는 법. 독보적인 박근혜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다름 아닌 ‘대세론’.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최근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1997년과 2002년 당시엔 나도(대통령) 될 줄 알았지”라며 허허 웃었다. 변변한 대항마 없이 2년이나 늘어지면 ‘후보 레임덕’에 빠진다.
박근혜는 최근 ‘복지론’을 외치며 싱크탱크 조직을 발표했다. 조기 대권행보에 당내 인사들은 “이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레임덕을 가속한다”며 못마땅해 했다. 조기 대세는 우군의 균열을 일으키고 주위의 견제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안보리스크도 돌발변수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하여 군면제 정치인들의 망신이 잇따랐다. 덩달아 도매금으로 넘어갈 수 있다. 국내 선거판에서나 여왕이지, 막나가는 북한과 험난한 국제 판세에서도 통하겠냐는 것. 이 시점에서 ‘평화관리능력’은 필수 제왕학이 되었다.
박근혜는 선고 박정희 전 대통령 없이는 논할 수 없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조국 근대화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의 원한도 깊다. 박근혜는 선고의 업적만 내세울게 아니라 상처도 치유해야하는 숙명을 지고 있다.
아버지의 후광이 굴레가 될지, 철의 여인으로 등극할 수레바퀴가 될지 박근혜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의 변곡점은 18년 주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8년간 집권 뒤에 비극을 맞았고(1979), 이후 18년 동안 칩거하다가 1996년 한나라당에 입당하며 야인에서 공인으로 화려하게 정계에 복귀했다. 18년을 더한 2014년, 그녀는 과연 철의 여인이 되어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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