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품 광고는 주로 심리학적 설득 이론인 자아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를 많이 활용한다. 그 중에서도 동일시(Identification)를 이용한 설득은 광고에 아름다운 모델을 등장시켜 광고의 모델이 자신과 같다고 느껴지도록 하는 기법이다. 광고에서 빅 모델인 미녀 탤런트가 그리스의 여신처럼 우아하고 아름답게 한껏 치장을 하고 나와 “나처럼 예뻐지고 싶으면 이 화장품을 쓰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최근의 화장품 광고들은 여성이 바라는 이상형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기도 하고 대리 경험을 통한 소비자의 감정적인 공감을 유도하기도 하며 여성의 새로운 이미지와 소비가치 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광고 유형에 판을 깨뜨리며 시장질서마저 뒤흔드는 브랜드로 인한 설왕설래가 뜨겁다. 중저가 로드 숍 브랜드인 미샤(MISSHA)가 최근 ‘빅 세일’과 미투(Me Too)상품 출시 및 비교 광고 등 공격적 마케팅으로 명품 브랜드들에게 도전장을 내면서부터다.
이 브랜드는 지난 해 10월 “SKII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 공병을 가져오면 자사의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 정품을 무료로 준다”는 파격적인 광고를 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니 심플한 병 디자인은 물론 SKII 에센스 특유의 원액 타입 스타일까지 매우 흡사했다. 성분 효과 여부를 떠나 소비자들은 10만 원이 넘는 SKII와 유사한 에센스를 4만 원대의 싼 값으로 구매하게 되자 커다란 관심을 보여 이것은 그대로 매출로 이어졌다. 매장엔 두 제품을 사진으로 비교할 수 있게 진열해 놓으며 고객들의 품평을 유도하기도 하여 업계와 소비자의 시선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미샤는 ‘외국 명품 화장품이 최고라는 생각의 틀을 바꾸자’는 내용의 광고에서 화장품 모델은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겠다는 의도에서 개그맨 신봉선을 캐스팅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공격적 행보는 올해도 멈추지 않고 이번엔 세계적 명성의 향수 샤넬을 겨냥했다. 이달 초 출시된 ‘로드 미샤’는 샤넬 인기 제품 ‘샹스' 디자인과 빼닮아 누가 보더라도 '샹스'를 모방했다는 것을 쉬이 연상할 수 있을 정도다.

미샤의 이러한 일련의 마케팅을 일컬어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이라 한다. 즉 ‘소음'을 일으켜 소비자들의 이목을 현혹시킴으로써 인지도를 높이는 기법이다. 상품의 품질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판매만을 목적으로 자극이 될 만한 의도적인 이벤트 등으로 이를 언론이나 SNS 등을 통해 퍼뜨려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인하는 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전략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거니와 광고비를 크게 안 써도 높은 홍보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통조림 햄인 스팸은 그들의 마케팅을 이메일에 각인시켰다. 그들은 이메일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수많은 광고메일을 보내는 것으로부터 만들어진 새로운 어휘의 ‘스팸메일’을 탄생시켰다. 비록 스팸메일이라는 평판을 듣긴 했지만 노이즈마케팅으론 완벽한 성공을 거둔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노이즈 마케팅을 계속 하다 보면 해당 제품에 대한 호기심은 언제라도 기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 약점도 있다. 농심의 새우깡은 양도 많고 값도 저렴하여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들 좋아한다는 내용의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한 결과 국민 스낵으로까지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너무 자만했던 탓일까. 먹물을 사용한 ‘오징어 먹물 새우깡'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불러왔다. 오징어 맛이 난다면 ‘오징어 깡’이란 말을 붙여야 하는데 단지 모양만 흉내 낸 마케팅을 벌이다가 소비자들에게 뭇매를 맞고 출시 3개월 만에 장에서 퇴출된다. 이밖에도 노이즈마케팅의 실패사례는 많다.
‘시장지향(Market Driven)’시각만으로 그것도 당당한 방식이 아닌 고급 브랜드를 흉내 내며 가격을 조금 낮췄다는 전략으로는 시장에서 더 이상 먹히기 어렵다. 확고한 자기만의 제품 포지셔닝으로 시장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마케팅 상식은 이젠 소비자가 시장을 주도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도 모르는 새로운 수요를 제시해 시장을 창출해내는 새로운 흐름으로까지 변하고 있다. 더욱이 요즘의 소비자들은 점점 더 똑똑해지면서 소비주체로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실의 순간 이전에 진실이 결정된다는 뜻의 ‘검색의 순간(Zero Moment of Truth)’들이 무서운 눈초리로 시장을 꿰뚫어보고 있는 것이다. 겟잇뷰티(Get it Beauty)라는 케이블 프로그램은 동일한 기능을 표방하는 화장품을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한 청중 평가단의 결과를 공개하고 있어 여성 소비자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기업들을 긴장시키는 컨슈머리포트의 등장 등 시장 감시 기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여성이 화장을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나르시즘(Narcissism)을 나타내려 함이다. 이것을 반영하는 화장품 광고는 언제나 여성들의 로망이 된다. 노이즈 마케팅은 ‘양 날의 칼'과 같아서 잘 사용하면 약이 되지만 자칫 하면 독이 되기도 한다. 특히 이 같은 마케팅이 아름다워지기 위한 여성의 순수한 욕망에 조금이라도 상처를 주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될 것이다. 미샤의 노이즈 마케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IMI (Issue Management In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