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대권주자들 ‘추석 삼국지’
‘추석’, 결실의 계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 200일이 가까워오고 있다. 취임이 지날수록 퇴임이 가까이 온다. 차기 대통령 선거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차기 대선주자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고 있다.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있다. 판단하기 이르지만,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차기 후보로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다른 후보들 중에서는 여권 후보들이 우세하다. 최후의 순간, ‘대통령’이란 열매를 따낼 주자는 누굴까. 결실의 계절에 새싹 수준의 후보군들을 살펴보면서, 그 ‘누군가’를 점쳐보는 것도 색다른 관전포인트다.
한나라당 내 차기 대통령 후보군으로는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추미애, 정세균 의원과 함께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지목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 밖에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나라당 세포분열 이상징후
‘친박 복당’ 문제를 매듭지은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7월 최고위원 및 중진의원 연석회의를 통해 공식석상에 2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고, 8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휘호석 제막식에 참석한 뒤 외부 노출을 삼가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공부모임 등을 중심으로 친박 의원들이 결집하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이 민심을 잃으면서 친이 의원들의 친박화도 가속화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요즘 당내에서 박근혜 의원 쪽으로 옮기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날개짓을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수도권 규제문제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재오 전 의원의 공백을 파고들며, 친이계 수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 지사가 노리는 것은 이 대통령의 집권으로 생긴 보수계층의 공백을 파고들면서, 차기 대선에서 가장 강력한 적이 될 박근혜 전 대표의 텃밭을 잠식하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강자와 싸울수록 약자에 이득이란 정치권 금언을 그대로 따르는 행보로도 해석된다.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이 대통령과 같은 위치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정몽준 의원은 박 전 대표와 맞설 친이계 대표 자리를 노리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중과 호흡을 맞추는 겸손함과 당내 화합형 리더 이미지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호남 구애작전도 펼치는 모습이다. 반면 청와대와는 거리두기를 통한 ‘자기 영역확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 의원은 외부영입 인사로 당내입지가 취약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대권행보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장 연임 의사를 밝혀 차차기 대선에 대권 후보로 거론된다.
오세훈 서울시장 연임 변수
민주당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가 우선 꼽히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대적할 당내 뚜렷한 후보가 없다는 점이 이유라면 이유다. 손 전 대표 본인과 지지자들도 출마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는 당내 자기 계파가 없고, 대표시절 당직자를 자기사람으로 만드는 작업을 서툴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 전 대표를 적극 도왔던 이호웅 전 의원, 김부겸, 조정식, 송영길 의원 중 송 의원만이 손 전 대표와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의 조직인 선진평화연대는 유지되고 있다.
정세균 의원은 최근 당대표 선거를 치르면서 전국조직 구성을 완료했고, 최근 당 구조조정을 통해 당내 조직도 자신의 ‘옷차림’에 맞게 정비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관리형으로 안정적인 이미지를 갖추고는 있으나 브랜드를 확장시킬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민주당내에서도 “여당의원인지 야당의원인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색깔이 무색무취 스타일이다.
정 의원에 대해서는 전북지사에 관심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사실로 입증될 경우 대선 후보 논의에서 빠질 수도 있다.
추미애 의원만은 민주당내 다른 후보들과 분명한 차별을 보이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 경우에 따라 두각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추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영남권 출신이면서, 민주당내에서 호남민심을 톡톡히 받고 있다. 지난번 삼보일배 때 호남권 지지도가 확 올라갔다는 평가다. 노 대통령 집권시절, 법무부 장관 등을 고사하고 끝까지 민주당에 남은 점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조직이 없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번 한나라당 경선에서처럼 우여곡절 끝에 탈락할 경우, 박사모(박근혜 전 대표 팬클럽)가 해체되면, 대구 경북지역 민심이 추 의원에게 쏠릴 수 있다.
김문수 지사나 정몽준 의원 등 박 전 대표 외에 다른 주자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올 경우, 본선에서 추 의원은 한번 해볼 만 한 승부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 적게는 10% 많게는 20% 정도의 영남권 지지율을 얻었으나, 추 의원의 경우 30-40%의 지지율도 무난할 수 있다는 평가다.
민주당에서 의원이 아니면서, 특별히 떠오르는 후보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이다.
그러나 그는 관료출신 더구나 외교관 출신이다. 전투적이지 못하고, 정치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출마한다면 추대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을 도왔던 야당 관계자는 “고건, 정운찬 등이 중도에 포기했던 것처럼 반 총장도 한계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출마가 불투명해 보인다는 의미다.
반기문 총장,
출마가능성 저울질
반 총장의 경우 총장 재임 가능성도 있어 대권 후보 논의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 외에 이해찬 전 의원은 당내 입지가 없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너무 가깝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정동영 전 의원도 정세균 의원 후임으로 당 대표 선거에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나 조직이 모두 흩어진 상태로 대선 가망성이 없어 보인다.
김근태 의원도 활동 재개 움직임이 있으나, 고문 후유증 등으로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가 정가에 퍼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외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대선출마 가능성이 언뜻언뜻 비치고 있다.
그러나 선진당이 지역정당으로 고착화되는 한 소수정당의 한계를 넘지 못할 것이고, 출마하더라도 낙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세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한나라당내에서도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고, 당이 깨지는 사태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태풍으로 인한 수해가 적어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전형적인 추석이 될 전망이다. 짧지만, 즐거운 추석이 예상된다.
차기 대선과정도 큰 탈 없이 잘 진행되길 바란다. ‘그’가 누구든, 국민의 기대와 지지를 자양분 삼아 그에 걸맞는 미래형 지도자로 자라고 자라길 바란다. 국민들은 그러한 지도자를 ‘대통령’이란 결실로 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개헌은 차기대권 주요변수
경제위기론에 묻혀 ‘개헌논의’가 쑥 들어갔으나, 국회와 학계 등을 중심으로 개헌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내년 말 정도 개헌 완성을 목표로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개헌과 관련,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안은 정부형태로 그 형태에 따라 각 대선후보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전망이다.
여의도 소식통에 따르면 차기 유력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 김문수, 정몽준 의원, 민주당에서는 추미애, 손학규, 정세균 의원 등이 가능성 높은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정동영 전 의원, 김근태 전 의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의 이름도 간간이 흘러 나온다. 특히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거취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 정부통령제나 이원집정부제의 순으로 선호도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대선 후보군은 ‘1강(박근혜 전 대표) 다약’으로 후보군들이 분류되고 있다.
정치분석가로 알려진 한 정치권 관계자는 “4년 중임제로 개헌될 경우 현 대통령이 힘을 받게 되며 현재 가장 지지도가 높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유리한 국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통령제나 이원집정부제는 파트너를 통해 부족한 지지율을 만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내각제의 경우 박 전 대표를 포함해 모든 후보들에게 가장 안 좋은 선택상황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의 권한이 의회로 완전히 넘어가, 의회에서 내각을 구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국회의원들에게는 내각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크게 열리는 호재가 된다.
개헌에 따른 정치권의 지각변동도 예측되고 있다.
정부통령제 등으로 개헌될 경우 친이계와 친박계로 세가 나눠진 한나라당이 깨져서,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성한다는 게 주 요지다.
179명의 의원이 가입해 국회 내 개헌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미래한국헌법연구회(공동대표 이주영, 이낙연, 이상민 의원) 공동대표인 이상민 의원은 “국민적 합의를 개헌안에 제대로 담기 위해 매주 세미나를 갖는 등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면서 “지방선거 전인 내년 말 정도가 개헌의 적절한 시기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지금은 개헌을 논할 때가 아니라 서민경제 살리기에 국력을 집중해야할 때”라고 ‘개헌 반대’ 입장을 밝혀 개헌 추진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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