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혈세로 이뤄진 농협은행, 교육세 빼돌려 금고에 ‘차곡차곡’
- 하나로마트, 휴일 매출액 30% 신장…전통시장 매출 뺏어왔나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가 신ㆍ경분리 출범 이후 ‘갈지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연임 문제로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랐던 최원병 회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개편이기 때문에 타격이 더욱 크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나란히 물의를 빚는 형국을 파헤쳐봤다.

최원병 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충남ㆍ대전지역본부 업무보고회에서 “금년은 농협중앙회가 창립 51년 만에 1중앙회 2지주회사 체제로 새롭게 출발하는 원년”이라며 “농업인과 고객들에게 더 큰 만족을 주기 위해 환골탈태의 각오로 정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이제부터는 상생과 협력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조합원과 농협, 농협과 중앙회, 일선과 후선, 노와 사가 하나 돼 반드시 국민에게 신뢰받는 농협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농협의 환골탈태는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타행 관계자는 “농협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전산망 마비로 하나의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다면, 올해는 중앙회와 지주사들이 각개전투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협의 신용사업은 고객들의 주택담보대출 교육세를 부당편취하고 지나친 신용카드발급 권유와 개인정보보호법 침해 의혹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또한 농협의 경제사업 중 하나로마트는 최근 대형마트 강제휴업에서 제외돼 반사이익을 얻고 있고, 셀프형 정육식당 등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국민 혈세도 모자라 고객 세금까지
농협의 신용사업부문인 금융지주의 큰 축을 담당하는 것이 농협은행이다. 그러나 이 농협은행도 은행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주택담보대출 교육세 부당편취를 피해가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대출이자에 부과하는 교육세를 개인별 대출금리 대신 가중 평균금리로 적용했다. 이를 통해 농협은행은 일부 고객들로부터 세금이라는 명목 하에 금액을 더 높여 받았고, 세금 납부 후 잔여금을 은행의 수입으로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농협은행을 비롯해 산업은행·씨티은행·대구은행·전북은행 등 5개 은행이 부당 편취한 교육세는 총 25억 원에 달하며, 그중 농협은행이 8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앞서 논란이 됐던 국민은행은 지난 2월 부당 편취당했던 고객들에게 총 162억 원을 환급한 바 있다.
또한 농협은행의 신용카드 발급 권유 역시 강제성을 띨 정도로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으며 개인정보활용을 위한 동의서 작성 없이 신용상태를 조회했다는 고객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오는 8월부터 신용카드 발급 기준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일부 은행과 카드사들이 지나친 영업행태를 일삼는 대열에 농협은행도 합류했다는 분석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문제가 된 교육세 차액환급을 위해 환급이행계획서를 지난 9일 금융당국에 제출했고 다음 달부터 환급을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신용카드 발급 권유와 관련한 영업행태를 철저히 점검함으로써 향후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의 경제사업 부문은 “경쟁사들과 똑같이 유통사업을 하면서도 민간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 하나로마트와 셀프형 정육식당 등은 같은 품목을 취급하는 업체들 사이에서 ‘미운 털’이 박혔을 정도다.
농협 측은 올해 경제사업지원 예산을 4조3400억 원으로 확정하고 농산물유통활성화 부문 중 하나로마트 등 마트 대형화에 2250억 원을 책정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이에 이마트ㆍ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들은 농협의 이 같은 예산편성에 반기를 들고 “역차별을 이용한 지나친 확장”이라며 항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대형마트 영업시간규제 및 의무휴일지정과 관련, 하나로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상 전체 물품 내 신선식품 취급 비중이 51%를 넘어선 까닭에 예외 적용을 받아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다. 특히 수원하나로클럽의 경우 인근 이마트ㆍ롯데마트가 일제히 휴무에 들어간 지난 22일의 매출이 1주일 전인 15일에 비해 30%가 넘게 신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농협은 셀프형 정육식당인 ‘농협안심 한우마을 청계산점’ 1호점을 지난 19일 열고 2017년까지 서울 및 광역시에 100곳을 추가로 개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농협은 “마트에 이어 고깃집까지 뛰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소규모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규제의) 원래 취지인 전통시장 살리기의 실효성이 사라지고 거대한 농협이 반사이익을 보는 구조가 돼버렸다”면서 “만약 이 구조가 지속된다면 농협에 대한 비판은 물론 정부와 지자체들 역시 ‘농협 편들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