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소비를 위한 사회적기업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을 위해 빵을 파는 기업’으로 정의되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현대차·SK·포스코 등의 대기업들도 사회적 책임(CSR)의 일환으로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거나 지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일요서울]은 창간특집으로 대기업의 사회적기업 설립 및 지원 사례를 5주간 소개한다. 이번호는 삼성그룹(회장 이건희)과 SK그룹(회장 최태원)이다. <편집자주>
500억 육성기금 조성해 73곳 설립 및 지원
국내 최대 사회적기업 ‘행복나래’ 출범시켜
SK는 2005년 본격적으로 사회적기업 지원에 나섰다.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경영 노하우를 사회적기업에 접목시켜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2010년에는 그룹내 ‘사회적기업사업단’을 독립기구로 출범시켰으며, 2011년까지 500억 원의 사회적기업 육성기금을 조성해 사회적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SK가 2011년까지 직접 설립하거나 설립을 지원한 사회적기업은 73곳에 달한다.

‘행복한 도서관’은 도서관 분야 최초의 사회적기업이다. 지난해 군포시 등에서 37개 아파트 도서관을 지원했으며, 7만여 권의 도서를 70개 소외지역에 기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조경 및 재활용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행복한농원’과 ‘행복한녹색재생’ 등도 SK가 설립한 사회적기업이다.
지난해 8월 법무부와 함께 설립한 ‘행복한뉴라이프’는 출소자가 생활고로 인해 재범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돼 기술교육이나 취업·창업 등을 돕고 있다. ‘행복한뉴라이프’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화성에 커피전문점 ‘행복한커피향기’를 열고 바리스타 전문교육을 받은 출소자들을 사회에 복귀시켰다. 또 지난 24일에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인천지부에서 출소자를 고용해 운영하는 세탁공장 ‘행복클리닝센터’ 개관식을 열었다. ‘행복클리닝센터’는 이번 인천지부를 시작으로 청주·대전에도 추가로 개관할 예정이다.
SK는 사회적기업 설립도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행복을나누는도시락’이 꼽힌다. ‘행복을나누는도시락’은 결식이웃에게 도시락을 제공하고 저소득층을 조리원과 배달원으로 채용하면서 급식문화 개선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각지에서 설립된 ‘행복을나누는도시락’은 2008년 이후 현재까지 결식아동 7500여 명에게 도시락 25만여 개를 제공했다.
사회적기업에 필요한 전문가육성 및 인프라 조성도 SK그룹이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다. SK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을 위해 사회적기업 스쿨과 창업 아카데미를 10여 차례 개최한 바 있다. 또 사회적기업에 필요한 재무·회계·법무·마케팅 등을 맞춤식 봉사로 지원하는 ‘SK프로보노’도 운영하고 있다.
SK는 사회적기업간 협력 네트워크 체제도 구축했다. 지난 2009년 선보인 웹사이트 ‘세상’은 사회적기업간 소통과 정보공유를 돕는다. ‘세상’은 정부와 연구기관·기업·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이 사회적기업의 성장동력을 고민하는 집단지성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행복나래는 협력업체 선정 때 일반 기업체에 비해 시장 경쟁력이 낮은 중소 사회적기업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구매 우선순위를 높이는 ‘사회적기업 및 사회적 약자기업 우선구매’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에는 일반 기업체보다 30일 먼저 현금으로 선결제하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또한, 현재 20여 곳인 사회적기업 협력업체를 50여 곳으로 확대하는 한편, 이들 기업에서 구매하는 ‘사회적기업 우선구매액’도 올해 70억 원에서 2013년 100억 원, 2015년 190억 원으로 점차 높여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근 편부모 가정, 고령자, 국제결혼 이민여성 등 10여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했고, 앞으로 취약계층 채용 인원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행복나래는 이를 통해 ‘사회적기업 매출 증대→ 수익 창출→ 고용 확대→ 지속 경영’의 밸류 체인(Value Chain)과 사회적 기업의 선순환 구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만우 SK그룹 홍보담당 전무는 “행복나래는 대기업이 안정적인 수익구조의 계열사를 통째로 사회적기업화했다는 점에서 기업 사회책임경영의 새로운 전범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사회적기업 확산과 육성을 위해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계속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lize@ilyoseoul.co.kr
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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