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파기환송 고법에서 지사직 상실형 확실시

박연차건은 ‘무죄’ 정대근건 ‘유죄’ 분리 판단
1월27일 이광재 강원도지사의 대법원 판결을 두고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한다. 이 지사는 2심의 징역형이 확정되면 공무담임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도지사직을 내놔야 한다. 대법원이 판결을 내려야 하는 사안은 두 가지로 이 지사가 2004~ 2008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 받은 5만 달러와 현금 2천만 원 수수 의혹, 그리고 박 전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서 6차례에 걸쳐 총 14만 달러와 2천만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다. 2009년 9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4천800만 원, 작년 6월 2심에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4천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지사는 재판이 진행 중이던 작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지만 당선 직후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도지사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됐다.
하지만 직무정지 두달 만인 작년 9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를 확정 판결 전에 정지시키는 지방자치법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27일 판결에 따라 이 지사의 운명은 뒤바뀔 공산이 높다. 정치권에선 재판부가 유죄, 무죄, 파기환송 등 3가지 선택 중 파기환송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이 지사가 박 전 회장과 정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혐의를 통합해 기소를 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대법원이 그동안 박 전 회장의 돈을 줬다는 진술이 오락가락했다는 점에서 ‘무죄’를 내릴 수밖에 없지만 정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점은 유죄판결을 내릴 공산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재판부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판결은 ‘잘못됐다’는 점에서 고등법원으로부 파기 환송시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파기 환송될 경우 민주당 일각에선 재차 법원 판결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4월 재보선은 힘들고 10월에 개최될 공산이 높아졌고 여차하면 벌금형으로 낮춰져 직을 유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기대감도 표출했다. 하지만 대다수 법조인 출신인 국회의원들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한나라당 검사 출신 한 의원은 “대법원이 파기 환송한 것은 ‘양형’의 측면이 강한데 이 전 지사가 2심에서 벌금을 받았다면 도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실형을 받았기 때문에 고등법원에서 양형을 한다고 해도 도지사직 상실형인 100만 원 이상 벌금은 무조건 나온다”고 내다봤다. 또한 재판이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대법원이 파기환송해도 고등법원이 심리를 늦출 이유가 없다”며 “대법원의 ‘파기 환송’취지를 잘 알고 있는 고등법원이 정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부분에 대해서 형을 확정하면 바로 종결이다”고 밝혔다. 3월 이전까지 형이 확정되면 4월 재보선 개최가 가능하다.
한편 정치권에선 최대의 명절인 설 전으로 발표 시기를 잡았다는 점에서 사법부가 ‘너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한 인사는 “어차피 도지사직을 잃을 것이 뻔한 상황인데 설을 지내고 판결을 내려도 되지 않느냐”며 “대법원이 너무 잔인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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