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국 16개시도별 조직책 가동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친박 진영이 본격적인 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 맞선 박 전 대표는 당원 여론조사에선 앞섰지만 민심에서 뒤져 2000여 표 차이로 아깝게 패배했다. 박 전 대표로선 대권을 거머쥘 수 있는 일생일대의 순간에서 패배한 뼈아픈 결과였다. 반면 경선에서 승리한 이 후보는 무난히 대통령에 당선됐고 조직을 이끈 박영준, 김대식 두 인사를 적극 중용하는 계기가 됐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친박계 참모들은 2012년 대선의 당내 경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조직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봉에 선 인사는 2007년 경선 당시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이성헌(서대문갑) 의원. 이 의원을 선봉으로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돼 전국 16개시·도를 대상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세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측근그룹은 정책·메시지, 전·현직의원은 조직
서울·호남 이성헌, PK 서병수, 충청 강창희, TK 조원진
‘2007년 패배는 없다’, 전국 친박 포럼 ‘봇물’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연말 복지 공청회 개최와 정책자문단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출범시킨 이후 표면적으로는 일단‘침묵 모드’에 돌입했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복지’, ‘과학비즈니스 벨트’, ‘개헌’ 등 굵직굵직한 현안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일체 언급을 삼가고 있다. 대신 친박 서병수 최고위원과 박성효 최고위원이 나서 충청권 민심을 잡을 수 있는 과학비즈니스 벨트 유치에 노력하고 있고 무상복지는 이한구 의원 등 측근들이 나서 ‘박근혜의 입’을 대신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행보는 ‘콘텐츠 채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내외 정책 전문가, 외교 전문가, 교수 등과 접촉면을 늘리면서 인맥도 넓히고 팬클럽인 ‘근혜천사’가 주관한 ‘사랑의 바자회’에 참석하는 등 철저하게 정책 공부와 팬클럽 관리에만 몰두 하고 있다.
부산·경남, 대구·경북
친박 포럼 ‘봇물’
하지만 물밑에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전국적으로 조직망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심에는 2007년 경선 당시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은 이성헌 의원이 앞장서고 있다.
서울 서대문이 지역구로 전남 영광출신인 이 의원은 서울과 호남을 맡아 조직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12월 13일에는 민주당의 텃밭인 전라남도 광주에서 친박근혜 조직을 출범시켰다. 바로 ‘빛고을 희망포럼’이란 모임으로 ‘박근혜와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광주·전남권 조직화에 나선 것이다. 이 자리는 이성헌 의원을 비롯해 강창희 전 의원 등 친박 인사가 주도했고 박영철·이재현 공동 대표를 내세워 회원 400여 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리에 끝났다. 희망포럼은 현재 1500여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어 ‘박근혜 대세론’이 본격화될 경우 호남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세를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2월 하순에는 전북을 중심으로 한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 ‘온고을 희망포럼’이 발대식을 예고하고 있다. 도내 120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이 모임 역시 이 의원이 주도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다소 취약지역으로 분류되는 서울에선 친박 모임이 아직 결성돼 있지는 않은 형편이다.
한편 박 전 대표의 고향이자 텃밭인 대구·경북의 경우에는 친박 신주류 조원진 의원이 조직화에 앞장서고 있다. 대구 출신인 조 의원은 중국통에 뚝심있는 인물로 박 전 대표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점에서 친박 내 숨은 인재로 알려져 있다. 박 전 대표가 조 의원을 눈여겨 본 것은 2009년 11월 대정부질문에 나선 조 의원이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방침에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부터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이례적으로 ‘고생이 많았다. 푹 쉬시라’고 칭찬을 했다.
조 의원 역시 지난 1월 20일 ‘새나라 복지포럼’을 만들어 친박 지지모임을 만들었다. 조 의원 측에 따르면 친이, 친박을 아울러 대구·경북 지역의 경제와 복지 발전을 위해 활동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발기인은 300여 명으로 3개월 내 3000여 명의 회원 수준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충청도 활발
경기는 한선교
부산·경남은 서병수 최고위원이 앞장서고 있다. 부산해운대 기장갑이 지역구인 서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서강대 출신이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만들었던 ‘포럼 부산비전’을 중심으로 이 지역을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지난 1월21일에는 신년하례식을 갖고 이를 기점으로 친박 지지모임으로서 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회원은 1000명으로 향후 안홍준 의원과 함께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또 다른 친박 성향의 지지모임인 ‘포럼 경남비전’(가칭)을 금명간 발족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도는 강창희 전 의원, 이완구 전 충남지사, 정우택 전 충북지사, 송광호 의원(충남 제천.단양), 박성효 최고위원(전 대전시장)이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로 손꼽힌다. 하지만 충청도 조직 챙기기에는 강 전 의원이 가장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 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외곽조직으로 알려진 국민희망포럼을 모태로 삼아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지역별 포럼을 발족시키며 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엔 충남희망 포럼을 출범시켰고 지난 1월 16일에는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충남희망천안포럼 창립식을 가졌다.
또한 ‘희망봉사단’ 발대식을 마친 ‘대전 희망포럼’은 지난 22일 창립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활동에 돌입했다.
한편 박 전 대표의 취약지역중의 하나인 경기 지역은 4선의 김영선 의원과 초선인 한선교 의원이 지역책으로 꼽히고 있다. 김 의원은 중진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 의원이 앞장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 단초로 한 의원은 친이계 이사철 의원이 경기도당위원장 선거에 후보자로 나서자 대항마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지만 끝내 신청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김문수 도지사가 지지하고 있는 친이계의 이 의원과 박 전 대표가 지지하는 한 의원이 격돌할 경우 차기 잠룡들의 대리전 양상을 한 의원이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한 의원의 도당 출마 여부를 떠나 경기도에서 친박근혜 모임을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인물 부재’ 강원
김진선 영입 작업 ‘박차’
강원도와 제주도의 경우엔 친박 인사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인물난에 빠져 있다. 강원도지사에 나서 떨어진 친박계 이계진 전 의원이 꼽히고 있지만 조직에 문외한이라는 점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친박계에선 강원도지사를 지낸 김진선 대통령지방행정 특보를 영입하기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전 지사가 비롯 이명박 정부에서 특보로 활동하고 있지만 정치인이라기보다 ‘행정가’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강원도에서만 3선을 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 입장에선 천군마마를 얻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편 울산에선 정갑윤 의원이 인천에선 친박계 이경재, 윤상현, 이상권 의원 중 윤 의원이 지목되고 있다.
제주도에선 현경대 전 의원이 꼽히고 있다. 바야흐로 친박계가 전·현직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조직화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차기 대권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더 가열될 전망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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