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최시중·이상득 ‘영포라인’ 3인방의 몰락
박영준·최시중·이상득 ‘영포라인’ 3인방의 몰락
  • 정찬대 기자
  • 입력 2012-04-30 10:25
  • 승인 2012.04.30 10:25
  • 호수 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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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로 줄섰나’ 검찰 수사에 靑 ‘털고 가자’

▲ 좌부터 박영준 전 차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권불오년 화무십일홍’(權不五年 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현 정권 최고 실세들이 줄줄이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금품 수수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MB정권의 ‘왕 차관’이라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까지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되고 있어 이명박 정부 막후 최고 실세로 불렸던 ‘3인방’은 검찰의 철퇴를 맞으며 일거에 몰락하고 있다.

검찰이 MB 최측근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박근혜에 줄을 선 게 아니냐’는 시각마저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 수사가 ‘불법대선자금’으로 이어질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포라인’ 줄줄이 ‘검찰수사’… 이상득도 ‘연루의혹’

‘파이시티 게이트’가 현 정권의 최고 실세인 ‘영포라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주변인물이 무더기로 거론되면서 청와대는 숨소리마저 죽인 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청탁과 함께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최재경)는 최 전 위원장이 자신의 고향 후배인 건설 브로커 이동율 씨를 통해 사업시행사인 파이시티 이정배 전 대표로부터 인허가 대가로 5억여 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경위와 돈의 사용처 등을 집중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브로커인 이 씨에게 건넨 11억5000여만 원 가운데 5억여 원이 최 전 위원장에게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최 전 위원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이 씨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 25일 피내사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은 뒤 “이명박 대통령이 할 일이 많은데 짐을 얹어 준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어 “청와대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죄송하다”며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책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검찰조사에 앞선 23일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한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2004년부터 지금까지 고향 후배인 이동율(브로커)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받은 돈은 2007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최 전 위원장의 발언은 이번 사건이 불법 대선자금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만약 사실일 경우 이명박 대통령에게까지 그 여파가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될 수 있다.

그러나 최 전 위원장은 다음날인 24일 갑작스레 말을 바꿨다. “얼떨결에 (여론조사에 썼다고) 말했다. 정식 캠프 여론조사 비용으로 쓰지 않았고, 개인적 활동을 하며 모두 썼다”고 해명했다.

당초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자신을 막아주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대한 불만으로 대선자금까지 운운한 것으로 관측되지만 발언 하루 만에 “얼떨결에...”라며 말을 바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모종의 교감이 있지 않았겠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또 이 전 대표로부터 인허가 로비 명목으로 10억여 원을 받은 혐의와 ‘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인멸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준 전 차관의 서울 용산구 자택과 대구 사무실 등 3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박 전 차관은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현 정부 들어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 총리실 국무차장, 지경부 2차관을 거치면서 ‘왕 차관’이라는 별칭을 얻는 등 이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로 지목된다. 그는 10억 원 수수혐의 이외에도 이 전 대표로부터 지난 2007년부터 매달 천만 원에서 2천만 원 가량을 받은 의혹까지 사고 있다.

박 전 차관이 이 전 대표로부터 돈을 건네받았을 당시 그가 대선 외곽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에서 활동했다는 점에서 돈의 성격을 놓고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청와대 측의 해명과 적극적인 선긋기에도 불구하고 최시중, 박영준 두 사람이 받은 돈의 일부가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유추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근 파이시티 측 브로커인 이동율 씨의 집과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을 단행하고 정관계 인사들의 명단이 있는 ‘비망록’과 ‘경조사 화환 및 축의금 리스트’ 등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씨의 비망록에는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은 물론 자신과 동향(경북 포항) 출신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과도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기록돼 있어 ‘영포라인’이 줄줄이 수사 선상에 오르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이 의원의 전 보좌관 박배수 씨는 은행대출 청탁대가로 수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박 씨가 제1금융권에서 300억 원의 대출을 알선해 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좌관 선이 아닌 이상득 의원이 깊이 관여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檢, 칼끝... 어디로 향하나?

현재 이 전 대표는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게 보내라며 총 61억 원을 브로커인 이 씨에게 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조성한 비자금이 340억 원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은 61억 원 외에 나머지 돈이 또 다른 로비 등에 사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 대한 의지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상대 검찰총장과 최재경 중수부장 등 수사팀은 지난 23일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대선자금’ 관련 최 전 위원장이 발언도 함께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총장은 “길게 끌 수사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고, 중수부 이금로 수사기획관은 이후 “이번 수사는 대선자금 수사가 아니라 인허가 로비 수사”라고 공식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권재진 법무부장관이 있는 한 사즉생의 각오에도 불구하고 검찰조사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사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권 장관이 되려 수사를 지휘하고 보고받는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 장관은 최시중 전 위원장으로부터 이 전 대표의 경찰수사(횡령 및 배임혐의) 관련 “잘 처리해 달라”고 청탁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권 장관은 법무부 대변인을 통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고 민정수석 때 일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최 전 위원장에게 청탁 전화를 받은 이는 권 장관뿐만이 아니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 11월 23일 파이시티 이 전 대표로부터 “채권은행 관계자의 지분 요구 등 압박을 막아달라”는 청탁을 받았고 그 자리에서 권혁세 금감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 민원인이 있으니 잘 살펴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권혁세 금감원장은 “최시중 전 위원장으로부터 민원 전화를 받았지만 금감원 처리 원칙에 따라 이미 처리된 사안이었다”며 별도의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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