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 정면 돌파로 대선까지 한달음
오 시장, 정면 돌파로 대선까지 한달음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1-01-25 14:40
  • 승인 2011.01.25 14:40
  • 호수 874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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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무상급식 주민투표 전략
지난해 12월 신당초등학교에서 열린 시울시장과 서울시민의 현장대화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친환경 무상급식’관련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 오 시장은 최근 “주민투표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민주당이 ‘아이들 먹을 것 갖고 그러느냐’며 주민투표로 인해 발생하는 선거비용 120억 원에 대해 세금 낭비라고 지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은 정면 돌파를 택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에선 오 시장의 강경 대응에 대해 ‘복안이 뭐냐’, ‘대권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라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오 시장이 서울시장 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속내를 들여다봤다.

정치적 생명 걸고 서울시당에 협조 요청
“발의만 시키고 주민투표 무산시킬 의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오 시장은 지난 1월 19일 “주민투표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며 “절차상 일정이 미뤄져 오해의 소지는 있었지만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야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권 출마를 위한 명분 찾기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요즘 무상급식으로 전쟁을 벌이니 야당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데 진심은 그렇지 않다”며 “믿어주실지 모르지만 어느 자리에 가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시작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을 잘 아는 한 측근은 ‘오 시장이 주민투표를 통해 정치적 생명을 걸고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며 그 진정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주민 투표제를 강행하는 것과 관련 오 시장의 숨은 의도가 있다는 지적에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마디로 오 시장이 주장하는 주민투표제 주장은 정치적으로 잃을 게 없는 싸움이라는 설명이다.

1단계 48개 당협위원장 동원
40만 명 서명


우선 서울시의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 700억 원을 폐기시키기 위한 복안이 숨어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서울시당의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이 주민투표제를 강행하기 위해선 서울시 유권자 5%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서울시 유권자가 820만 명이니 40만 명의 서명이 있으면 무상급시관련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민투표법에 관련해 서울시 조례를 보면 “주민투표의 대상은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으로서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제2장 주투표의 대상 및 절차 제7조 1항)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1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 법령에 위반되거나 재판중인 사항 ▲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 ▲ 지방차지단체의 예산·회계·계약 및 재산관리에 관한 상항과 지방세·사용료·수수료.분담금 등 각종 공과금의 부과 또는 감면에 관한 사항에 대해선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서울시 의회가 통과시킨 무상급식은 예산에 포함돼 있어 조례에 따르면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는 대상이다. 하지만 서울시측은 “예산 편성권이 아닌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을 묻는다는 점에서 이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 시장은 주민 투표 발의에 또 다른 요건인 서울시 유권자의 ‘5%’ 서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전체 유권자 820만 명 중(중앙선관위 2010년 6·2 지방선거) 5%는 40만 명 이상이 주민투표에 부치자는 의견에 서명을 받아야 한다. 이에 오 시장은 한나라당 진영 서울시당위원장을 비롯해 서울시 부시장을 지냈던 권영진 의원 등을 통해 서명 작업을 받기위한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서울시 48개 당협위위원장을 동원해 1인당 9000명씩 서명을 받으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발의 요건을 갖춘다고 해도 2차 관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무상급식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발의 할 수 있다고 해도 서울시 유권자의 1/3인 280만 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가부가 결정난다는 점이다. 만약 주민 투표를 실시해 찬반이 나오면 상관이 없지만 투표율이 전제 유권자의 1/3이 못 미칠 경우엔 모든 게 무산된다는 점에서 서울시 측은 방점을 찍고 있다. 즉 오 시장은 발의 요건만 챙기고 정작 투표일에는 서울시민들의 소극적 참여를 유도해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무상급식안 예산과 서울시가 추진한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가 자동 폐기되는 조례안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는 셈이다.

1/3일 불참시
무상급식안 자동폐기


이에 대해 서울시측은 굳이 부정을 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일단 40여만 명의 서울시민들의 서명을 받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며 “48개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이 서명작업을 도와줄지는 미지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오 시장의 주민투표 실시에 대한 입장이 ‘확고하다’며 정치적 생명까지도 걸고 있다는 점 역시 인정했다.

오 시장으로선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에 대한 제동을 걸고 한편으론 보수 진영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손해 볼 게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차하면 오는 2012년 대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복선도 깔려 있는 셈이다. 반면 서울시 유권자 1/3 이상이 참여해 찬성의견이 다수일 경우엔 서울 시장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위험부담도 존재한다. 오 시장의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한 도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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