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황금인맥 사시 17회가 뜬다
법조계 황금인맥 사시 17회가 뜬다
  • 이금미 
  • 입력 2005-11-01 09:00
  • 승인 2005.11.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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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17회)인 정상명 대검차장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내정되면서 사시 17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75년 합격한 사시 17회는 노 대통령을 포함해 모두 59명으로 참여정부 출범이후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2명을 포함해 조만간 검찰총장도 배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젊은 시절 사법연수원이라는 공간에서 2년여간의 시간을 공유했다. 바로 대통령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 들어 법조 각계 요직을 꿰차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과 사시 17회 동기들은 ‘남다른 인연’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지만, 노무현 정권과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동기들의 관계가 무관치 않다고는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정권 출범 초부터 법조계 황금인맥으로 부상한 사시 17회, 이들 59명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출범 초 가장 먼저 첫 테이프를 끊은 사시 17회 동기는 헌법재판소 전효숙 재판관이다. 그는 2003년 재판관에 임명됐으며, 첫 여성 재판관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헌법재판관 중 유일한 홍일점이다.

검찰 검사장급 7명 배출

그리고 2003년엔 또 다른 사시 17회 동기가 정계 및 재계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는 대검 중수부장 시절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안대희 서울고검장이다. 지난 7월에는 또 한 명의 노 대통령 동기가 헌재 재판관에 임명되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바로 조대현 재판관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 들어 법조계에서 사시 17회가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단연 검찰이다. 우선 정상명 검찰총장 내정자가 있다. 그리고 정 내정자를 포함한 7명의 노 대통령 동기들이 참여정부 들어 검사장급에 올랐다.

정상명 대검차장, 안대희 서울고검장,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 이기배 수원지검장, 유성수 의정부지검장, 임승관 부산고검장, 임양운(현 법무법인 GL 대표변호사) 전광주고검차장 등이 바로 그들이다. 임양운 변호사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모두 현직 검찰간부로 재직중이다. 사실, 이들 모두는 이번 검찰총장 인사에서 정 내정자와 함께 후보군에 포함됐다는 후문이다. 참여정부 들어 이들 사시 17회의 약진은 노 대통령과의 인연을 거론하지 않고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론 대통령과 동기들은 인연을 거론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과 사시 17회의 거듭되는 법조계 요직 등용을 우연으로 본다는 것은 무리일 듯싶다.

“옛날로 다시 돌아간 기분”

노 대통령 역시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5월28일 노 대통령은 청와대로 동기들을 부부동반으로 불러 다과를 겸한 비공개 모임을 가졌다. 물론 ‘친목모임’이라는 게 당시 청와대의 공식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여러분들을 다시 만나니 옛날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라며 각별한 인연을 되새겼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얼마나 될까. 우선 사시 17회 동기 중 검찰에서 잘 나가는 인사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당시 검찰 핵심간부였던 정상명 대검차장, 안대희 서울고검장,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 등이다.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렇다 해도 노 대통령과 1975년 사법연수원 시절 가까이 지냈던 ‘8인회’ 멤버들은 대거 참석했다고 전해진다. 정상명 대검차장을 제외한 당시 조대현 변호사와 이종왕 삼성그룹 법무실장, 서상홍 헌재 사무차장 등은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날 모임에는 사법부 재직중인 판사들과 변호사들이 주로 참석했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에도 사시동기 포진

한편 법원 요직에 포진한 인사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법원에는 손용근 법원도서관장, 김능환·이호원 서울고법부장, 차한성 서울중앙지법 판사수석부장, 김종대 부산고법부장, 김관재 광주고법부장 등 6명이 노 대통령의 동기들이다. 노무현 정권과 사시 17회 동기들의 인연은 대법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시 17회의 대법관 진출이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지난 10월19일 이용훈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3명에는 이들 사시 17회 이름이 오르지 못했으나, 5명이 대거 교체되는 내년 7월엔 대법관에 제청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헌재에는 전효숙 조대현 재판관 이외에 8인회 출신인 서상홍 사무차장이 포진해 있다. 게다가 내년엔 헌법재판관에 사시 17회의 약진이 더욱 가시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06년엔 윤영철 헌법재판소장과 함께 헌법재판관 5명도 교체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찾아봐도 사시 17회는 눈에 띈다. 국내 4대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광장의 대표변호사인 김경재 변호사, 국내 최대의 로펌인 법무법인 ‘김&장’의 신희택 양영준 정경택 변호사가 사시 17회다. 강보현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유철균 법무법인 천지인 대표변호사, 장용국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민변 부회장으로 활동했던 박성민 법무법인 한결 대표변호사도 59명에 포함된다. 정치권에서도 노 대통령의 동기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진영 의원이 그들이다. 정인봉 송훈석 전 의원도 여기에 포함된다. 한편 안 의원과 진 의원은 개인 일정 등의 이유로 지난 5월 청와대 모임에 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 이종백 용퇴? 검찰 ‘빅3’ 하마평

정상명 대검차장이 검찰총장에 내정된 가운데, 검찰의 후속 인사에도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법시험 17회인 정 내정자가 검찰총장에 오른다면, 관례상 동기들이 용퇴하는 게 수순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검찰내 ‘빅3’로 통하는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중수부장에 누가 앉게 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우선 서울중앙지검장은 현재 도청 사건을 수사하고 있으며,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사 인사를 총괄하는 자리다.

대검 중수부장은 주로 권력형 비리 등의 사건을 다룬다. 검찰 주변에선 차기 빅3 하마평도 무성하다. 먼저 용퇴를 고려하고 있는 이종백(사시 17회) 서울중앙지검장 후임으로 임채진(19회) 법무부 검찰국장과 문영호(18회) 부산지검장, 박상길(19회) 대구지검장, 이훈규(20회) 창원지검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법무부 검찰국장은 임채진 현 국장의 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이훈규 지검장과 문성우(21회) 청주지검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박영수(20회) 대검 중수부장의 유임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6개월 전 중수부를 맡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태현(20회) 울산지검장, 이승구(20회) 법무부 감찰관, 문효남(21회) 대검 감찰부장 등이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 법조계 이너서클 ‘8인회’ 실체
권력 핵심 실세 부상

사법시험 17회 동기들 중 가장 주목 받는 그룹은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시절 가깝게 지냈다는 이른바 ‘8인회’ 멤버들이다. 사법연수원 시절 함께 공부하며 동고동락을 했던 이들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직전까지 이들 8인회 멤버들과 부부동반 모임을 가졌으며, 당선 이후엔 청와대에서 정기 모임을 갖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들 중 정상명 내정자가 검찰총장에 임명된다면,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검찰조직의 핵심을 꿰차게 돼, 8인회에 쏠리는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내정자는 노무현 정권 들어 첫 검찰인사에서 노 대통령이 직접 법무차관으로 발탁했을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에도 8인회 멤버가 있다. 바로 조대현 재판관과 서상홍 사무차장이다. 법원에는 김종대 부산고법부장이 있다. 한편, 대검 수사기획관 출신으로 법률회사 김&장 소속 변호사를 거친 이종왕 삼성그룹 법무실장(사장급)과 법무법인 화우의 강보현 대표변호사도 그 멤버다. 두 사람은 지난해 노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 노 대통령의 대리인단으로 활동, ‘사시 동기 구하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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