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이광영 기자] “신약개발은 국민의료비 증가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조헌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이사는 우리나라가 국민들의 의료수요 증가에 따른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전화를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국가정책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이면 한국은 전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되는데, 그러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면서 건강한 노후를 위한 의료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혁신 신약의 개발’이라는 것이다. 혁신 신약이 개발되면 국민을 질병에서 해방시켜 건강한 국민으로써 새로운 삶을 개척해 국가경제 발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특히 조 이사는 ‘혁신 신약의 개발’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국내 제약산업의 흥망은 곧 국민 건강권 보장과 연결되어 있고, 이는 결국 ‘제약 주권’과 직결된 문제란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의 제약산업, 혁신 신약개발은 ‘위기와 기회’가 상존하고 있다.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블록버스트 신약의 특허만료’는 분명 기회이지만,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은 위기다. [일요서울]은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신약개발조합 사무실에서 조 이사를 만나 ‘한국 신약개발의 명암’에 대해 인터뷰했다. 조 이사는 인터뷰에서 “국내 제약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심으로 성장하는데 각종 정책과 제도,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약개발은 국민의료비 증가의 유일한 해법”
“지금 글로벌 다국적 제약산업의 혁신 생산성은 날로 떨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차원의 혁신 신약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부터 조 이사의 인터뷰는 시작됐다. 그에 따르면 혁신신약은 시장 선점성이 큰 의약품이다. 그런데 지난 20년간 글로벌 제약산업의 동향을 분석해 보면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들은 다소 나태했다. 혁신 신약의 개발에 집중하지 않고 기존에 이미 알려진 약물 메커니즘을 이용한 현실 안주적인 손쉬운 방법을 차용했다. 즉, 혁신 신약의 개발 집중력 부재와 기존 약물을 타깃으로 한 독창 신약(Best in Class;Known Target)이 그것이다.
조 이사는 “혁신 신약(First in Class drug)을 위해서는 기초연구가 필요하고, 약물 타깃에 대한 타당성(validation) 검증을 거쳐야 한다”면서 “이는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과 함께 장기간에 걸친 시간과 자본이 투자되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결국 글로벌 제약사들이 혁신 신약에 집중하지 않고 독창 신약에 집중했다. 당연히 혁신 신약에 보다 독창성과 차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독점력의 저하로 연결돼 경쟁의 격화를 불러오게 된다는 의미다. 조 이사는 이에 대해 “1980~1990년대 초의 신약 독점기간은 평균 7~8년이었지만, 그후로 점점 짧아져 최근에는 몇 개월로 줄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조 이사에 따르면 이는 분명 글로벌 제약사들의 위기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블록버스터 신약에 대한 특허만료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이면 블록버스터 신약의 40%가 특허만료된다. 그러면 3개월도 채 안돼 소위 복제약이라고 하는 제네릭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제약사에 닥친 ‘혁신 신약의 비상령’이다.
글로벌 제약사 ‘혁신 신약 비상령’ …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반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짧은 제약산업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한국의 제약산업은 1987년부터 신약개발을 본격화 한 뒤로 지금까지 20가지의 국산 신약을 개발했다. 이 가운데 7~8개 회사가 15개를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임상 실험 중에 있다. 그 가운데는 미국 FDA(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은 ‘항생제 팩티브’가 해외에서 시판까지 되고 있다. 조 이사는 “신약조합 자체 분석 결과 우리나라 35개 제약기업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기술수출한 것이 90건에 이른다”며 “우리나라 전산업에서 유일하게 기술무역수지 2배 흑자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그동안 제네릭에만 집중하고 쉬운 길을 걸었다는 주장과 완전히 다른 의견이다.
조 이사는 특히 “국내 제약시장은 18조 원 규모로 전 세계 시장의 2%에 불과하다”면서 “협소한 국내시장을 벗어나 글로벌로 눈을 돌려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채비를 이미 마쳤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위기가 우리 제약사들에게 기회로 다가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조 이사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건보재정의 절감을 명분으로 약가를 평균 14% 인하했다. 제약회사들의 매출액 대비 수익률 7~8%의 거의 2배가량에 이른다. 규모로는 1조7000억 원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2010년에 발표한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보면 제약산업의 순이익은 7800억 원이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9000억 원에서 1조원 가량의 영업손실이 발생한다. 조 이사는 “이 와중에 국내 제약사는 연구개발과 재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조 이사는 “약가인하 탈출구는 없다”면서 “(정부가) 제약기업의 경영 지속성을 이끌 재원을 정부 정책이란 이름으로 빼앗아 갔다”고 탄식했다.
“약가인하 탈출구는 없다 ” … 국내 혁신형제약 육성책 실효성 있어야
조 이사는 인터뷰에서 신약관련의 이슈를 3가지로 요약했다. 하나는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3월 31일자로 시행돼 그 후속조치로 혁신형 제약기업의 인증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선정후 인센티브 문제, 즉 조세지원·금융지원·R&D지원·글로벌 진출 역량 확대와 인프라 구축이고, 셋째는 R&D 생산성 제고에 관한 전세계 제약산업의 혁신문제를 꼽았다.
조 이사는 “국내 제약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각종 정책과 제도, 혁신 환경에 기여하고 싶다”며 소박하지만 당찬 포부를 밝혔다. “내적 역량의 강화를 위해 주말을 이용해 동국대 MBA 과정을 밟으며 주경야독하고 있다”는 조 이사는 “많은 제약기업들을 만나면서 시장의 수요와 불편함, 어려움들을 들으면서 내가 무엇을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가를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기에 신약조합이 갖고 있는 역량과 접목시켜 제약기업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도 했다.
조 이사는 특히 “지금 제약산업은 국민들이 느끼는 만큼 노력하지 않는 게 아니다”면서 “할 수 있는 역량 범위 내에서 최대 노력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제약산업의 존재 의미가 국민들의 보건환경을 향상시키고,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약산업의 수많은 성과들이 몇 가지 문제로 인해 가려져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국민들이 혁신을 위해 노력해 왔던 사실과 약가인하로 인한 어려움을 알아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제약산업계에 대해 “약가인하와 환경변화 속에서 재무여건이나 기업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현실이지만, 제약시장은 고령화·환경오염·난치병 증가로 자연증가가 발생하는 만큼 희망을 가져야 한다”면서 “현재의 어려움은 단기적이라고 생각하고 급성장을 대비한 혁신 재투자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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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 기자 gwang@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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