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인턴ㆍ고졸채용은 물론 공채까지 축소…M&A와 관련 있나
- 끊임없는 우리금융 합병설…어 회장, ‘오너 의지’로 정면 돌파?
KB금융지주(회장 어윤대)의 발길이 어지럽다. KB금융은 어윤대 회장의 취임 이래로 끊임없는 M&A 관련설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우리금융 민영화가 이슈로 떠올랐을 때 유력한 후보자로 손꼽히던 것도 KB금융이다. 그러나 여론의 반대에 밀려 산은금융지주(회장 강만수)와 함께 차례로 두 손을 들고 백지화를 선언했다. 때문에 KB금융으로서는 최근 다시 불거지는 우리금융 합병 추진설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 회장은 취임 직후 “KB금융의 체질이 개선될 때까지 은행과 증권의 M&A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에도 어 회장은 “그 시기가 와도 국내 은행 대신 해외 외국은행을 M&A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은행장 민병덕)의 청년인턴 및 고졸채용, 그리고 공채인원이 축소되는 것에 눈길이 쏠리면서 KB금융의 예사롭지 않은 M&A 움직임에 다시금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3년간 4645명의 청년인턴을 선발했으나 이중 정규직 채용은 59명으로 1.27%에 지나지 않는다. 타행의 평균 11~12% 전환율에 비해 1/10 수준인 것이다. 또한 올해 청년인턴 채용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년인턴제는 정부가 시행하는 청년층 일자리마련 대책 중 하나다. 청년층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임금 전액 또는 일부를 부담함으로써 공기업 또는 민간기업에서의 인턴 채용 기회를 제공해 정규직으로서의 취업가능성을 꾀하는 고용촉진 지원사업인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을 비롯한 국책ㆍ민간은행들은 정부의 압력에 눌려 저임금 단기 일자리를 계속해서 양산해 낼 뿐 정작 핵심인 정규직으로서의 취업가능성을 배제하는 형국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청년인턴채용은 물론 고졸채용까지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고졸채용 인원은 상ㆍ하반기를 통틀어 8명이다. 더불어 올해 고졸채용 역시 정확한 규모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행의 경우 우리은행은 지난해 85명ㆍ올해 200명, 신한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20여명,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은 각각 100명ㆍ80명을 선발하는 등 국민은행과 대비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국민은행은 상시고용 근로자의 2.3%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는 장애인채용도 기준치에 미치지 못해 매년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고 있다. 은행들이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국민은행은 타행과 달리 부담금 납부액조차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물론 청년인턴제나 고졸채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작 대졸자들은 온 힘을 다해 구직을 해야 할 소중한 시기에 청년인턴제 등에 부화뇌동하며 시간을 허비했다”면서 “제대로 가산점을 매겨준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허울 좋은 금융권 취업이라는 간판만 바라보다가 나온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향후 고졸채용 역시 청년인턴제처럼 몇 년 후에는 소리 소문 없이 사그라져 운 좋게 들어간 몇몇을 제외한 고졸자들은 정책에 휘둘려 희망고문을 당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민은행은 실제 공채인원까지도 줄이는 행보를 보여 의문을 사고 있다. 국민은행의 올해 상반기 공채는 실시하지 않고 하반기에도 90~100여명 채용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때 국민은행은 공채로 상반기 500명·하반기 200명 등 총 700명을 선발하기도 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룹에서 해외 우수인력 100명 채용에 나섰고 은행에는 90~100여명의 채용인원이 배정됐다”면서 “상반기는 원래 공채 여력이 없었고 하반기에도 그 정도 선에 머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KB금융의 M&A 욕심은 어디까지?
이에 금융권에서는 “정작 KB금융의 큰 몸통인 국민은행이 청년인턴과 고졸채용은 물론 공채인원까지 줄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일고 있다. 특히 타행 관계자는 “어윤대 회장이 M&A에 심혈을 기울이며 몸집을 불리려는 정황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 4일 KB금융에 우리금융과의 합병 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KB금융은 같은 날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M&A 추진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다”면서 “하지만 우리금융과의 합병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추진한 사안이 없다. 향후 구체적인 사안이 발생하면 재공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KB금융 관계자는 “내부 분위기는 우리금융과의 합병 등을 감지할 수 있는 낌새가 거의 없다”면서 “따로 검토했다면 관련 팀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M&A는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KB의 경우 외국인과 내국인의 주주비율이 6:4일 정도로 외국인이 많아 오너의 의지만으로는 성사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설이 계속해서 불거지는 것은 단지 부인한다고 해서 잠재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이미 대형 은행이기 때문에 은행 규모를 무리해서 늘릴 필요가 없다”면서 “우리금융과의 합병보다는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라고 분석했다.
타행 관계자는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은 금융권 ‘빅4’ 중 2곳의 만남이기 때문에 거의 독점에 가까운 형태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면서 “독점이라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 다행이지만 지역 및 고객층의 중복으로 인해 덩치만 커지고 실적은 그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