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양심이 없다”, “이성을 잃었다” 3D TV를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사 책임자들이 내뱉는 말들이다. TV가 정말 요술 상자로 변하고 있지만 요술 뒤에 숨은 상술은 험악하기 그지없다. 비교 광고를 잘못 하면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마련이다.
삼성은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신문광고에 원숭이를 등장시키며 ‘하늘과 땅 차이’라는 비교 광고를 통해 LG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에 LG는 한 수 더 공격적으로 맞섰다. LG전자는 ‘보라! 누가 하늘이고 누가 땅인지. 땅이 할 일은 2D, 하늘이 할 일은 3D’라는 반박 광고를 했다. 2011년 컨슈머리포트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3D TV 평가에 있어서 LG전자가 1위를 했다는 광고로 대응한 것이다. 이 평가에서 삼성전자가 꼴찌를 했다는 것.
해외에서의 양사의 비교 광고전은 더욱 치열하다. LG는 지난해 6월 미국의 USA투데이 등 유력 일간지에 ‘소니와 삼성은 2D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란 광고에 이어 8월엔 ‘소니와 삼성, 무거우면서 배터리가 필요하고 왼쪽 오른쪽 신호를 맞춰야 하는 안경이 왜 필요한지 알려 달라’며 ‘소비자 5명 중 4명은 LG 제품을 선택했다’는 리서치 기관의 테스트 결과를 제시하며 자사 제품의 우월성을 높이려는 광고를 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광고 심의기구인 ‘전국광고부(NAD)’는 지난 1월 LG전자 광고의 중단을 권고했다. 삼성·소니가 신청한 심의 결과 ‘LG가 특정 모델 비교만으로 전체에 대한 비교 결과인양 일반화했다’며 지적한 것이다. 반면에 NAD는 이 달 4월 들어 지난해 10월 LG가 삼성의 광고가 소비자를 호도하는 부당한 광고라며 제기한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광고 중단 권고 결정을 내렸다. 삼성은 지난해 안경조작으로 입체영상효과를 내는 자사의 ‘셔터글라스(Shutter Glasses)방식이 디스플레이 패널 조작으로 입체영상효과를 내는 LG의 필름패턴편광(Flim type Patterned Retarder)방식보다 해상도가 뛰어나다’는 광고를 했다. NAD는 “기술적으로 인정되더라도 일반 소비자가 구별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편광방식엔 울퉁불퉁한 경계선이 있다'는 점도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처럼 양사는 국내외를 넘나들며 피 말리는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양사의 불꽃 튀는 광고전엔 몇 가지 불편한 진실들이 숨어 있다. 먼저 세계 주요 나라 소비자들은 이런 싸움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이 최근 14개국의 1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TV 교환 욕구’ 조사에서 TV 보유 소비자가 새 TV를 사고 싶은 이유로 ‘3D 영상을 보기 위해’는 가장 낮은 순위를 차지한 것이다. 새 TV를 사고 싶은 이유로 가장 중요한 것은 ‘더 크고 선명한 최신 TV'이었고 그 다음이 ‘LED 같은 최신 기술의 TV'이며 그 뒤를 ‘인터넷에 연결해 여러 기능을 구현하는 스마트 TV’이고 마지막이 ‘3D 기능’으로 아직은 강한 교체 욕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사가 상대를 서로 헐뜯는 것은 이 같은 광고의 높은 주목도를 통해 한 시라도 빨리 3D TV에 대한 소비자의 지갑을 털겠다는 얄팍한 상술이 도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TV시장은 내가 한 대라도 더 팔아야 상대방 판매를 축소시키는 ‘제로섬' 게임이지만 시장 초기단계에 있는 3D TV는 먼저 세계시장의 파이부터 키워야 하는 것이 급선무인데도 우리 기업끼리 서로 약점만 까발리니 일본 등 외국 기업에 좋은 짓만 하는 꼴인 셈이다.
또한 양사는 최근 국내 광고 전략을 바꾸긴 했지만 이 광고들 역시 소비자 편익의 메시지보단 빅 모델 경쟁만을 한다는 점이다. LG의 광고는 모델 소녀시대 멤버들이 광선(光線)검을 들고 있는 여 전사처럼 현란하게 등장하여 눈길을 끈다. 그녀들의 높은 인지도를 활용하여 자사 제품과 소비자들과의 친밀감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너무 빠른 음악과 편집으로 LG제품이 왜 좋은지의 설명이 잘 보이질 않는다. 삼성의 모델은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다. 세계적 인지도를 지닌 외국인 빅 모델로 제품기능 설명에 집중하게 하려는 의도다. 외국인이란 비유사성의 차별화로 주의력을 높이지만 동시에 소비자와의 얼굴의 이질적 특성으로 인해 친밀도가 낮고 그것도 영어로 말하는 광고가 어쩐지 어색하기만 하다.

빅 아이디어는 모든 광고의 목표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아 빅 모델을 통해 주목도를 확보하려는 쉬운 길을 택하게 된다. 노출되는 광고가 1일 3000개가 넘는 커뮤니케이션의 과잉은 광고 주목도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목표 GRP(Gross Rating Point : 시청률) 달성을 위한 빅 모델에 대한 높은 출연료 등 광고비가 늘며 덩달아 제품 가격마저 오른다. 결국 양사의 광고는 제품 정보도 제대로 전달 못하면서 소비자 부담만 늘려놓고 있는 것이다.
1966년부터 40년이 넘게 두 기업 간의 광고전쟁엔 숱한 일화가 많다. 한 기업이 새로운 제품 모델을 출시하면 상대는 철야를 하더라도 다음 날 유사 모델을 내놓는 사투를 벌였다. 한 쪽이 ‘기술의 상징’이라고 광고를 하면 다른 쪽은 ‘첨단의 상징’으로 또한 이쪽이 ‘국내 최초’라 하면 저쪽은 '세계 최초'로 맞섰다. 심지어 신문기사의 기업 순서에서도 날카롭게 대립 했다. 이 처럼 두 기업의 사활을 건 경쟁은 국내 TV산업의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동종업계의 경쟁은 효율성 제고를 위한 선의의 경쟁이어야지 ‘너 죽고 나 살자'라는 식은 금물이다. 그 옛날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 합니다’라는 LG전자의 전신 금성사의 광고 메시지는 지금도 우리에게 소비 지혜를 일깨워주고 있는 명언이었다. 제품 정보를 명쾌하게 전달하는 삼성의 ‘숨어 있는 1인치를 찾아라!’하는 카피는 광고를 넘어 소비의 미덕마저 창출해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에 우뚝 선 기업들이다. 양사는 글로벌 기업답게 광고의 본질인 소비자 편익에 보다 충실히 하면서 광고도 생활 문화의 한 영역이라는 보다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과 전략으로 지구촌의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하지 않겠는가.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