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이 원내대표 선출과 차기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각 계파 간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더욱이 원내대표와 신임 지도부 구성이 5월과 6월 연달이 치러지는 만큼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진영의 물밑작업과 합종연횡도 본격화되고 있다.
당의 비대위 체제를 이끌 원내사령탑은 ‘MB 심판론’의 최전방에서 저격수 역할을 해야 하며, 과반석 이상을 차지한 새누리당에 밀리지 않기 위한 대여 투쟁력과 협상력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원내대표 경선 한 달 후 치러질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어야하는 문제도 있다. 또한 차기 대권 관리역할까지 중책을 맡아야 한다.
6월에 구성될 신임 지도부는 연말 대선정국을 진두지휘할 제1야당의 대표로써 총선패배에 대한 내홍을 수습하고 계파 간 갈등을 조기에 봉합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권후보 경선을 관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계파별 대표주자들의 당권도전 러시는 당내 ‘세몰이’로 이어지고 있다.
각 계파별 ‘원내-당권’ 도전 초읽기
한명숙 전 대표가 총선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문성근 최고위원이 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민주당은 내달 4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차기 지도부 구성 전까지 신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대위 체제를 구성할 방침이다.
원내대표 선출 다음 달인 6월 9일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할 차기 지도부는 곧바로 정권 탈환을 위한 대선 플랜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6월에서 8월 사이에 진행되는 대선후보 경선작업에 곧바로 돌입할 예정이다.
5월에 선출될 신임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상임위 배분을 비롯한 원 구성은 물론 대선을 앞두고 ‘MB 정권 심판론’의 이슈를 이끌어갈 대여공세의 전초기지로서 그 어느 때보다 역할이 막중하다. 더욱이 차기 원내대표가 2기 지도부 구성 전까지 비대위를 이끄는 막강 파워를 지녔다는 점에서 각 계파별 신경전도 상당하다.
6월 출범하게 될 차기 지도부 구성을 놓고 친노와 비노 간 당권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공천 독점권’을 행사해온 친노 진영은 4·11총선을 통해 화려하게 복귀했고,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상당수가 친노 그룹으로 분류되고 있다.
‘친노의 맏언니’ 한명숙 전 대표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친노진영이 한동안 당무를 쥘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 나란히 원내진입에 성공한 ‘친노계 핵심’ 이해찬 전 총리는 당 운영의 디자이너로서, 문재인 상임고문은 유력 대권 주자로서 친노진영의 전체적인 흐름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김두관 경남지사까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가세할 경우 전체적 흐름은 친노와 비노에 김 지사 진영까지 치열한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친노 독점에 대한 당내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그간 당무와 공천에서 소외됐던 구민주계, 손학규계, 정동영계 등 이른바 비노진영 역시 당권·대권 역할론을 내세우며 세몰이를 하는 등 계판 간 물밑작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친노 인사가 원내 및 당 대표로 나선다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친노색이 옅은 인물이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비노 진영의 세 결집이 강화될 경우 친노가 당권을 유지하되 원내사령탑은 비노 측 인사가 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내 가장 큰 계파를 형성하고 있지만 1기 지도부에 이어 2기 지도부까지 ‘친노 일색’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대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친노’ 이해찬 중심으로 당권 재편 가능
친노계 좌장격인 이해찬 전 총리는 지난 18일 저녁 서울 여의도에서 친노 모임인 ‘시민주권’과 충남지역 당선자 그리고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일부 의원들과 회동을 갖고 향후 지도부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의 전략통으로 꼽히는 이 전 총리는 강한 리더십과 당 전략의 디자이너로서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친노계에서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강력히 요구받고 있으며, 스스로도 당권 도전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친노계 인사인 문성근 대표 직무대행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문 직무대행은 19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는 등 구민주계 끌어안기에 나섰다. 친노 진영의 얼굴인 그가 구민주계의 핵심인 동교동을 찾아 화해의 제스쳐를 보낸 것이다.
그러나 친노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비교적 친노색이 옅은 범친노 인사가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정세균 전 대표의 당권 도전설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 16일 당 대표와 궤를 같이할 사무총장에 친노 인사이면서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윤호중 당선자(경기 구리)가 임명됐다. 여기에 또 다른 정세균계인 전병헌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전 대표는 친노와 비노진영 모두를 아울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으며, 특히 18대 국회에서 보여준 이미지는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칭과 달리 대여 투쟁력을 갖춘 대표라는 호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정 전 대표가 대권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있어 친노 진영에서는 문희상, 원혜영 의원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현재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경선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사는 10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친노 진영 인사로는 참여정부시절 첫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당선자(서울 도봉을)가 강력히 거론되고 있다. 유 당선자는 친노 그룹에 속하지만 비노 진영에서도 비토 정서가 적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이밖에도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486의 맏형’ 신계륜 당선자(서울 성북을)의 도전여부도 관심사다.
‘MB저격수’ 박영선, ‘486대표’ 우상호 ‘물망’
당 안팎에서 차기 지도부는 물론 원내대표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사 중 한명인 박영선 의원의 경우 ‘MB정부의 저격수’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야성이 강한 인물로 꼽힌다. 4·11총선에 앞서 ‘무원칙 공천’에 반발하며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영선 역할론’이 무산된데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당내 그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점에서 박 의원의 출마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더욱이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그를 추대하기 위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특히 유인태 당선자는 박 의원과 자신이 원내대표에 나란히 출마할 경우 단일화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비친노 그룹이지만 19대 총선과정에서 친노와 함께 당 주류로 우뚝 선 486그룹에서는 우상호 당선자(서울 서대문갑)의 당권도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486의 대표주자인 이인영 최고위원이 현 지도부인 점을 감안해 일각에서는 ‘1기는 이인영, 2기는 우상호’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당내 486정치인들의 모임인 ‘진보행동’은 지난 18일 저녁 회동을 갖고 향후 당 대표 경선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자리에서 ‘진보행동’ 진영의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우상호 의원이 출마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4선의 ‘전략통’ 김한길 당권 도전 ‘변수’
구민주계 수장격인 박지원 최고위원의 당권 도전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또한 ‘전략통’으로 알려진 김한길 의원 역시 “정권 뺏긴 책임도 있지만 정권을 되찾아 와야 되는 책임도 있다”며 당권 도전의 뜻을 밝혔다.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이종걸 의원은 당권 도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원내대표에는 박 최고위원과 가까우면서도 수도권 출신의 박기춘 의원이 출마를 고심 중이다. 호남에서는 이낙연 우윤근 주승용 의원 등이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선의 호남중진인 이낙연 의원이 지난 18일 “출마에 대한 결심을 굳혔다”면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그간 ‘호남 물갈이론’으로 소외받던 광주·전남지역을 비롯한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은 22일 회동을 갖고 당 지도부 경선에 대한 방안 등을 논의하는 등 정치적 비상을 위한 세 결집에 돌입한 상태다.
손학규계에서는 신학용, 조정식, 양승조 의원 등이 원내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신학용 의원은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주변으로부터 권유를 많이 받고 있다”며 “개인적인 입장이 정리되면 손 전 대표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비주류 ‘박지원-손학규’ 손잡나
이런 가운데 손 전 대표와 박 최고위원이 지난 17일 오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에 맞서 비주류로 밀려난 ‘손학규-박지원’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돼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야권 통합 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결별했던 두 사람은 이날 재회를 통해 관계를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임 지도부 선출과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양측이 친노의 대척점 형성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충청권의 고전 속에서도 4선을 한 박병석 의원과 3선의 노영민 의원 등이 원내대표 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적진인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한 조경태 의원 역시 원내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