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전국위원장 선거 열 받는다

민주당 ‘빅3(손학규 대표,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가 실력 행사에 나섰다. 오는 1월 19~20일로 예정된 민주당 직능별 전국위원장(여성, 청년, 노인, 대학생) 선거가 차기 총선과 대선경선을 앞둔 계파 대리전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빅3’를 비롯한 486세력도 후보 지원에 나서면서 물밑에서 진행되는 신경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총선 공천권과 대선을 노린 민주당의 계파전쟁을 따라가 봤다.
첫 직선제로 치러지는 민주당 전국위원장 선거의 ‘키포인트’는 청년위원장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40대 당원들의 표심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는 청년위원장 자리를 확보해야 차기 총선공천권을 비롯한 대선후보 경선을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당 내 유력주자들의 운명을 판가름했던 10·3 전당대회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계파간 자존심도 걸려있다. 특히 정동영·이인영 최고위원 등 민주당의 핵심 인사들도 각각 청년위원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당 지도부가 바라보는 이번 청년위원장 선거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정 최고위원은 새천년민주당 창단준비위원회 청년위원장을 역임했고, 이 최고위원은 고려대 졸업 이후 새천년민주당에 영입돼 청년위원장으로 활약했다.
10·3 전당대회 후 첫 격돌
이번 청년위원장 선거에는 서양호, 이상호, 정환석, 박홍근 후보 등 모두 4명이 출마했다.
서양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 손학규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10·3 전당대회 때 조직 실무를 맡으며 손 대표의 당선에 적지 않은 공을 세운 것을 인정받아 당직 인선 때 조직 사무부총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상호 후보는 열린우리당 전국청년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동영 최고위원의 핵심 인사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정 최고위원을 도와 그를 본선무대에 올려놓은 주역으로 알려졌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활동하며 노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주도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말부터 전국을 돌며 대의원, 당원 등을 만나 표밭을 다져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환석 후보는 친노계열로 분류되며, 치과의사 출신으로 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 후보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내던 시절 특별보좌관을 지냈고 이 때문에 정세균 최고위원과도 친분이 두텁다는 전언이다.
박홍근 후보는 경희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지난 전당대회 때 정세균 최고위원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빅3’ 진영 은근슬쩍 지원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선거구도도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빅3’ 각 진영에서는 후보들과의 관계 부각에 대해 경계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크게 ‘손학규 대 반(反) 손학규’ 구도를 보이고 있으나 정동영계로 알려진 이 후보와 나머지 서, 정, 박 후보로 나뉘어 ‘정동영 대 반(反) 정동영’ 구도로 갈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서, 정, 박 후보 진영에서 이 후보를 제외하고 후보 단일화 논의가 물밑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 내부에서는 이번 청년위원장 선거가 ‘청년정신’은 상실하고 ‘계파정신’만 남았다는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참신한 청년정신이 부각되기 보다는 오히려 각 후보들과 ‘빅3’와의 관계가 더 부각되는 양상이 돼가고 있다는 것. 특히 일부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빅3’ 중 누구를 지원했는지 여부와 영향력의 정도가 부각되는 것에 대해 불만이 팽배해 있다는 전언이다.
당 내부에서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감지되자 ‘빅3’ 진영에서는 각 후보들과의 관계에 조심스레 선을 긋고 나섰다.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물밑 당심을 좌지우지할 대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려봐야 득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빅3’ 진영 가운데 한 관계자는 “이번 전국위원장 선거의 핵심이 청년위원장인 것은 맞지만 언론에 보도되는 것과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서 “우리가 특정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지원 하지 않고 있다. 계파대리전 양상은 더더욱 아니다”고 말했다.
여성위원장 선거 사실상 확정
한편 양자 대결이 예상됐던 여성위원장 선거는 비주류연합체인 ‘쇄신연대’ 소속의 장복심 전 의원이 불출마하면서 유승희 전 의원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특별한 단독출마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단순히 출마자가 한 명 밖에 나오지 않아 단독후보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대학생위원장 선거는 이동학, 손한민, 성치훈 등 3명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후보자들이 선거인단 확보에 직접 나서고 관계된 의원들이 개입해 도움까지 줬다는 등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조직선거가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최종 후보 등록자는 전국여성위원회 ▲유승희, 전국노인위원회 ▲선진규 ▲제정호, 전국청년위원회 ▲이상호 ▲박홍근 ▲정환석 ▲서양호, 전국대학생위원회 ▲이동학 ▲손한민 ▲성치훈 등이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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