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손학규 분당을 정세균 노원갑 투톱 출마설

4월 재보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정해진 곳은 경기 분당을과 김해을 지역이지만 향후 대법원 판결만 남겨놓은 서울 강남을(공성진), 노원갑(현경병), 전남 순천(서갑원)이 추가로 분류될 공산이 높다. 특히 이번 재보선에선 민주당 잠룡으로 구분되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최고위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외인 손 대표의 경우 야권 차기 대권 주자 위상 강화의 계기로, 정 최고위원의 경우 ‘주목받지 못하는 잠룡군’에서 탈피하기위해 4월 재보선 출마설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경기 분당을 출마가 구체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손 대표 측에선 4월 재보선 출마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 연초를 맞이해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유시민 국민참여연구원 원장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오히려 점점 벌어지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1월 첫째 주 실시한 주간 정례조사 결과,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해 연말 싱크탱크를 출범시킨 이후 2주 연속 상승하면서 36.0%로 대선후보 지지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반면 7.9%를 얻은 손 대표는 유시민 원장(12.2%) 보다 4.3%p 차이로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 볼 점은 진보계 유력주자군 선호도에서 유 원장이 18.5%, 손 대표 12.8%로 차이가 더 벌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면 현재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집필하기 위해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유 원장이 오는 3월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할 경우 손 대표와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유시민 3월 출판기념회 분수령, 손 ‘긴장’
상황이 이렇다보니 손 대표측에선 오는 4월 재보선에 분당을 출마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손 대표를 잘 아는 한 측근은 “작년 7월 재보선 이후 손 대표 측에서 비공개로 강 전 대표와 가상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결과 두 자릿수차이로 이기는 것으로 나와 만약 강 전 대표가 분당을에서 공천을 받을 경우 손 대표가 출마할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한 그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야권 볼모지인 부산에 출마해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칭과 함께 자발적 팬클럽인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하 노사모)이 결성됐다”며 “한나라당 텃밭으로 알려진 분당에서 패배하더라도 정치적 생명이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꼬마 민주당 시절 부산 동구에 출마해 낙선했고 1995년 지방선거 때는 부산시장 선거에 나가 낙선했다. 이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은 대권을 잡는데 일등 공신인 노사모라는 든든한 우군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또한 본지는 지난 872호에 ‘안상수·손학규 둘 중 하나가 사생결단 난다’는 제하로 손 대표의 분당 출마설 배경을 보도한 바 있다. 본지는 손 대표의 재보선 출마설 관련해 ▲ 당내 친노 386, 구민주계, DY계로 나뉘어 있어 당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점 ▲ 장외투쟁과 반MB 전선 확보에도 불구하고 10%대를 넘지 않는 지지율 ▲ 차기 대권 도전이 유력한 정동영, 정세균 등 양정의 견제를 꼽은 바 있다. 이는 곧 손 대표가 4월 재보선 출마는 ‘정치 생명’을 건 정면돌파 전략를 선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는 1월 초 강재섭계로 알려진 나경원, 이종구, 정진섭 의원 등을 만나 출마를 강력히 권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강 전 대표는 지난 1월 7일 예비후보자로 등록을 마쳤다.
만약 강 전 대표와 손 대표가 공천을 받을 경우 분당을 지역구는 여야 전현직 당 대표가 맞붙는 ‘빅매치’가 개최될 전망이다.
손학규 출마에 정세균도 꿈틀
노무현 부산 출마 효과는 손 대표 재보선 출마설과 맞물려 정세균 최고위원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출마를 위해 전국적으로 조직을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정 최고가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판단으로 출마 선언을 보류한 바 있다. 오는 2012년 대선에서 출마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정 최고의 딜레마는 민주당 후보군뿐만 아니라 야권 잠룡에게도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크게 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손 대표가 ‘당 대표직’을 걸고 분당을에 출마할 경우 ‘수도권 출마’를 공언한 정 대표 역시 정치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손 전 대표가 경기지역에 출마해 재보선에 올인할 경우 정 최고는 서울 노원갑 지역에 출마해 잠룡으로서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있다.
정 최고는 최근 측근들에게 ‘마의 5%’대를 돌파하기위한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특명’을 내렸다. 하지만 ‘뚜렷하게 비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 대표와 함께 민주당 간판으로 4월 재보선 출마 검토를 권유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 최고위원의 경우 2009년 ‘미디어법 강행처리’로 인한 반발로 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의장에 제출하고 사무실도 정리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의장이 사퇴서를 반려해 현재도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대로 의원직을 유지하기에는 명분이 안 선다는 것이 주위의 이야기다. 이에 따라 작년 7월 재보선에서도 출마설이 나왔지만 유야무야 돼 이번에야 말로 뭔가 결심할 때라는 것이 주변의 시각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손 대표의 ‘분당을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정 최고의 ‘노원갑’ 출마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 성향을 들어 성사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 최고의 한 측근은 “정 대표가 경력이 화려하고 일을 잘 하기는 하지만 차기 지도자 측면에서 결단력은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라며 “측근 그룹에서 출마 권유를 조심스럽게 추천할진 몰라도 현재의 배지를 떼고 타지에서 출마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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