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여러개 직업도 여러개, 정체불명
함바집 업계의 ‘전국구’로 군림한 함바집 브로커 유상봉(65·구속기소)씨. 유씨의 고향은 전남 완도다. 하지만 그의 활동 무대는 부산이었다. 향우회와 자신의 사업기반이 있던 부산에서 입지를 넓히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고향을 통한 인맥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호남권 인사들과도 친분을 유지해 인맥을 확장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는 2000년대 이후 개발 사업이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그 중에서도 부산과 인천은 그의 근거지로 10여년 간 식품 유통관련 사업을 해왔다. 끈끈한 연줄과 인맥을 쌓아온 유씨는 자신의 실체를 항상 감췄다. 상황과 상대에 따라 이름과 직업을 수시로 바꿔 자신을 소개했던 것. 서울동부지검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비로소 유씨의 본명이 드러났을 정도다.
유씨는 자신의 이름 마지막 글자를 고쳐 가명으로 활용했다. 정·관계에서는 유씨는 ‘유상준’이라는 이름으로 통했다. 정치후원금을 낼 때에도 자신의 실명대신 ‘유상준’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경찰에서는 ‘유상균’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룸살롱 접대 등 향응을 제공하거니 현금이 든 봉투를 책상 위에 놓고 가는 등 무차별적으로 금품을 살포하며 인맥을 넓혀왔다. 일례로 김병철 울산경찰청장이 해명 자료에서 언급한 유씨의 이름도 실명과 다른 가명이었다.
유씨는 자신의 로비를 감추기 위해 휴대전화를 무려 13개나 갖고 다녔다. 직업도 수시로 바꿔 소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여섯 곳의 대표 직함이 박힌 명함을 들고 다니며 자신의 정체를 숨긴 것이다. 자신의 직업도 금형제조업체 사장, 캄보디아에 진출한 사업가 등으로 바꿔가며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각각 달리 행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유씨의 건강상태는 양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가을, 갑성선암 수술을 받은 데다 당뇨도 심해 건강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최근 부인과 이혼하며 재산의 상당 부분도 잃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같은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권력자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공수표’ 약속을 남발하며 허세를 부린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상당액의 알선료를 받아 챙긴 다음 운영권은 물론 원금도 돌려주지 못해 10차례 고소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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