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이어 정권 실세인 박영준(52)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민간인 불법 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제기돼 윗선 수사에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중앙지검 틀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에 따르면 박 전 차장이 2010년 7월 23일 밤 11시30분께 최종석 전 행정관의 대포폰으로 전화를 걸어 3~4분 정도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이인규(56)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과 김충곤(56) 전 점검1팀장이 불법 사찰 혐의로 구속된 직후여서 박 전 차장의 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또 박 전 차장의 휴대전화 발신지가 이 전 지원관 등이 근무하던 서울 서초동 K법무법인 사무실이라는 사실도 파악했다.
검찰은 박 전 차장과 최 전 행정관이 이 전 지원관 등이 구속되자 관련 대책을 논의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박 전 차장이 이번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 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련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를 수집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박 전 차장에 대한 소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靑 민정수석실, 증거인멸 당시 지원관실과 100여차례 통화
이와 함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불법 사찰과 증거인멸에 개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 등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들이 증거인멸 전후 시점인 2010년 6월 29일~7월 9일 사이 진경락(45) 전 기획총괄과장 등 지원관실 직원들과 160여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최 전 행정관이 100여 차례 통화했고 김두진 민정수석실 감찰1팀장, 장석명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 김덕수 전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 등 민정수석실 직원들이 60여 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원관실이 2010년 7월5일과 7월 7일 각각 사찰자료를 삭제한 점을 감안할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지난 1차 수사 당시 확보한 통화기록을 재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대포폰의 실제 사용자와 박 전 차관 등이 통화기록에 포함됐는지 등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불법사찰에 관여하고 2009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 매달 총리실 특수활동비 400만 원 중 280만 원을 빼돌려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 등으로 진 전 과장을 전격 구속했다.
검찰은 진 전 과장이 지원관실 출범초기부터 조직을 총 지위하며 사찰 내용을 윗선에 보고한 인물인 만큼 강도 높은 조사로 불법 사찰을 지시한 윗선과 증거인멸 과정의 전모를 밝힐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수사 성과가 장진수 전 주무관 폭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과 피의자들이 중요부분에서 침묵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