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연 KT의 LTE 서비스는 광고에서처럼 빠를까. ‘가상화 기술’로 일컫는 KT의 LTE 워프란 최대 144개의 기지국을 하나의 가상 기지국처럼 운용할 수 있어 통신 이동 량 폭주(트래픽)시 효율적인 분산 능력으로 일반 LTE보다 2배 이상 빠를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러한 KT의 주장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KT가 이 기술을 시현하는 것은 경쟁사들도 인정하지만 적용 지역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실제 워프 기술이 적용되는 지역은 수도권과 부산, 울산 등에만 국한된다. 커버리지가 인구로는 60%, 면적 13% 정도다. KT는 빠르다는 점만을 강조할 뿐 대상지역을 명시하지 않아 소비자들로서는 당연히 전국적인 동일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 여기게 된다. 소비자 현혹의 단서인 것이다. 또 하나는 과연 KT의 기술이 실제로 빠른지의 여부이다. 이 기술은 트래픽 폭주 시에만 분산처리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입자 수가 적은 초창기엔 효과를 발휘하기가 힘들다. KT가 기대하는 수만큼의 고객을 확보하여 이 기술을 최적화하는 데는 앞으로 빨라야 1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1년 후에나 구현될 미래의 기술을 지금도 그렇게 하는 것처럼 광고를 하고 있어 KT는 또 한 번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다.
KT의 꼼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KT가 ‘LTE WARP 혜택 두 번째'이라는 또 다른 광고에선 커피숍에 젊은 커플이 앉아 있고 여자 친구가 남자친구의 휴대폰을 보고 “LTE다, 빠르다”며 다양한 콘텐츠를 실행시킨다. 이에 남자 친구는 데이터 요금 때문이라며 여자 친구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네트워크를 종료한다. 그러자 여자 친구가 “일부러 껐냐?”는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광고는 “째째하게 굴지마라. 워프 LTE”하며 클로징 된다. LTE 요금제에 무제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와이파이를 이용해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지만 현재 KT는 LTE 망을 전국적으로 구축하지 못한 상태여서 일부 LTE 가입자들은 고가의 LTE 요금은 지불하면서도 LTE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고 3G 네트워크와 와이파이를 사용해야하는 실정을 오히려 거꾸로 광고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과장광고는 허위사실 등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그렇지만 ‘과장된 표현의 광고’라는 사전적 의미의 과장광고는 허위광고가 아닌 표현상의 묘미를 살린 유머광고의 일종이다. 일부러 능숙한 거짓말 등으로 실제보다 많거나 더 크게 표현하여 제품이나 서비스의 장점을 전달하는 광고 표현 기법인 것이다. 엄청난 허풍을 떨지만 재치가 넘치고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아 과장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광고이다. 예컨대 독일 자동차 아우디의 광고(그림2)는 분명히 바나나인데 발이 달렸다. 그것도 빨판까지 달려 있다. 바나나는 잘 미끄러지지만 이 바나나는 미끄러지지 않는다. 아우디의 콰트로(Quattro : 4륜구동)는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진정한 의미의 과장광고는 뛰어난 창의성(Creative)이 발휘된 광고를 일컫는다.
그러나 KT 광고와 같은 과장광고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진실을 감추고 있는 허위광고에 가깝다. KT는 ‘워프'라는 개념을 소개하기 위해 SF 영화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다스베이더'를 내세운 광고를 했다. KT의 광고 한 장면. 가게 안에서 다스베이더가 아이스크림을 공중에 띄우는 묘기를 보이다 떨어뜨린다.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당황한 그는 순식간에 공간을 이동해 가게 밖으로 도망친다. 곤란하거나 답답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순간이동’이라는 뜻의 ‘워프(WARP)'를 외치며 해결해 나가는 유사한 포맷의 장면도 표현상의 묘미를 살린 유머광고의 일종인 것처럼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려고 한다. KT의 광고는 사전적 의미의 과장광고인양 광고 기법에서조차 왜곡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워프’는 스타워즈에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워프는 인기 SF물 ‘스타트랙'이나 ‘스타게이트'에 등장하는 개념으로 그렇다면 ‘워프’와 ‘다스베이더’를 결합시킨 KT의 광고는 SF물에 열광하는 어린이들에게마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등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경쟁사보다 한발 늦게 LTE 경쟁에 뛰어 든 후발 주자로서 이를 빨리 따라잡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까. 이런 경우 기업은 같은 사실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점만 들어 광고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낚시질’ 광고는 금물이다. 광고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 그 본질이다. 광고가 장점만을 부각하는 것을 뛰어넘어 진실을 왜곡하는 수준까지 변질되면 이건 분명 소비자 기만이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고 했던가. 잠시는 어떻게 지나갈지 모르지만 결국은 소비자 신뢰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컨슈머리포트가 등장하는 등 소비자들의 위력이 점점 커져만 가는 요즘 KT의 이 같은 얄팍한 속임수의 광고는 밑천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동안 국민 기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통신 전문 기업 KT는 더 늦기 전에 광고 등 LTE 마케팅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