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광고비평] 비교와 비방 사이 외줄타는 자동차 광고들
[김재열의 광고비평] 비교와 비방 사이 외줄타는 자동차 광고들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입력 2012-04-17 10:18
  • 승인 2012.04.17 10:18
  • 호수 936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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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의 순간(Zero Moment of Truth)엔 딱 걸리기 십상이다

▲ 한국GM 알페온 광고
[일요서울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요즘 자동차 업계의 비교 광고를 통한 도발적 마케팅이 뜨겁다. 쌍용차는 ‘1위 SUV를 타시겠습니까? 55위 SUV를 타시겠습니까?’라는 광고를 통해 기아차의 SUV(Sport Utility Vehicle) 차종 스포티지R과 비교하는 광고를 했다. 지난 1월 열린 북유럽 레이스 대회에서 자사의 코란도C는 1위, 스포티지R은 55위에 그친 점을 내세운 광고다. 한국GM도 지난 3월부터 ‘싼타페에 갔다. 좋은 것 다 옵션이란다…’ 라는 광고문구와 함께 경쟁 차종인 현대자동차 SUV 차량인 싼타페를 겨냥한 비교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 회사는 또한 최근 알페온 광고에 “그랜저의 다섯 번째 변신을 축하 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그러나 북미 판매량 1위는 알페온이라고 주장한다. 현대차를 축하하면서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자사 제품 판매량이 높은 점을 강조한 것이다. 토요타도 “안전은 옵션이 아니다"라는 광고를 통해 현대차의 에어백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 광고는 카피에서 ‘값싼 2세대 디파워드(depowered) 에어백을 적용할 수도 있었다. 대부분 차들이 그렇게 하니까, 에어백은 보이지 않는 거니까'라고 하며 ‘캠리는 동급 최고 4세대 어드밴스드(advanced) 10 에어백 적용'이라고 강조한다. 현대차의 경우 제네시스 등 고급차와 북미 수출용에만 어드밴스드 에어백이 적용하고 중형차 이하 급 내수용에는 적용하지 않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비교 광고는 설득커뮤니케이션 이론 중 관점가변(觀點可變)모델을 그 배경으로 한다. 상대방의 관점만을 바꾸어 그 사람의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심리적 이론에 기초한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대표적 사례로 포드 자동차의 픽업트럭 ‘쿠리에(Courier)' 광고를 들 수 있다. ‘TOUGH FORD COURIER-THE GAS MILE
AGE CHAMP(강력한 포드 쿠리에-가스 마일리지 챔피언)’가 광고 메시지이다. 동종의 트럭 중에서 휘발유 소비가 가장 적은 차임을 강조하며 미국 환경청 기준으로 쿠리에-개럴 당 27마일, 토요다-21마일, 댓선-20마일, 루브-25마일이라는 수치를 제시한다. 쿠리에가 토요다에 비해 29%를, 댓선과 루브에 비해 8%의 휘발유를 절약한다는 설명이다. 금액으론 쿠리에가 1년 평균 500달러이고 토요다가 이 보다 많은 643달러이다. 그러나 대선과 루브에 비해선 3달러 정도의 차이다. 이 같은 점을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동급의 차에 비해 휘발유가 적게 드는 가장 경제적인 차로 인식시키려는 의도이다. 그러나 가장 경제적인 자동차는 휘발유 소비만이 아니라 자동차 구입 시의 차 값도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는 점을 감추고 있다. 다시 말해 메시지의 조작을 통해 자동차의 경제적 가치를 휘발유 소비 관점에서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차를 살 때 1천~1만 달러 이상 싼 값으로 구입한다면 휘발유가 1년에 3달러~100달러가 조금 더 드는 것은 지극히 미미한 것에 불과하다. 관점가변 모델 이론을 오용한 소비자기만 광고인 것이다.

쌍용차 코란도C가 북유럽 레이스에서 1위를 한 것은 평범한 일반도로를 달리는 랠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광고는 SUV 차종이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북유럽 기후를 견디며 멀리는 약 7000여 ㎞(스칸디나비아반도~네덜란드)까지도 완주하려면 자동차의 내구성이 견고해야 하는 점을 감추고 있다. ‘일반도로의 짧은 레이스 결과의 관점’만을 내세운 광고에 불과하다. 토요타가 광고에서 자랑하는 어드밴스드 에어백은 디파워드 보다 진화한 에어백이긴 하지만 가격이 디파워드 에어백보다 30% 정도 비싼데다 특히 이런 종류의 에어백을 자동차에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곳이 북미지역밖에 없다는 점을 감추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럽 등에는 이런 규정이 없기도 하거니와 디파워드 에어백도 승객 보호 기능이 충분히 검증돼 있어 굳이 비싼 것을 적용해 소비자 부담을 늘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값이나 규정과 안전의 기준 등은 숨기고 오직 ‘에어백의 관점’만을 내세워 마치 자사 자동차가 최고의 안전성을 가진 것처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GM의 경우도 그들의 안방에서 GM 브랜드가 1위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랜저가 우리를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북미시장 판매 1위 관점’만을 내세운 마케팅으로 알페온의 국내시장 판매 부진을 만회하려는 의도다. 이들 광고 모두 픽업트럭 쿠리에 광고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현대차도 과거 대우의 3기통 마티즈를 빗대 ‘3기통을 탈 것인가? 4기통 아토스를 탈 것인가?’ 등 비교 광고를 한 바 있고 현재 북미 시장에서도 심심찮게 하고 있다.

▲ 도요타자동차 광고
객관적 근거의 비교 광고는 장려하는 것이 소비자를 위해 바람직하며 잘 활용하면 동종업계 간의 선의의 경쟁을 유발 할 수 있지만 극히 부분적 자료 등으로 침소봉대하는 과장광고는 금물이다. 미국의 랜트카 업체 에이비스(Avis)는 ‘우리는 단지 2위입니다(Avis is only No.2)’라는 광고를 했다. 당시 이 업계는 허츠(Hertz)가 점유율 60%로 압도적 1위로 이 회사와는 비교도 안됐다. 그러나 이 광고를 4년간 시행한 이후 허츠의 점유율은 45%로 떨어졌고 이 회사는 확고한 2위를 굳힐 수 있었다. 비교 광고의 모범 사례다. 국내 비교 광고는 노골적인 내용을 담은 ‘비교'와 ‘비방'의 경계가 불분명한 게 대부분이다. 

비교 광고의 유혹은 강하다. 특히 신상품이 기존 상품에 맞서 곧바로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최고의 전략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어떤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처음 접하는 바로 그 순간에 그 회사의 이미지나 사업의 성공을 좌우하게 된다는 결정적인 순간을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라 한다. 하지만 요즘은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접하기도 전에 검색을 통해 먼저 판단을 한다. 어설픈 비교 광고는 진실의 순간 이전에 진실이 결정된다는 의미의 ‘검색의 순간(Zero Mo
ment of Truth)'엔 딱 걸리기 십상이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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