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디디’를 아시나요?
‘카페디디’를 아시나요?
  • 강길홍 기자
  • 입력 2012-04-17 08:57
  • 승인 2012.04.17 08:57
  • 호수 937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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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소비를 위한 사회적기업-2.사회적기업세종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사회적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같지만, 공익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삶의 질을 높이고, 발생한 이익을 지역공동체에 다시 투자하는 사회적 목적을 우선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경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SK·포스코·삼성·현대차 등 대기업에서도 사회적 책임(CSR)의 일환으로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거나 지원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빵을 팔기 위한 고용이 아니라 고용을 위해 빵을 파는 기업’,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방법을 가르쳐라’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일요서울]은 ‘착한소비를위한사회적기업’ 연재를 통해 ‘함께 사는 세상’에 동참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번호는 커피믹스 ‘카페디디’를 생산하는 ‘사회적기업세종’ 편이다.

장애인 고용한 공장에서 생산되는 커피믹스
판매 늘어날수록 장애인 일자리도 늘어난다

동서식품이 지배하고 있는 커피믹스 시장에 남양유업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들 싸움에 ‘카페디디’도 도전장을 내밀면서 조용한 반란을 꿈꾸고 있다. ‘사회적기업세종’에서 생산하는 카페디디의 공장에는 중증장애인들이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카페디디의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더욱 많은 장애인에게 일자리가 제공될 것이다.

카페디디의 탄생은 세종장애아동통합지원센터(이하 세종센터)에서 시작됐다. 세종센터는 2001년 지적장애아동의 특수교육을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교육기관으로, 2007년 사회서비스형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비영리민간단체에서는 불안정한 신분으로 인해 교사들의 이직률이 높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교사들에게 안정적인 임금을 지급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사회적기업으로 전환된 이후 교사들의 일자리가 안정되면서 더욱 많은 장애아동을 돌볼 수 있었다. 하지만 세종센터에서 교육받은 장애아동이 성인이 된 이후가 문제였다. 장애아동의 경우 다양한 기관에서 교육 등을 받을 수 있었지만 성인장애인의 경우 시설 이용 등에 많은 제약이 따랐기 때문이다. 결국 성인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였다. 하지만 지적장애인을 채용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세종센터는 문제 해결을 위해 성인장애인 자립을 위한 공동체마을을 조성했다. 2009년 충북 제천시에 세워진 희망그린마을은 성인 중증장애인(자폐성·지적장애인)의 생산적 복지를 추구한다. 장애인들이 직접 농사를 짓고, 마을 내의 공장에 세워진 공장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마을 내 첫 번째 공장은 (주)희망그린식품과 협약을 맺고 세워진 커피 생산공장이다. 세종센터는 공장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하고, 희망그린센터는 기술과 운영 등을 담당한다.

2009년 10월 완공된 희망그린식품의 커피생산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바로 ‘카페디디’다. 이곳에는 10명의 취약계층 근로자가 일하고 있고, 그중 6명은 세종센터에서 교육받고 졸업한 중증장애인이다. 이들은 제품포장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자립의 기반을 닦고 있다.

세종센터가 자체 생산 품목으로 커피믹스 생산에 나선 것은 대부분의 사회적기업이 사무용품·종이컵·장갑 등의 생산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의무적으로 사회적기업 제품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회적기업에서 만들지 않는 상품을 생산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당시 커피믹스를 생산하는 사회적기업은 없었고, 희망그린식품이 꾸준히 커피믹스를 생산하고 있던 회사였기 때문에 제품에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대에 못 미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2009년 카페디디의 내수 매출액은 월 500만 원 이하였고, 판매가 부진하자 2010년부터는 아예 내수 판매를 중단한 채 수출로만 월 30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수출로 올리는 수익은 공장 유지비용으로 충당됐기 때문에 사실상 수익이 없는 상황이다.
내수판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유통채널을 확보하는 일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내수 판매를 재개하고 있지만 세종센터의 학부모들이나 지인들을 통해 판매하는 수준이다. 일반 대형마트를 통한 판매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납품단가를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방대진 세종 사회적기업 본부장은 “대형마트 측에서 사회적기업의 상품에 대한 이해가 없이 비주류 회사라는 이유로 더 높은 마진을 요구해서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최근 기업소모성자재 종합쇼핑몰 ‘스피드몰’을 통한 판매가 이뤄지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월 1000만 원까지 오른 내수 매출이 쇼핑몰 입점 이후 1500만 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세종 측은 월 5000만 원까지 매출이 올라야 공장가동률 50%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센터는 카페디디와 함께 ‘황기젤리’ 판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황기젤리는 희망그린마을에서 장애인들이 농사지은 황기를 이용해 만든 건강 젤리다. 2009년 판매를 시작했지만 월 판매량은 10박스 수준이다. 올해부터는 카페디디와 함께 본격적인 판촉활동을 진행하면서 판매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방 본부장은 “우리 회사의 제품들은 일반회사의 것과 비교해 품질에 손색이 없고, 앞으로 기술개발과 연구를 통해 더욱 좋은 제품을 생산해 내겠다”며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이해하고 사회의 선순환을 위해 카페디디를 구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slize@ilyoseoul.co.kr

<사진제공=사회적기업세종>

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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