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내정자에 대한 '현미경 검증'을 예고한 야당은 청문회 전부터 자진사퇴를 촉구할 만큼 분위기는 냉랭하다. 민주당은 정동기 전 감사원장 내정자가 자진사퇴하자 다음 타깃으로 최 내정자를 겨눌 만큼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인사검증시리즈로 부를 만큼 최 내정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설은 유형도 많고 다양한 편이다. 지난 8·8 개각에서 낙마한 이재훈 내정자 못지않다는 지적이다.
재산의 상당부분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그에 대한 의혹은 재산 축적과 관리상 허점을 들추는데 집중되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연일 의혹 또 의혹
우선 재산이 27억원에 달하는 자산가로서 강남에서 10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를 소유한 최 내정자는 재산세 장기 체납으로 고위공직자로서의 기본 자질에 시비가 일고 있다.
그는 서울 청담동 S아파트에 대한 재산세 200여만원을 체납해 자택을 압류당한 바 있다. 재산세 2005년 7월분 67만2990원, 2005년 9월분 66만5250원, 2006년 7월분 재산세 92만원 등 총 225만8240원을 1년 이상 체납해 강남구청으로부터 2006년 5월말 부동산이 압류조치됐다. 결국 최 내정자는 2007년 7월말 뒤늦게 체납세금을 모두 완납한 뒤 아파트를 되찾았다.
배우자가 국민연금 보험료 9개월치를 미납한 사실도 논란의 대상이다. 최 내정자의 부인은 지난 99년 4월1일 국민연금 지역가입자로 등록한 뒤 올해 1월까지 총 1266만3900원(총 140개월)의 보험료를 납부해야했지만, 2000년 2~9월분과 2001년 2월분 등 총 39만9000원을 미납했다.
최 내정자 부인의 그린벨트지역 투기 등 부동산을 통한 재산축적 역시 청문회에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토지개발 계획을 사전에 입수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인 토지를 매입한 의혹을 제기했다.
최 내정자의 부인과 장인이 1988년 1월 대전 유성구의 밭(850㎡)을 매입한 뒤 해당 부지는 매입 8개월 만에 토지거래규제구역으로 설정됐다. 이후 해당 토지는 지난해 7월 도로용지로 수용돼 최 내정자 부인은 88년 당시 1㎡ 당 4만1000원이던 땅값을 15배 가량 오른 61만원에 정부에 팔았다.
최 내정자의 부인이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시점도 개발과 맞물려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그의 부인 김모씨가 보유한 농지 및 대지(1276㎡)는 2006년 7월 지구단위계획이 발표되기 1년전에 상속받았는데 이 지역은 올해부터 대전 학하지구 택지개발사업이 추진되는 '노른자 땅'으로 알려졌다.
최 내정자의 부인은 또 산업단지조성 대상지역이란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투기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의혹도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 88년 9월 충북 청원군의 한 임야(1만6562㎡)를 약 4900만원에 공동 매입했다. 당시 이 땅은 토지이용도가 낮은 구릉지로 활용가치가 떨어졌다. 그러나 김씨가 취득한지 3개월만에 국토이용계획변경이 결정·고시됐고, 92년 부용공단 조성을 위한 토지보상이 이뤄지면서 4년만에 6배의 수익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이밖에 최 내정자가 필리핀 대사 재직시절 우리 정부가 설립한 한국국제학교 대신 수업료가 5배나 비싼 이른바 '귀족학교'에 자녀(초등학생)를 취학시킨 사실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는 2008년 10월부터 2010년 7월까지 마닐라국제학교(Manila International School)의 총 학비 약 3380만원(3만180달러) 중 2700여만원(2만4237달러)를 정부로부터 국고지원받았다. 특히 청와대 경제수석 재직 중에도 해외에 취학한 자녀 학비 일부를 국비로 불법 지원받았다.
또 부인 김씨가 지난 94년 1월 본인 명의로 강남의 한 오피스텔을 임대하는 과정에서 기준면적을 축소신고하는 방법으로 부가가치세 600여만원을 탈세한 사실도 드러났다.
◇회전문인사, 비전문성 논란 등도 '뜨거운 감자'
최중경 지경부장관 내정자가 풀어야할 숙제는 재산을 둘러싼 의혹뿐만이 아니다.
이재훈 전 장관내정자는 지경부 전신인 상공부와 산자부를 거쳐 제2차관을 역임할 만큼 조직 안팎에서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현 정부의 주요 정책기조인 녹색성장과 관련된 저서를 출간해 글로벌 흐름에 맞춰 정책추진에 가속도를 낼 적임자로 낙점됐다.
이 전 내정자는 업무능력에 대한 검증만큼은 별다른 문제될게 없었다. 현 정부에서 보기 드문 호남출신이란 점도 명분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최 내정자는 실물경제와 산업을 담당하는 지경부 출신이 아니란 점이 청문회에서 적잖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외환, 국제금융 등에 해박한 최 내정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경부의 해외 자원개발이나 원전수주 등이 탄력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있지만 아직 가능성은 미지수다.
또 야당에서는 "자기에 충성하는 사람은 회전문식으로 계속 중용해 작년에 봤던 각설이를 또 보는 식의 각설이 인사"라고 가혹하게 촌평할 만큼 '회전문(돌려막기) 인사'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
최 내정자는 재정부 차관 시절 고환율정책에 따른 물가상승에 대한 책임으로 사실상 '대리 경질' 당한 뒤, 2개월 만에 필리핀 대사로 발탁된데 이어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은지 8개월 만에 지경장관으로 내정되는 등 현 정부 내내 '재신임'을 받았다.
지경부 한 관계자는 "각종 의혹은 충분히 해명했기 때문에 정책검증에 중점을 두고 대비하고 있다"며 "지경부 직원들은 대체로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 어느 때 보다 최 내정자에 대한 정치권의 검증의 날이 예리한 가운데 그가 고위 공직자로서의 도덕성과 청렴성에 오점으로 남을 각종 의혹과 설(說)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박준호 기자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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