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가는 나꼼수, MB향해 신발끈 조이다
칼가는 나꼼수, MB향해 신발끈 조이다
  • 정찬대 기자
  • 입력 2012-04-16 10:57
  • 승인 2012.04.16 10:57
  • 호수 937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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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 김용민 “근신 끝! 국민 욕쟁이 행동개시”

▲ 지난 3월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4·11총선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는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정찬대 기자] ‘막말 파문’으로 낙마한 민주통합당 김용민(서울 노원갑) 후보가 총선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총선 패인의 주된 요인으로 그의 언행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당 지도부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이자 정봉주 전 의원의 ‘아바타’로 불리던 김 씨는 젊은층의 지지를 한 몸에 받으며 ‘MB 심판론’의 최선두에 섰지만 ‘막말 파문’에 빠지면서 보수 진영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받았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적 기류는 금뱃지를 다는 데 실패한 것은 물론 19대 총선의 미운 오리새끼라는 낙인까지 찍히게 됐다.

이런 가운데 나꼼수 측은 그간의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 ‘이제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며 여권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 특히 김용민 씨는 낙선에 대한 근신은 끝났다며 국민 욕쟁이로서 행동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김용민 막말’, ‘정권 심판론’ 덮다

4.11총선 최대 이슈는 단연 ‘MB 심판론’이었다. 하지만 야권이 이 같은 국민적 심판론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것이 이번 총선의 주요 패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론을 선거구도로 몰아갔고, 그 선두에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있었다.

지난해 첫 방송을 시작한 ‘나꼼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폭로, 나경원 전 의원의 ‘1억 원대 피부숍 이용설’, 선관위에 대한 디도스 공격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현 집권 여당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김용민 씨는 나꼼수 PD이자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는 시사평론가로서 또 다른 진행자 정봉주 전 의원이 BBK의혹과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구속 수감되면서 그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갑에 전략공천 후보로 낙점됐다.

이 때문에 세간에는 ‘세습공천’ ‘아바타 공천’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적 성격이 강했던 점에서 김 씨는 오히려 노원갑을 주요 이슈 격전지로 만드는 등 민주통합당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김 씨가 과거 프로듀서로 활동한 인터넷 방송에서 노인 폄훼 발언과 성적 비하 발언 등의 언행이 문제되면서 사퇴논란을 불러왔다. “(테러대책으로) 유영철을 풀어가지고 부시, 럼스펠트, 라이스는 아예 ××을 해가지고 죽이자” “(보수단체) 노인네들이 (시청 앞에 시위하러) 오지 못하도록 시청역 지하철 계단을 지하 4층부터 하나로 만들고 엘리베이터를 모두 없애자”는 등 막말을 쏟아내면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4.11총선의 다크호스로 주목받던 김용민 씨의 막말 발언으로 사태가 커지자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인 이해찬 전 총리는 사퇴하라고 압박했고, 한명숙 대표도 사퇴를 권고했다.

지도부도 그의 발언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당 차원의 사과를 보였지만 젊은층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나꼼수’의 열풍을 의식한 지도부는 관망자적 입장에서 사태 권고 외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한 언론사의 주최로 진행된 좌담회에서 “나는 꼼수다의 대중적 인기를 동원하려 한 지휘부 판단에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도부의 사태 권고에도 불구하고 김용민 씨는 “사퇴보다는 완주가 정권을 심판하는 길”이라며 출마를 강행했고, 결과는 44.2%의 지지율을 얻어 50.1%를 기록한 새누리당 이노근 후보에게 6%p 가량 차이를 보이며 낙마했다.

주목할 점은 노원구의 투표율이 58.5%로 서울지역에서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이는 김 씨를 지켜야 한다는 유권자와 그를 심판하겠다는 유권자 모두가 투표장에 나온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김 씨의 발언이 수도권보다 노년층이 많은 농촌지역에 더 큰 영향을 끼치면서 강원․충청지역의 민심이반을 불러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충청권 25개 선거구 중 12개, 강원 9개 선거구 중 9개를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민주통합당은 중원을 내주면서 그야말로 완패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12일 새벽 MBC 선거토론회에 출연해 “김용민 막말 파문이 수도권에서는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 같으나 중부권 특히 충청권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당 내부에서도 확인했다”며 “김용민 사건에 대해 당에서 잘잘못을 빨리 정리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선숙 사무총장도 “김용민 변수가 충청·강원 지역에 꽤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당 지도부가 ‘나꼼수’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김 후보 사퇴를 저울질 하는 사이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김용민 때리기’

민간인 불법사찰과 새누리당 하태경, 문대성 후보 등에 대한 자질논란 속에서 김 씨의 막말 파문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았고, 여론은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 일부 보수단체와 기독교 단체는 김 씨의 막말을 문제 삼으며 사퇴를 요구했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결국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의 ‘김용민 때리기’에 민간인 불법사찰과 정권 심판론은 묻혔고 이슈는 급속도로 전환됐다.

현 정부여당의 온갖 의혹과 비리를 폭로하며 MB정권과 날을 세우고 있는 ‘나꼼수’는 청와대, 새누리당, 일부 보수언론의 입장에서 봤을 때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비췄을 것이다. 경중을 떠나 김 씨의 막말은 당연히 이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됐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용민 씨가 참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민주당은) 후보직 사퇴를 권유할 게 아니라 그를 출당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장덕상 상근부대변인은 ‘막말, 성적 저질 발언의 김용민 후보자는 사퇴해야’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국회의원 후보자로서 품격, 품위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공세를 가했다.

김용민 씨를 비롯해 나꼼수 멤버들은 이번 총선의 핵심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이지 김용민의 막말이 아니라는 점을 누차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젊은이들은 ‘김용민이 사퇴하면 나꼼수도 여기까지구나’하고 생각해 투표장에 안 나올 것”이라며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김용민 사퇴론’을 강하게 반대했다.

‘절치부심’ 나꼼수, MB와 전쟁선포

김 씨는 총선이 끝난 11일 저녁 나꼼수가 대학로에 차린 ‘벙커1’ 카페를 찾아 지지자 300여명과 함께 개표방송을 지켜봤다. 자신의 패배가 짙어지자 “죄송하게 됐다. 어려울 것 같다. 지지층이라고 생각했던 서민들의 마음을 많이 잡지 못한 것 같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그러나 당락과 관계없이 나꼼수 진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또한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를 더욱 높이겠다는 뜻도 함께 내비쳤다.

김 씨는 15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낙선자의 근신은 끝났다! 국민욕쟁이 행동개시”라며 활동재개를 알렸다.

그는 “이제 제가 무슨 욕을 해도 대중은 놀라지 않는다. 이 특권으로 서럽게 사는 사람들을 대리해 할 말은 하겠다”며 “이명박, 박근혜, 새누리당, 조중동, 부패교회권력 여러분께는 참으로 힘 빠지는 이야기겠으나 영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표현의 자유를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을 위해 쓰겠다. (민주통합당 후보로서) 눈물 흘리며 했던 약속과 반성, 처지야 어떻든 지금도 유지하는 가치”라고 강조한 뒤 “나의 정치실험은 끝났다. 나꼼수의 한 멤버로 돌아갈 것”이라며 심기일전의 각오를 내비쳤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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