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상임고문, 박지원 최고위원 등을 중심으로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총선 패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부 비판이 시간이 갈수록 총사퇴 요구로 번지고 있다.
“한 대표 사퇴하고 정계 은퇴해야”
정세균 상임고문은 1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심을 제대로 표로 연결시키지 못한 책임은 당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있다”며 “지도부에 책임이 있다”고 한명숙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정 고문은 “우선 통합을 이루고 나서 당의 체제를 갖추는데 미흡했고, 특히 새누리당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같은 이슈를 갖고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킨 데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최고위원도 이날 목표지역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이 사실상 패배했다. 선거겨과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사퇴하지 않을 수 없고 그것이 책임”이라며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도 못했고, 새누리당보다 훨씬 부족한 의석을 가진 것을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국민이 (이명박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나섰지만 민주당은 노력하지 않고 요행을 바랐다”며 “국민은 준비돼 있는데 마치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을 보고 국민이 화났을 것”이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장성민 전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아예 한 대표의 대표직 사퇴하고 정계은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전 의원은 “정권을 뺏긴 지 불과 5년만에 하늘과 민심이 준 정권교체의 기회를 민주당은 오만과 자만의 리더십으로 스스로 망쳤다”며 “한 대표는 당 대표직, 비례대표후보직을 사퇴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중도층 공략 실패, 선거 악재 안일 대응이 패인
그러나 총선 패배 원인을 두고선 비단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과 정권심판론을 제대로 띄우지 못한 것 외에도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로 좌편향성이 짙어지면서 중도층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도 그럴 것이 통합진보당 내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종북 주사파 핵심 그룹이라는 말들이 퍼지면서 강원도와 충청권 중도, 보수층이 이탈했다는 것. 또 선거를 코앞에 두고 불거진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을 애매모호하게 대처한 것은 두고두고 곱씹을 쓰라린 패인이 되고 말았다.
이유가 어찌됐던 정권심판을 부르짖다가 오히려 심판 당한 쪽이 돼버린 분위기 속에서 이대로는 8개월 남은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없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우려가 당 안팎에 흘러나오고 있다.
자칫 당내 세력 간에 총선 패배 책임을 놓고 내홍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가며 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착잡한 심경을 써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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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