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서울 강남을 미봉인 투표함이 무더기로 발견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1일 서울 강남구 학여울역 SETEC 개표장에서 봉인처리가 되지 않은 투표함 28개가 발견돼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날 개표장에는 바닥면에 봉인 도장이 찍혀 않은 투표함과 테이프로 밀봉되지 않은 투표함이 발견됐다. 문제의 투표함들은 일원 2동 제1투표소, 수서동 제4투표소, 개포4동 제4투표소 등 강남을 지역구 18개와 압구정동 등 강남갑 지역구 10개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 측은 발견당시 “투표함에 손대지 말라”며 “심지어 대치 2동 제1투표서 투표함은 자물쇠가 잠겨있지도 않았다”고 개표 중단을 요구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 측은 “개표를 위해 누가 뜯었을지 모른다.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선거관위는 개표를 일시 중단하고 회의를 거친 후 오후 7시30분께 문제의 투표함을 제외한 채 개표를 진행했다.
이후 선관위와 민주통합당 개표 참관인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문제가 된 투표함들을 일일이 다시 확인 하는 과정을 거쳤다. 선관위는 12일 새벽 1시40분 문제의 투표함들에 대해 개표를 재개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급하게 투표함을 밀봉해서 가져오는 과정에서 좀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면서 “고의성은 없고 부주의로 인한 문제”라고 해명했다.
또 “법률적 검토를 한 결과 봉인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며 “그러나 봉합이 되지 않은 투표함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 후보 캠프 장철우 법률지원단장은 “물리적으로 선관위의 개표를 막을 방법이 없어 채증만 한 상태에서 개표가 진행되게 됐다”며 “그러나 개표 결과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선거무효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야당 후보 측이 소송을 제기하면 곧바로 대법원 판단으로 넘어가고 문제가 된 투표함의 득표율에 따라 당선이 바뀔 경우 당선자는 대법원 판단 전까지 공석으로 남게 된다.
정 후보는 12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강남을 55개 가운데 18개가 훼손된 상태였다”며 “(자신이 얻은)표는 많이 부족했지만 저의 패배보다 안타까운 것은 제도의 훼손이다. 우리 선거 제도의 신뢰가 깨진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또 “투표함을 이송할 때 참관인을 집에 보내고 (투표함을 차에) 태웠는데 참관인이 분명 봉인하고 도장을 찍은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개표장에 온 투표함에는 봉인이 찍혀있지 않았다”고 주장해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이날 개표결과 새누리당 김 후보가 7만3346표를 얻어 59.5%의 득표율로 당선됐고 민주통합당 정 후보는 4만8419표 39.3%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