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일각에서는 고 전총리와 정몽준 의원간의 대권연대론도 제기되고 있다. 4년중임 및 정부통령제 개헌을 전제로 한 대권 러닝메이트로 ‘고건-정몽준’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는 형국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1강(고건) 3중(이명박 박근혜 정동영) 2약(김근태 손학규) 구도로 전개됐던 차기 대권구도가 재보선 이후 3강(고건 이명박 박근혜)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그동안 장외주자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부동의 1위를 질주했던 고 전총리는 지지율이 30%대 이하로 하락했다. 박 대표와 이 시장의 추격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비상걸린 고건 돌파구 모색
고 전총리의 지지율 하락은 ‘재보선 완승(박근혜)’ ‘청계천 특수(이명박)’ 등 현직 프리미엄을 극대화하고 있는 잠룡들에 비해 정치적 행보 제한 등 ‘장외주자’로서의 한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따라서 그동안 느긋한 행보를 보여왔던 고 전총리측은 신당창당 밑그림, 여야 잠룡들과의 연대론 등 본격적인 대권 마스터플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총리 스스로도 정치적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총리는 지난 9월12일 심대평 충남지사가 주도하는 중부권 신당 서울 심포지엄에 참석했고, 10월6일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 상영장에서 열린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또 오는 12월1일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소장 신기욱 박사)의 ‘아시아 리더스 포럼’ 연사로 초청돼 강연을 할 계획이다. 아시아 리더스 포럼은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아시아 각국의 중진 지도자들을 매 학기 정기적으로 초청해 최근의 정치, 경제, 사회 동향 및 역동성에 대해 듣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고 전총리의 달라진 행보와 움직임을 본격적인 대권행보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 전총리가 아직까지는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이명박 시장 등 2위그룹이 맹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실제로 고 전총리측은 고 전총리를 중심으로 한 신당창당을 물밑 추진하는 동시에 영향력 있는 장외후보와의 연대론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칭 ‘고건 신당’을 창당한 후 국민후보를 기치로 본격적인 대망론을 펼펴 나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신당창당을 추진할 경우 민주당과 중부권 신당 세력 등 군소 정치세력들이 1차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호남(민주당)과 충청(중부신당)을 지역기반으로 한 이른바 서해안벨트를 구상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 이렇다할 차기주자가 없는 민주당과 중부권 신당세력도 불임정당으로 전락하는 것 보다 경쟁력 있는 고 전총리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호남 아우르는 전략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고 전총리가 지역적(호남) 한계를 극복하고 영남표심을 확보할 수 있는 잠룡과의 연대론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소리도 나돌고 있다. 이와관련 정가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고 전총리가 진정 대권에 뜻이 있다면 서해안벨트 뿐만 아니라 취약지역인 영남권 교두보 확보가 절실할 것”이라며 “그 대상은 정몽준 의원이 가장 유력하다”고 전했다.정치권 관계자들도 4년 중임 및 정부통령제 개헌이 현실화 될 경우 여야 잠룡들간의 짝짓기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남성-여성간, 지역간 연대, 보수-개혁연대 등 표심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상적인 러닝메이트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란 관측.
이런 관측에 비춰볼 때 ‘고건-정몽준’ 카드는 영호남과 계층, 보수-개혁세력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최적의 러닝메이트가 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고 전총리와 정 의원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차기주자 후보군에 포함돼 있고, ‘장외’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차기 대권에서 연대할 경우 그 시너지 효과는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따라서 정치권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연대론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대권경쟁이 본격화 되는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대권연대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실제로 정 의원은 얼마전 ‘고건 대망론’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지난 7월12일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한 정 의원은 “고 전총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고 전총리와 같은 분을 영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질문을 던지며 고 전총리의 안정적 리더십을 높게 평가하며 ‘고건 대망론’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또 “이미 여야에 차기 주자군이 있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반론’에 대해 “그 분들은 그 뒤에 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답해 상대적으로 고령인 고 전총리에게 먼저 ‘기회’를 줘야 한다는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 의원의 ‘고건 대망론’ 지지 발언 이후 정치권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고 전총리가 신당창당 등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걸을 경우 합류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아니냐는 분석과 맥을 같이한 이른바 ‘고건-정몽준 연대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정치권은 정 의원 역시 대망론을 품고 있는 만큼 차기 대선때 어떤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정 의원은 2002년 대선 직전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 선언이후 정치무대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지만 얼마전부터 정치행보 외연을 넓히고 있다.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고 전총리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은 정치재개 신호탄이라는 분석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정 의원도 “이제 정치를 재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간도 지났으니까 이제 좀 해봐야죠”라고 답해 정치재개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또 최근에는 선거기획에 정통한 정 의원의 한 측근이 고 전총리측에 합류했다는 소리도 나돌고 있다.차기 대선이 2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만큼 어떤식으로든 차기 대권구도에 참여하겠다는 복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은 정 의원이 차기 대권에 뛰어든다고 해도 여러 가지 복잡한 대권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여야 잠룡들과는 현실적으로 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 의원이 고 전총리에 대한 지지 애드벌룬을 띄운 것도 자신의 대권 복심과 정치적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홍성철 anderi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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