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김인규 총선 후 두고보자”
“김재철·김인규 총선 후 두고보자”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2-04-10 10:36
  • 승인 2012.04.10 10:36
  • 호수 936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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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파업 총선 이후 강도 더 세진다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MBC·KBS의 파업이 총선 이후 강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총선 결과 여야가 비슷한 의석을 차지하거나 여소야대 국면이 될 경우 방송사 파업은 그간 개별 회사 차원을 넘어 언론노조가 중심에 설 가능성도 있어 정권과의 마지막 일전도 예상된다. 이 때문에 방송사 노조 또한 총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총선 결과가 현재처럼 거대 여당 형국이 되면 그동안 지속됐던 방송사 노조의 파업은 일순간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야당의 승리로 끝난다면 곳곳에 자리 잡은 ‘대통령의 사람들’은 자리를 보존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 중인 방송사들도 이를 노리고 있다. 특히 친정부 성향의 인물이 계속해서 방송사 사장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경우 올해 말 치러지는 대선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방송사 노조의 투쟁은 총선을 계기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뉴시스
MBC와 KBS는 4·11 총선 당일 오후 5시부터 선거방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으며 SBS는 4시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MBC 노조는 이에 대해 두 공영방송이 입을 맞춘 듯 5시부터 하는 것은 일종의 ‘꼼수’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MBC 노조는 사회적 책임이 큰 공영방송이 민영방송보다 선거방송을 늦게 시작하는 것은 철저히 계획된 것이며, 이는 투표율을 낮게 만들어 여당이 유리하도록 할 의도가 깔려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방송사들은 실시간으로 투표율을 내보내며 투표 참여를 독려해 박원순 후보가 승리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국민의 축제 판 깨는 방송될 우려 있어

따라서 그동안 진행됐던 선거방송에 비해 방송시간을 늦게 잡은 것에 대해 MBC가 뚜렷한 이유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조 측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얼마 전 MBC는 전면 파업을 벌이고 있는 MBC 노조에 맞서 계약직 기자 4명과 프리랜서 앵커 5명을 채용했다. 뉴스를 제대로 방송할 수 없게 된 회사 측에서 내놓은 임시방편이었다.

MBC 측은 국민의 축제인 선거 당일 채용된 프리랜서 앵커를 투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력직 앵커라고 하지만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는 선거방송에 투입했다가 자칫 사고라도 발생할 경우 회사와 노조 모두 그 책임을 서로에게 돌릴 수 있어 국민들에게 불신감만 자극했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처지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계약직 앵커를 기용해 선거방송을 한다는 얘기를 듣긴 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하게 결론이 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며 “선거 당일까지 회사 측의 방송계획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선거 당일 국민의 시선이 쏠림에 따라 일부에서는 방송사 노조가 별도의 선거방송을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갖았지만 확인 결과 MBC·KBS 모두 노조 차원의 별도 방송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방송사 노조, 총선 결과에 촉각

현재까지 총선 결과는 여야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안개속이다. 매일같이 바뀌는 여론조사결과 때문에 국민들도 혼란에 빠진 지 오래다.

전문가들조차 치열한 접전지역이 많아 판세 분석을 제대로 못 내놓을 정도다. 하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방송사와 노조 또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방송사와 노조 모두 총선 결과에 따라 갈등 양상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처럼 거대 여당이 지속될 경우 회사 측의 노조 압박 수위는 높아질 것이며 이에 따라 노조의 투쟁 동력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사 측에서는 총선 결과는 곧 민심이 반영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파업 참가자들의 복귀를 강제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여야가 비슷한 의석을 차지하거나 여소야대 지형의 될 경우 김재철·김인규 사장은 자리를 지키는 것이 매우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 측에서는 정권심판론이 국민에게 인정받았다며 정부를 압박할 것이며 이와 함께 친정부 인사들이 수장으로 있는 방송사에 대한 공격이 거세질 것은 자명하다.

이 때문에 현재 파업 중인 노조는 최소한 거대 여당이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언론민주화 대선까지 영향 미쳐

MBC 노조 관계자는 총선 결과가 투쟁 수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에 동의하면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김재철 사장 퇴임 투쟁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개별 회사들의 투쟁이 이어졌지만 선거 이후에는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해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재철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우리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의 상황도 MBC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KBS 사측은 민간인 사찰 문건을 폭로한 새노조 소속 기자를 징계하겠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예능·라디오 PD까지 파업에 동참하면서 회사와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KBS 새노조의 경우 얼마 전 민간인 사찰 문건을 단독 공개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민간인 단독 사찰 문건이 공개되자마자 그동안 약세를 보이고 있던 야권은 일제히 청와대를 겨냥하며 공세를 펼쳐 일순간에 정국의 양상을 뒤바꿨다. 국민들은 오랜만에 ‘국민의 방송 KBS’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힘을 얻은 KBS 새노조는 김인규 사장 퇴진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으며 총선 결과에 따라 수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방송사 노조들은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를 이번에 제대로 바로잡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대선으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따라서 정권과 언론의 마지막 전쟁은 올 봄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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