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체제 순항할까
신동빈 롯데 체제 순항할까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2-04-10 09:31
  • 승인 2012.04.10 09:31
  • 호수 936
  • 2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고 은폐 시도… 특유의 기업문화 한몫?

젊은 CEO대거 등용 후 오히려 안전사고율 높아져 // 자체 응급시스템 안전도 평가 신뢰성 잃어 ‘울상’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롯데(회장 신동빈)가 35년간 사용해온 그룹 심볼을 교체하고 계열사 CI도 통합하는 등 브랜드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룹 내 안전사고가 빈번해 신동빈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더욱이 롯데그룹 내 안전사고는 자체응급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는 기업문화 탓에 사고 발생 때마다 은폐 논란은 물론 사건 처리 과정의 미숙함이 드러나 질타를 받기도 한다. 이에 따라 롯데는 이래저래 속만 끓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2월 롯데의 황태자라는 별칭을 벗었다. 아직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그늘에서 완벽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신동빈 회장 나름대로의 롯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올 초 발표된 실적보고에서도 회장 취임 첫 해인 지난해 일궈낸 73조 원(잠정치) 매출은 창사이래 최대 규모다. 매출기준 재계 5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월 3일 그룹 임원인사에서도 향후 후계자 구도를 확실히 하는 것은 물론 공격경영에 걸맞는 젊은 인사들을 전진 배치했다. 보다 젊고 확실한 색깔로 향후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포석이다. 35년간 사용했던 심볼 교체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재계는 받아들였다.

하지만 떳떳하지 못하고 숨기려고만 하는 롯데 기업 문화의 잘못된(?) 습성이 드러나고 있어, 신 회장의 개혁드라이브에 먹구름이 끼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이다. 그룹 내 안전사고가 빈번하고, 그럴 때마다 은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달 취임한 이동우 호텔롯데 월드사업부(롯데월드) 대표는 업무 파악을 하기도 전에 안전사고부터 챙기기 바쁜 상황이다. 이 대표가 취임한 2월 3건, 3월에는 1건이 발생했다.

롯데 안전불감증 여전히 '심각 수준'
지난달 2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는 여성 3명이 넘어져 머리와 다리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다가 뒷사람에게 밀려 넘어졌다.

이에 앞선 12일에는 실내 롤러코스터 놀이기구인 ‘후렌치 레볼루션’이 출발 직후 멈춰 탑승객 20여 명이 비상 대피 통로를 통해 긴급 대피했다.

이틀 후인 14일에는 어린이용 놀이기구인 ‘어린이 전망차’의 문이 공중에서 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1월에는 소화전 밸브가 동파돼 천장에서 물이 새는 사고가 일어났다.

문제는 이 사고에 대해 당시 근무자들 중 일부만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놀이기구에 대한 안전점검만 할 뿐 다른 놀이기구 이용객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계속 운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월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A씨(27)는 “응급사고가 발생하면 내부시스템에 연락을 하게 돼있다. 자체적으로 모든 수습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많은 이용객들이 놀고 있지만, 이 사실을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롯데그룹 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에서도 추락환자에 대한 조치 미흡과 사고 사실 자체를 은폐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충남 지역 모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오전 11시 56분께 이 회사 환경엔지니어링팀 정 모씨(31)는 안전점검을 하던 중 7m 높이의 시설물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정씨를 발견한 직원 A씨는 회사 내 자체응급대에 연락했고, 간호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보안요원들이 이미 정씨를 자체응급차량에 탑승시킨 후였다. 의료인력이 도착하기전에 이미 사고당사자의 신변이 이동되고 있었던 것이다.

관련업계는 롯데가 자체 응급대응팀을 운영하는게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다.
매번 내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은폐 시도정황은 물론 완벽하지 못한 일처리로 뒷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측은 이에 대해 “앞으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할 뿐이다. 자체 응급시스템에 대해서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때문에 최근 취임한 젊은 CEO들은 갈 길 바쁜 사업보다 그룹 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점검 및 단속에 주력해야 할 처지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