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사장 프랑수아 프로보)가 ‘꼼수’ 경영을 펼치고 있다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매출 하락폭에 비해 지나치게 큰 영업이익 하락폭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르노삼성차가 본사인 르노닛산의 이익만 배려한 ‘퍼주기식’ 사업구조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 노조 측이 제기한 경영진의 각종 비리 의혹으로 기업이미지가 먹칠되고, 내수 판매량이 급감하는 점도 프로보 르노삼성차 사장의 고민거리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최대의 시련을 맞은 프로보 사장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출은 증가하는데 이익은 급감…생산할수록 손해
비싸게 부품 수입해 완성차 르노에 저가 수출
르노삼성차는 프랑스 르노자동차에 인수된 직후인 2001년 1조47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꾸준히 매출이 상승하면서 2010년에는 5조1678억 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내수 10만9921대, 수출 13만7738대로 총 24만6959대를 판매하면서 4조981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 대비 3% 줄긴 했지만 역대 2번째로 높은 매출액이다.
이처럼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영업이익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의문이 제기된다. 2006년 2245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2010년에는 33억 원에 불과했고, 지난해는 2149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차는 환율 상승으로 인해 르노닛산에서 들여오는 부품조달 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엔화와 유로화의 상승률은 각각 69.3%와 28.7% 오르는데 그쳤다. 환율 상승 요인만으로는 영업이익의 지나친 하락폭을 설명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지회장 박종규)는 닛산으로부터 핵심 부품을 비싸게 들여와서 조립한 완성차를 저가에 르노에 넘기는 구조가 적자가 발생하는 핵심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르노삼성차가 르노-닛산으로부터 구입한 부품값은 2006년 2090억 원에서 지난해 1조920억 원으로 커졌다. 자동차 1대당 들어간 부품값은 2006년 130만 원에서 지난해 442만 원으로 상승했다.
노조 측은 “닛산에 부품가로 돈 다 넘겨주고, 르노 본사에 저가로 수출하면서 돈 다 넘겨주니 르노 본사에는 돈이 넘쳐나고, 부산 공장은 빈털터리가 돼버린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 측은 회사가 이 같은 구조 때문에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알았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르노삼성차가 2010년 말에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영계획에는 2011년 480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 판매는 내수 15만1000대, 수출 14만6000대 등 총 29만7000대로 2010년보다 2만2000대가 많았지만 영업이익은 510억 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노조 측은 “경영진이 ‘더 생산할수록 더 손해본다'는 계획을 작성한 것은 이미 적자가 날 것을 알면서도 생산량을 늘린 것"이라며 “르노닛산에 퍼주기만 하는 경영행태를 보이면서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로열티는 꼬박꼬박 챙겨가
르노삼성차가 르노닛산에 지불한 로열티도 논란이다. 르노삼성차의 영업이익이 줄어들수록 르노닛산이 가져가는 수익은 커졌기 때문이다.
르노닛산은 2000년 6150억 원에 삼성차를 인수했지만 실제 투입한 비용은 1540억 원이었다. 2006년 추가로 550억 원을 투입하면서 총 투입 비용은 2090억 원이었다. 반면 그동안 르노닛산은 르노삼성차로부터 총 4944억 원의 기술사용료를 받았다. 배당금 597억 원을 포함하면 투입 비용의 3배 가까운 5541억 원을 챙겨갔다.
일각에서는 르노삼성차에서 이익이 발생할 때만 르노닛산이 삼성차 채권단에게 채무를 변제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영업이익을 높이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지난해 9월 취임한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노조 측은 경영진의 각종 비리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노조 측이 소식지 등을 통해 제기한 의혹은 회사 임원이 법인카드 카드깡, 법인카드로 대낮에 안마시술소 이용,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면서 회사 공금 사용 등이다. 영업본부 지점 전세계약담당자가 건물주로부터 비싸게 계약을 한 후 댓가를 받는 수법으로 수십억 원을 횡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밖에 르노삼성차가 후원하는 자선음악회의 음악감독이 최근 사직한 박 모 부사장의 아내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박 모 부사장이 자선음악회를 통해 각종 이득을 볼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자선음악회는 기업의 사회공헌 차원에서 후원한 것으로 박 모 부사장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며 “금속노조에서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밝혀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각종 논란이 확산되면서 르노삼성차의 판매량도 급감하고 있다. 르노삼성차의 내수 판매량은 지난 1월 6207대, 2월 5858대에서 지난달 4788대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올렸던 수출에서도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42.8% 줄어든 8143대 판매에 그쳤다. 이로 인해 르노삼성차의 위기설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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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