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세운 檢 “대권주자도 걸리면 친다”
칼날 세운 檢 “대권주자도 걸리면 친다”
  • 홍성철 
  • 입력 2005-11-09 09:00
  • 승인 2005.11.0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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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도청사건과 관련된 거물급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갔고,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재계 총수들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또 여야 대권후보 등 정치권 거물들도 정조준하고 있다. 김종빈 전총장 사퇴와 수사권 조정 등 외부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검찰이 정치권을 향해 전면전을 선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로 검찰내 분위기는 삼엄하다. “혐의가 있으면 누구든 철저히 수사한다”는 게 검찰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표적수사’ 의혹 등을 제기하며 일련의 검찰 수사를 정치 쟁점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찰의 칼날이 정치권을 향하자 여의도 정가는 바짝 긴장하며 검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손학규 측근비리 포착

검찰은 최근 한나라당 차기주자로 분류되고 있는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측근인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전 경기도정무부지사)이 업체로부터 수억원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일부 언론은 손 지사가 한 원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의혹이 있다고 보도해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한겨레 신문’은 4일자 1면 머리기사에 “대검 중수부는 손 지사가 아파트 인허가 문제와 관련해 한 원장으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단서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원장이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의 아파트 시행사인 J건설사로부터 인허가 청탁명목으로 10억 원대의 돈을 받았으며, 이 중 상당액이 손 지사에게 전달됐다는 것. 특히 ‘한겨레’는 복수의 검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손 지사의 연루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에 대해 손 지사는 4일 이수원 공보특보를 통해 “문제가 된 광주 오포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건설회사든 한현규 원장이든 그 어느 누구를 통해서든 단돈 1원의 금품수수도 일체 없었고 메모리얼 파크도 마찬가지”라며 한겨레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손 지사는 또 한겨례 발행인 등 5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한편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이처럼 손 지사측과 한겨레가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현재까지 한 원장 사건과 관련해서 손 지사와 연결되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양측의 공방전은 구속된 한 원장의 진술에 따라 1차 승부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정치권은 검찰의 수사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이번 사건을 정치쟁점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손 지사가 야권의 유력한 차기주자라는 점에서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여야간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정치권 이해득실 분주

여권은 한나라당을 부패정당으로 몰아붙이는 동시에 차기주자 흠집내기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열린우리당은 4일 ‘차떼기 정당, 부패 정당 한나라당은 자유민주주의 말할 자격 없다’라는 제하의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자임하는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씨 측근들의 비리를 보면 한나라당은 여전히 부패한 차떼기 정당”이라며 한나라당과 차기주자들을 싸잡아 공격했다. 실제로 한나라당 대권 ‘빅2’로 분류되고 있는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의 측근들도 얼마전 비리 혐의로 사법처리 된 바 있다.

박 대표 측근으로 디지털 특보를 역임했던 황인태 서울디지털대학 부총장은 이 학교 공금 3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6월 전격 구속됐다.또 이 시장의 경우 청계천 복원사업을 위해 행정부시장으로 영입했던 양윤재 서울대 교수가 청계천 주변 고도 제한 완화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지난 5월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양 부시장은 지난 10월 진행된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여권의 맹공에 대해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 주변에선 “왜 야당 대선 후보 측근 인사들만 비리로 걸리는지 모르겠다”며 ‘표적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재보선 참패 등 코너에 몰린 여권이 정국반전을 꾀하기 위해 검찰을 앞장세워 한나라당과 대선주자들에 대한 ‘흠집내기’를 본격화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정상명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코드’ 인사 문제를 집중 부각시키는 동시에 당내 대선주자들을 겨냥한 일련의 검찰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다.이처럼 정치권은 박 대표와 이 시장에 이어 손 지사 측근도 구속되자 검찰 수사 배경을 놓고 치열한 정치 공방전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여야 정치권은 이번 손 지사 측근 비리 사건을 계기로 차기주자들에 대한 흠집내기 등 네거티브 전략을 본격 가동시킨다는 방침이어서 내년도 예산심의 등 막판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홍성철  anderi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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