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 죽었다” 차기구도 막후 역할
“아직 안 죽었다” 차기구도 막후 역할
  • 홍성철 
  • 입력 2005-11-14 09:00
  • 승인 2005.11.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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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정객인 3김(金)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3김은 다름아닌 김영삼(YS)·김대중(DJ) 전대통령과 김종필(JP) 전자민련총재. 이들 3인의 노 정객은 지난 60년대 중반이후 40여년간 특정지역을 볼모로 무소불위의 권력과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YS(14대)와 DJ(15대)는 차례로 대통령을 역임했고, JP는 ‘못해본 건 대통령뿐’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영원한 2인자’로 군림하며 권력을 향유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대선과 17대 총선을 거치면서 이들 3김은 정계를 떠났다.

이들의 정계은퇴와 함께 40여년 한국정치를 주름잡았던 이른바 ‘3김정치’도 사실상 종식됐다. 그렇다고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완전히 소진된 건 아니다. 3김식 아류정치가 아직도 현실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영원한 정치라이벌인 YS와 DJ간의 화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고, JP도 중부권 신당과 관련해 막후 역할론이 제기되는 등 때아닌 ‘3김 부활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너에 몰려 있는 이들 3김이 마지막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이른바 ‘3김 대반격’ 플랜이 나돌고 있다.

코너에 몰린 3김

‘3김 대반격’ 플랜은 이들 세 사람이 처해 있는 작금의 어려운 정치 상황과 맞물려 있다. YS와 DJ는 재임시절 안기부(현 국정원)가 불법도감청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특히 검찰은 DJ정부 시절 국정원 차장을 지낸 김은성씨를 구속했고, 당시 국정원장을 지낸 인사들을 줄줄이 소환하면서 DJ를 압박하고 있다. 검찰이 도청사건 전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수사 결과가 나오면 두 사람은 사법처리 여부를 떠나 명예는 또다시 곤두박질 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YS는 ‘안풍’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안기부 자금이 아니라 YS의 정치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또다른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YS와 DJ는 또 ‘숨겨진 딸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사생활과 관련해서도 구설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 전직 대통령을 역임한 두 사람의 현주소는 얼룩진 우리 정치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JP 역시 정계은퇴 후 갖가지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JP와 관련한 구설수에는 여성문제 등 이른바 스캔들은 별로 없다. JP는 40여년의 정치역정 중 20여년을 박정희라는 절대권력자 밑에서 2인자 역할을 수행해 왔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권에서 오랜 세월 2인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기관리가 철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오히려 JP는 본인 보다도 가족과 친인척에 대한 악소문에 시달렸다.

친인척 중 누구는 낭비벽이 심하다, 또 누구는 당 자금을 사업자금으로 유용했다는 등 구설수가 끊이질 않았던게 사실이다.하지만 JP는 스캔들 대신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사법처리 위기에 몰린바 있고, 정부의 외교문서 공개후 한일협정을 체결한 당사자로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게 현실이다.이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3김은 정계은퇴 이후 각종 스캔들과 재임기간 정치행위로 인한 부메랑에 시달리고 있다. 때로는 라이벌로, 때로는 정치 파트너로 40여년 정치역정을 함께 했던 세 노 정객이 동병상련의 입장에 처한 것이다. 더 이상 물러나면 도덕성은 물론 한 평생 쌓아온 정치적 명예와 치적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 공감하고 있는 형국이다.

DJ-YS 화해무드 정계개편 변수로 작용

‘3김 대반격’ 플랜은 바로 이러한 3김의 어려운 정치상황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어떤식으로든 추락한 명예를 회복하고 사정기관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특단의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이심전심이었을까. 정계은퇴 이후 일체의 정치적 활동을 자제해 왔던 세 사람은 최근 약속이라도 한듯 정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세 사람은 요동치고 있는 정치권 새판짜기 등 현실정치 현안과 관련해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보이지 않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영원한 라이벌이자 그동안 앙숙관계에 있었던 YS와 DJ가 최근 화해무드를 조성하고 있어 그 배경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 사람의 화해무드는 DJ의 건강이 계기가 됐다. YS는 지난 6일 DJ에게 전화를 걸어 건강 등 안부와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 것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DJ가 전직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한 이래 5년여만이다.40여년 민주화 동지이자 경쟁관계를 유지했던 두 사람이 앙금 해소에 교감한 만큼 조만간 전격 회동해 영호남 화합 차원에서 화해할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의 회동이 성사될 경우 단순한 화해 차원을 넘어 난제(도청사건 등) 돌파구와 관련한 공동대응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두 사람이 영남(YS)과 호남(DJ)권에 여전히 적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화해는 정치권 새판짜기 움직임 등 향후 정계개편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양김은 지역 지분을 담보로 현실정치에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DJ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여야를 망라한 정치인들의 병문안 행렬이 줄을 이었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DJ의 말 한마디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DJ 끌어안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YS도 계보 정치인들의 단결력이 예전만은 못하지만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 적지않은 측근들이 포진해 있다.

노익장 과시 영향력 재가동

따라서 YS와 DJ가 영호남 지역화합을 명분으로 손을 잡고 민주개혁세력 간 대통합을 견인할 경우 이 두 사람의 역할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향후 정계개편은 물론 차기 대선구도에도 양김의 영향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JP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JP는 6일 심대평 충남지사 등 가칭 국민중심당측 인사들과 골프회동을 가졌는가 하면 최근에는 이들 측근들과 식사도 함께 했다. 정치활동 재개 내지는 최소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의 제 세력을 규합하는데 막후 역할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JP는 또 한일협정 당사자로서 구겨진 자존심과 명예를 회복하는데도 열성을 보이고 있다. JP는 지난 10일부터 열흘 안팎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 도쿄 등에 체류하며 나카소네 전총리 등 일본 정계의 지인들을 만나 최근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경색 국면에 있는 한일 관계의 정상화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와관련 JP의 한 측근은 “JP가 나라를 위해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며 “지인들의 간절한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만큼 신당창당과 관련해서도 모종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JP의 활동 재개를 시사했다.이처럼 아직 정치 전면에는 나서지 않고 있지만 3김이 물밑 정치행보를 가동하고 있다는 움직임은 감지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3김 정치’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60년대 이후 한국정치의 큰 산맥으로 군림했던 3김. 이들이 작금의 어려운 정치상황을 틈타 또다시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될지, 또 3김 부활이 향후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가의 이목이 노 정객들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홍성철  anderi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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