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저분석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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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1-01-03 15:24
  • 승인 2011.01.03 15:24
  • 호수 871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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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선제 공격에 청와대 ‘레임덕 비상’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교수 정치’가 활발하다. 지난해 12월 20일에는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처음으로 공청회를 주최해 ‘한국형 복지’ 청사진을 제시, 주목을 받더니 일주일 후인 27일에는 국가미래연구원이라는 정책연구모임을 만들어 본인이 발기인으로 직접 참여했다.

박 전 대표가 연말연초를 맞이해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 지지율 부동의 1위라는 현재 위치를 2011년에도 그대로 이어가 2012년 대선으로 몰아가기 위한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친이계나 야권의 견제도 이미 시작되고 있다. 청와대도 내심 불편한 모습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박 전 대표가 현직 국회의원이나 참모들은 배제하고 순수하게 교수들을 내세워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 대해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친박근혜계 측에선 싱크탱크보다 연구정책모임으로 의미를 축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섰다는 점에 대해 누구하나 토를 달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0일 우리 군이 연평도 사격 훈련을 앞두고 북측과 일촉즉발의 분위기였다. 북측의 연평도 포격 이후 남측의 대대적인 훈련으로 남북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여야는 훈련의 당위성을 놓고 급냉각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다소 ‘생뚱맞은’ 행사가 이날 열렸다.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인 박 전 대표가 국회의원이 된 후 처음으로 복지관련 공청회를 개최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한국형 복지’라며 교수들을 중심으로 공청회를 열었는데 그 광경은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해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이 자리에는 여야 국회의원 70여 명에 800여 명이 참석했다.

축사를 한 박희태 국회의장은 “유력한 미래권력인 박근혜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의 기수로 오늘 취임하시는 날”이라고 밝혀 박 전 대표의 차기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반면 당내 비판적인 시각도 나왔다. 친박계의 한 인사는 “차기 유력한 대선주자로서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았다고 본다”며 “우리 측의 연평도 훈련으로 언제 국지전이 터질지 모를 정도로 남·북한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안보’관련 공청회도 아니고 복지 공청회를 개최했어야만 했느냐. 차기 대권주자라면 연기를 했어야 맞았다”고 시기가 부적절했음을 지적했다.


첫 공청회 이슈는 없고 인물만

또한 그는 “그럼에도 공청회를 개최한다면 친박측 인사를 사회자로 내세우지 말고 중립형 인사나 아니면 과감하게 친이계 의원에게 부탁해 사회를 진행케 해 계파색을 없애야 했다”며 “패널도 교수 일색이 아니라 현장감이 뭍어나는 인사를 초청해야지 교수들 중심으로 ‘한국형 복지’라는 이해하기 힘들고 애매모호한 개념을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이날 ‘국민 개개인의 맞춤형 복지’를 주장했지만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 또한 어떻게 재원을 국민들에게 분배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대신 현행법에 대한 개정안을 제안하는 수준에 머물러 공청회 이후 복지 관련 반향성은 크게 일지 않았다.

오히려 공청회 이후 발제에 참여한 교수들의 면면이 주목을 받았다. 최성재(사회복지학) 서울대 교수, 안상훈(사회복지학) 서울대 교수, 안종범(경제학) 성균관대 교수 등은 박 전 대표의 핵심 브레인으로 부상했다. 또한 지난 2007년 경선 이후 지금까지 핵심 자문역을 맡아온 김영세 연세대 교수, 김광두 서강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등의 이름이 세간에 알려졌다.

급기야 일주일 후인 12월 27일에는 서강대 김광두 교수를 주축으로 하는 정책자문그룹인 ‘국가미래연구원(이하 국미연)’이 깜짝 발족했다. 국미연의 경우 발기인 78명 중 62명이 대학 교수나 연구원 등 학자출신으로 구성됐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으로는 박 전 대표를 제외하고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유일하게 참여해 눈길을 모았다. 지난 2007년 박근혜 경선 캠프에서 핵심 보직을 맡았던 한 인사는 “면면을 보면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는 교수보다는 박 전 대표와 친분이 깊고 오랫동안 알아온 인사들로 채워졌다”며 “박 전 대표 인사 스타일이 정치인보다 교수들을 더 신뢰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국미연, 이한구는 있고 유승민은 없어

특히 그는 “현역 국회의원으로 유승민 의원이 아닌 이한구 의원이 참여한 것은 눈에 띈다”며 “유 의원의 경우 지난 경선 때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을 정도로 정책관련 핵심 브레인인데 명단에서 빠진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 의원이 회원으로 참석한 것에 대해 그는 “이 의원의 경우 사심이 없고 소신이 강해 옳은 소리를 자주하는 편이다”며 “반면 유 의원은 박 전 대표를 이끌려고 하는 경향이 심해 박 전 대표가 정책 모임에서 배제한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경선 캠프에 특보로 활동했던 한 인사 역시 교수 중심의 정책모임에 대해 “박 전대표는 오랫동안 함께 일해오고 신뢰 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된 인사들을 선호한다”며 거들었다. 하지만 국미연을 ‘싱크탱크’로 보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미연을 싱크탱크로 보는 것은 언론에서 오버하는 것”이라며 “국미연은 정책개발만 하는 곳이지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고 할지라도 입각 대상이나 공천을 주는 등 교수들을 그 이상으로 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교수 정치’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경선 캠프 때 정치인들이 대거 캠프에 참여했지만 결국 정책 개발보다는 권력 투쟁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안타까워했다”며 “정치인에 대해 제한을 둔 것은 잘 한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여타 잠룡군에선 박 전 대표가 정책 모임 출범을 앞두고 발기인 총회에다 명단까지 공개적으로 발표해 대선이 2년이나 남았는데 조기 과열을 시키고 있다고 일제히 비판하고 있다.

청와대도 내심 불편한 모습이다. 대통령의 임기말 특정 차기 대권주자의 부상은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의 갈등을 초래하지 않을 수 없고 자칫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최고 ‘박근혜 우상화 가속’ 비판

앞서 친이계의 심재철 정책위의장과 정두언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의 복지정책을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데다 솔직하지 못하다며 날을 세운데 이어 홍준표 최고위원도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근혜 우상화'가 가속화 돼 가고 있다고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3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홍 최고는 “박근혜 전 대표가 정부여당이 총체적으로 어려운 시점에서 대선 출정식에 버금가는 그런 정책 브레인들을 가동시키는 것은 대통령 레임덕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정부여당을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홍 최고위원은 “최근 박 전 대표를 비판하면 소위 친박인사들이 벌떼처럼 달려드는 그런 ‘박근혜 우상화'가 가속화 돼 가고 있다"며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못 박았다.

이와 함께 지난 30일 한동안 공식행사가 없던 친이계 모임인 ‘함께내일로’가 대규모 송년회를 연 것도 박 전 대표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자리에는 친이계의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고문 자격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 지사는 행사뒤 기자들과 만나 “대권에 대한 이야기가 조기과열되면 여러가지 국가적인 리더십의 혼선이 있을 것"이라며 박 전 대표에게 견제구를 날렸다.

이와함께 또 다른 유력 대선후보인 정몽준 전 대표도 “복지만 강조해서는 안되고 균형을 갖춰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박 전 대표를 견제했다.

이같은 견제와 비판에 대해 친박계의 한 인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서울시장 재임기간에도 박창달 자유총연맹 총재로 하여금 전국적으로 조직을 만들었다”며 “이제는 2007년 대선 프로그램으로 2012년을 준비해선 안된다. 특히 2012년에 총선과 대선이 함께 맞물려 있어 총선전에 대선구도가 정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부터 대선 후보로서 행보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희 정권 고위 인사, 새마을 장학생 등 다수 참여

한편 교수 중심의 정책모임이 발족하면서 친이 일각에선 교수들의 면면이 고 박정희 대통령과 새마을 장학생(정수장학회 포함)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즉 박 전 대통령 시절 장관이나 고위직 공무원을 지냈던 인사들의 자녀나 정수장학회 등에서 장학금을 받아 공부를 해 교수가 된 인사들이 회원으로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영남대 최외출 교수의 경우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국내 최초로 개설된 영남대 지역사회개발학과 출신으로 ‘경북 새마을장학금 1기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계의 이런 주장에 대해 친박 진영에선 ‘박근혜 흠집내기’라면서도 적극 부정하지는 않았다. 친박계의 한 관계자는 “틀린 말도 아니고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다”며 “개인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이나 정수장학회로부터 수혜를 받은 분도 참여하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그런 분들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발기인에 들어가지 않고 준회원식으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이 인사의 말에 따르면 국미연의 회원이 78명으로 외부에 알려졌지만 회원수가 수백명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친박계 인사는 향후에 교수 및 전문가 중심의 정책모임이 잇따라 출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번 정책모임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앞으로 전문가 집단이 계속 나타나는 것 중에 하나일 뿐”이라며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 시절 국제정책연구원(GSI), 바른정책연구원(BPI) 등 1000여 명이 넘는 교수 및 전문가들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정책모임에 빠졌다고 이런 저런 말이 나오고 있는 유승민 의원 역시 교수들과 네트워킹을 가지고 있어 금명간 또 전문가 집단이 출현해 이한구-김광두 모임과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수 정치의 폐해 염려하는 소리도

박 전 대표의 전문가 그룹이 속속 생겨나고 있지만 친박 일각에선 교수 출신이 대거 박 전 대표에 줄을 서면서 ‘교수 정치’의 폐해가 염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엇보다 정책 자문이라는 명목으로 교수들이 학자적 소신을 버리고 ‘자리’를 염두에 두고 유력 정치인에게 줄을 서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을 보였다.

대구 지역의 친박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차기 대권에 유력한 후보가 전문가 집단을 통해 정책 연구나 정책 개발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정책 모임이 정치화되거나 교수 특유의 이해하기 어렵고 ‘뜬구름 잡기’식 정책이나 공약은 일반 서민들에게 다가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교수·전문가·고위관료 등 상향식 여론몰이보다 대선은 2년이나 남았으니 북측으로부터 포탄을 맞은 연평도를 방문하거나 군대를 같다오지 않은 여성의 몸으로 전방의 군인들에게 위문 방문, 구제역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 농가 방문 등 연말연초를 맞이해 서민들과 함께하는 행보를 보이는 게 맞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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