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삼성, 공정위 방해는 CJ 이겼다?
이건희의 삼성, 공정위 방해는 CJ 이겼다?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2-04-04 11:08
  • 승인 2012.04.04 11:08
  • 호수 935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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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CJ


- ‘뿔난’ 공정위…삼성의 ‘PC 바꿔치기’ vs CJ의 ‘화단 속 하드’
- 삼성, 뭐든지 1등?…담합ㆍ일감몰아주기ㆍ공정거래법 위반 1위

- 삼성, 과태료로 CJ 이겼다고 좋아할 때인가...이건희 ‘격노’
- 관계자 “규모 큰 삼성, 파급 효과 노린 규제 쏠려서 억울하다”

[일요서울|김나영 기자]  삼성(회장 이건희)이 들썩인다. 삼성전자(부회장 최지성)가 PC를 통째로 교체하는 등 공정위 조사방해로 사상 최대 과태료인 4억 원을 부과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까지 과태료 1위이던 CJ제일제당의 유명한 ‘화단 속 하드’ 사건을 누르고 등극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격노했지만 삼성의 이러한 행태가 반복돼 온 만큼 재발 방지가 제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현재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송 중인 삼성과 CJ의 불공정행위 역사를 대결구도로 비교해봤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는 삼성전자 및 소속 임직원들의 조사방해행위에 대해 역대 최고액이자 법정 최고한도액인 4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지난달 18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휴대폰 유통관련 현장조사 과정에서 중대한 조사방해 행위를 저질렀다.

먼저 삼성전자 보안직원들은 건물 출입구에서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을 온몸으로 막아섰다. 몸싸움을 벌이는 50분 동안 공정위의 신고를 받은 경찰까지 출동했다. 그사이 해당 부서인 무선사업부원들은 관련 자료들을 책상과 서랍장 째로 폐기하고 대상 PC 3대를 아예 교체해 버렸다.

또한 해당 부서장인 상무는 출장을 핑계로 조사를 피했지만 실제로는 사업장 내에 조용히 숨어있었다. 조사공무원들이 철수한 후, 상무는 사무실로 복귀해 감춰뒀던 PC에 저장돼 있던 관련 파일들을 모두 삭제하고 부사장에게 이를 보고했다.

이러한 대응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계획적인 것으로 삼성이 미리 자체적으로 수립한 ‘사전 시나리오’에 따른 것임이 밝혀져 더욱 충격을 줬다.

이후 삼성전자는 회의를 통해 “에스원(S1)과 휴먼 등 보안요원들이 대처를 잘 했다”면서 ‘정보보호그룹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음’을 칭찬했다. 이어 “조사공무원이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사전연락이 없었을 경우 건물 출입구가 아닌 정문에서부터 입차 금지와 바리케이드 설치, 주요 파일 대외비 지정 및 영구삭제, 데이터의 서버 집중” 등을 골자로 한 ‘비상상황 관련 보안대응 현황’을 마련해 보안규정을 더욱 강화했다.

삼성의 이러한 공정위 조사방해는 처음이 아니다. 삼성토탈은 2005년 6월 소속 직원들의 조사방해행위 건으로 1억8500만 원, 삼성전자는 같은 해 12월과 2008년 4월 기업과 소속 임직원들의 조사방해행위 건으로 각각 5000만 원과 4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이 3번째로 계열사들 중 최다 적발과 최고 과태료로 세간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는 같은 달 19일 논평 ‘상습적인 조사방해, 삼성은 법 위에 있는가’를 통해 “삼성전자의 조직적ㆍ악의적 조사방해 행위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폭언ㆍ폭행, 현장진입 지연ㆍ저지 등의 조사방해행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2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오는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삼성, CJ 밀치고 조사방해 1위 등극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건희의 ‘관리의 삼성’이 뭐든 1등을 하려고 한다”면서 “공정위 조사방해행위로는 현재 소송 중인 CJ를 이긴 것인가”라며 삼성에 대한 비아냥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공정위 조사방해 과태료 1위는 CJ였다. 공정위는 CJ제일제당 및 소속 임직원들의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 당대 최고액인 3억4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지난해 6월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임직원들은 같은 해 1월 밀가루 가격 담합 관련 현장조사 과정에서 삼성에 버금가는 중대한 조사방해행위를 저질렀다.

당시 CJ제일제당 직원들은 공정위 조사 직전 핵심 자료가 들어있는 외부저장장치를 화단에 은닉하는 새로운 방법을 선보였다. 해당 부서인 소재기획팀 과장은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이 도착했다는 정문 안내데스크의 전화를 받고 재빨리 움직였다.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이 13층으로 올라오는 10여분 동안, 해당 팀의 과장은 자료가 든 외장하드를 들고 비상계단을 통해 1층으로 뛰어내려가 화단에 숨겼다.

또한 부서 직원들은 “외장하드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용한 적 없다”, “집에 두고 왔다” 등의 허위 진술을 했고, 조사 협조 요청을 받은 부사장은 몰래 170개가량의 파일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앞서 CJ는 2003년 8월과 2005년 7월 소속 직원들의 허위 자료제출 및 조사방해행위 건으로 각각 1000만 원, 2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특히 2005년 역시 밀가루 가격 담합 관련 조사였으며 당시 직원 2명이 서류철을 찢어버리는 행위로 구설수에 올랐다. 하지만 삼성은 이러한 CJ의 공정위 조사방해를 넘어섰고 역대 최고 과태료 1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삼성 측은 이번 공정위 조사방해와 관련, “이건희 회장도 화를 많이 냈으며 강한 질책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서초사옥에서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정부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또한 “그룹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철저한 자기반성을 하면서 확고한 재발방지 노력을 해나가겠다”면서 “법과 윤리를 위반하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 임직원들은 사내 익명게시판인 ‘이슈토론방’을 통해 “우리 회사에서 일어난 일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면서 부끄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해 6월 삼성테크윈 비리는 물론 지난 1월 삼성전자 담합 및 삼성생명 담합 적발 당시에도 이와 같은 내용을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천명했다. 김 부회장은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 등을 겨냥해 “담합은 명백한 해사행위로 각 회사 사장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삼성은 내부 일감 몰아주기와 외부 담합은 물론 공정거래법 위반, 공정위 조사방해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선두를 달리는 형국이다.

특히 공정위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10대 기업집단의 내부거래(광고·시스템통합(SI)·건설·물류) 금액’에 따르면 삼성 그룹과 계열사인 제일기획,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전자로지텍의 해당 분야 내부거래 금액은 2010년 말 기준으로 6조2500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10대 그룹 중 삼성의 내부 일감 몰아주기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또한 유원일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창조한국당)이 배포한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후 대기업이 참여한 총 146건의 담합 가운데 삼성 계열사가 총 21차례 가담해 외부 담합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삼성은 11번의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을 전액 혹은 반액 이상 감면받았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가 김정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미래희망연대)에게 제출한 ‘10대 대기업 및 계열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삼성은 공정거래법 위반 1위로 80건의 과징금 혹은 시정명령을 받았다. 더불어 공정위의 ‘과거 주요 조사방해에 대한 조치 실적’에 따르면 삼성의 공정위 조사방해도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삼성이 불명예스러운 1위를 휩쓴 것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삼성의 규모가 커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대표기업이라는 이유로 파급효과를 노린 규제가 쏠려서 억울하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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