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막말’ 여야의 언론 플레이
천정배 ‘막말’ 여야의 언론 플레이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1-01-03 14:53
  • 승인 2011.01.03 14:53
  • 호수 871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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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한 건 올렸다’ VS
한나라당 “‘안상수 자연산’ 덮자”
지난해 12월 30일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이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종무식에서 "악의 무리와 탐욕의 무리를 소탕하자"며 현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의 ‘막말 논란’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천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26일 경기 수원역 앞에서 열린 ‘이명박 독재심판 경기 남부 지역 결의대회’에 참석해 “이 나라 공정사회 한다고 하면서 끼리끼리 해먹는 사람들, 친서민이라면서 서민예산 다 죽이는 이명박 정권”이라며 “확 끌어내려야 하지 않나.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천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여야는 격렬한 공방을 벌이는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의 이해관계가 얽힌 ‘언론 플레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천 최고위원이 막말로 초강수를 둔 배경을 따라가 봤다.

천 최고위원이 수원역 장외집회에서 “이명박 정권을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발언을 하면서 정치권은 논란이 거세다.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발언이 있은 직후인 27일 논평을 통해 “천 의원이 ‘이명박 정권을 박살내야 한다. 소탕해야 한다.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라는 막말을 퍼부었다”며 “황당하고 저급한 유언비어를 늘어놓으며 막말로 일관한 천 의원의 발언은 품위와 인격을 상실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천 의원은 지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한 일간지 칼럼니스트를 욕설을 섞어가며 비난했는데 자신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있는 모양”이라며 “정치에 자극적인 막말이 도움 된다고 생각하는 천 의원의 현실 인식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날에는 천 최고위원을 향해 ‘패륜아’, ‘인격 파탄자’라고 몰아붙이며 정계은퇴를 요구하는가 하면, 청와대까지 나서 천 최고위원을 향해 맹공세를 퍼부었다.

여권의 공격이 심해지자 침묵했던 민주당도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천 최고위원 감싸기에 나섰다. 손 대표는 지난해 12월 29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천 최고위원의 발언은 흔히 하는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는데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마치 천 최고위원이 ‘이명박 대통령을 죽여라’라고 얘기한 것처럼 왜곡ㆍ과장하고 공격을 퍼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여권의 공세 배경으로 “독재정권 말기가 가까워지면 충성경쟁이 극심해진다”고 주장했다.


천정배 ‘막말’은 도대체 왜?

이 처럼 여야의 공방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천 최고위원이 ‘막말 발언’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에 따른 후속조치로 천 최고위원이 총대를 메고 현 정권에 대한 막말 발언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천 최고위원의 발언이 차기 대권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서 대권 출마 의지를 밝혔던 천 최고위원으로서는 차기 주자로서의 자신의 존재감을 어떤 식으로든 부각시키기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이번 발언은 손 대표와도 사전 교감 없이 천 최고위원 단독으로 ‘일’을 벌였을 개연성이 더 높다고 여의도 정가는 보고 있다.

천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천 최고위원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데 침착하고 신중한 사람이다. 전국적인 주목을 받으려면 이런 것(막말 발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사람이 평소 그렇게 강경한 사람이 아닌데 차기 대선 출마한다고 공헌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뜨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에게 이번 천 최고위원의 ‘막말 발언’은 구원의 손길과도 같다. 안상수 대표의 ‘보온병 실언’, ‘자연산 발언’ 등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현 시점에 부정적 여론을 상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조직적으로 천 최고위원을 향해 사퇴압박을 가하는가 하면, 민주당을 향해서도 맹공을 퍼부으며 분위기 전환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천정배 논란은 짜고 치는 고스톱”

이 때문에 이번 천 최고위원의 ‘막말 발언’은 겉으로 드러나는 치열한 공방 한 구석에 여야의 이해관계가 얽힌 ‘언론 플레이’가 숨어있다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천 의원 발언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국민들이 현 정권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말한 것”이라면서 “한나라당과 정부가 안상수 대표 발언 이후 여론을 상쇄시키려고 천 의원의 발언을 가지고 손 대표까지 묶어 언론 플레이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천 최고위원에 대한 여권의 사퇴압박에 대해서는 “사퇴하라는 것은 단순한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면서 “액션만 취하는 것이지 실제 이런 일로 사퇴요구를 민주당이 수용할 것이라 기대도 안 하고 있다. 새해를 맞는데 한나라당이 보온병, 자연산 발언 말고 내세울 게 없지 않느냐. 이걸 만회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천 최고위원은 ‘막말 논란’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지난해 12월 30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종무식에 참석해 “결사대가 된다니 또 ‘죽자’는 말처럼 들리지만 우리가 죽자”며 “죽어서 이 악의 무리들, 탐욕의 무리들을 소탕하는 한해를 만들자”고 발언하는 등 독설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천정배, 한 시민이 내란 혐의로 고발… “별로 신경 안써”

‘막말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이 한 시민으로부터 국가내란 예비·선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서울중앙지검(검사장 노환균)은 시민 전모씨가 ‘천 위원의 발언은 국가를 전복하고 국내혼란을 야기해 정권을 불법으로 찬탈하기 위한 전조’라며 천 최고위원의 국가내란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지난해 12월 30일 밝혔다.

검찰은 고발장의 내용 검토를 통해 전씨가 고발한 내용이 수사의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따진 뒤 사건을 각하 또는 배당할 방침이다.

천 의원은 이번 고발 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 의원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특별한 말은 없었다. 시민이 한 건데 뭐라 하겠나”면서 “(의원실 내에서도)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시민이 누구인지 알아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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