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는 없다 제 53 화
빙의는 없다 제 53 화
  • 인터넷팀 기자
  • 입력 2012-04-03 17:51
  • 승인 2012.04.03 17:51
  • 호수 932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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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다스려야 한다

울화병도 자념장해에 해당된다. 미국정신의학회는 울화병을 ‘화병Hwa-Byung’이라는 우리말 용어로 칭하며 “한국 민속증후군의 하나인 분노증후군으로 설명되며 분노의 억제로 인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는 경제난에다가 감원폭풍까지 몰아치는 상황에서 버텨야 하는 가장들, 가부장적 분위기에 짓눌려 사는 주부들,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수험생 등 화병의 사례가 흔하게 발견된다.

화는 불행의 근원

화가 날 경우 보통 ‘화가 치민다’고 표현한다. 마치 뚜껑을 덮은 주전자를 불 위에 올려놓고 끓일 때 압력이 팽창하여 물이 넘치는 것처럼 화도 어느 순간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화’는 그 정체를 알고 나면 스스로 다스릴 수 있다. 이쯤에서 지혜로운 선사禪師의 지혜를 빌릴 필요가 있겠다.
“화는 모든 불행의 근원이며,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시인이요, 선사요, 평화운동가인 틱 낫한(Thich Nhat Hanh) 스님이 즐겨 쓰는 표현이다. 부처의 가르침에 따르면 시기, 절망, 미움, 두려움 등은 모두 우리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독이며 이 독들을 하나로 묶어 ‘화Anger’라 했다. 틱 낫한은 화를 잘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길이라고 말한다.
2003년 한국을 방문한 틱 낫한 스님은 베트남 전쟁이 벌어지고 있을 때, 불교평화대표단 의장으로 파리 평화회의를 이끌었을 뿐 아니라 평생을 평화와 화해를 위해 일해 왔다. 1967년 마틴 루터 킹 목사에 의해 노벨평화상 후보자로 추천되기도 했다. 그는 평화를 위한 굽히지 않는 의지와 솔직한 표현들 때문에 고국에 돌아가는 것이 금지되자 프랑스로 망명하여 그곳에서 설법을 하고, 글을 쓰며, 난민들을 위한 작은 공동체 지도자로 일하고 있다.

화풀이 전화 덕분에 작업 능률 쑥쑥

스님은 화를 다스려 마음의 평화를 얻는 지혜를 말했다. 화를 참아야 할까? 속은 부글부글 끓지만 속으로는 태연한 척 위장해야 할까?
일본의 한 기업체에서는 욕을 들어주는 화풀이 전화를 개설, 직원들의 정신적 압박감을 덜어줘 작업 능률을 향상시켰으며 미국에서는 상당한 액수의 돈을 받고 무슨 말이든 5분씩 들어주겠다고 광고했더니 주문이 쇄도했다고 한다. 이 사례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억울함이나 답답함이 있을 때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실제로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화를 낸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소리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진다고 해서 화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화가 날 때는 남을 탓하지 말고 조용히 자기 마음을 다스리라고 틱 낫한 스님은 말한다. 달라이 라마와 함께 세계 불교계의 큰스님으로 존경받는 틱 낫한 스님은 그 어느 것도 화를 푸는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화를 억지로 참거나 제거하려 했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화를 울고 있는 아기라고 생각하며 보듬고 달래라고 충고하고 있다. 틱 낫한 스님은 화가 났을 때는 남을 탓하거나 스스로 자책하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극에도 감정의 동요를 받지 않고 늘 평상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틱 낫한 스님의 마음 다스리는 법

틱 낫한 스님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권하는 내용이다. 자념장해를 벗어나는 데도 해당된다.

▲ 화가 들어 있는 음식물을 피하라. 살육을 한 육식보다는 채식이 좋다.
▲ 화를 끌어안아라. 화는 마치 우는 아기와 같다. 무엇인가 불편하고 고통스러워서 울고, 엄마의 품에 안기고 싶어 한다. 화를 품에 끌어안은 채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만 해도 화라는 아기는 이내 편안함을 느낀다.
▲ 화가 치미는 순간 남을 탓하지 마라. 자기 안에 들어 있던 화의 씨앗이 고통을 일으킨 주요 원인이다. 자각은 집중과 통찰로 이어진다. 자각을 실천하여 집중과 통찰력을 갖게 되면 화로부터 해방될 수 있고 자애로운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
▲ 화내는 것도 습관이다. 연결 고리를 끊어라.
▲ 나를 화나게 한 사람에게 앙갚음하지 마라. 남을 응징하면 스스로도 고통을 겪는다.
▲ 화를 감추거나 피해서는 안 된다. 마음속의 화는 나를 다 잡아 먹는다. 화가 마음속에 있음을 인정하고 끌어안아야 한다.

매일매일 조금씩 조금씩 스님의 조언을 실천해 보라. 그리고 틈이 나는 대로 자연을 찾아라. 조용한 산사를 찾아 영혼을 위한 기도를 드리는 것도 좋다.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좋으니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여라. 대우주는 무한한 힘을 갖고 있고, 그 힘은 인간의 영혼과 육체를 치유하는 데 최고의 명약이다.

인터넷팀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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